게임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는데
부산시가 게임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적 산업분야라면서 이를 육성하기 위해 ‘부산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여 4,2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합니다. 광주시도 광주 브랜드게임 창작 및 제작지원 사업을 공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 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도 게임산업을 위해 올해 약 136억 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한편, 정부는 젖먹이 방치 사망, 모친 살해사건과 같이 게임중독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게임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고 과몰입 대응 예산을 현재의 10배 수준인 50억 원으로 증액하는 것과 같은 게임중독 대책을 발표했습니다.지자체와 정부 설립 기관에서는 게임산업을 키우겠다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에 정부는 게임의 해독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헷갈립니다. 아마 육성하겠다는 쪽은 게임산업의 좋은 면을 보고, 중독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쪽은 폐해 쪽을 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임산업의 속성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산업은 모든 분야의 생산활동을 뜻하고 이에는 경제원리가 적용됩니다. 산업계에서는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게임산업도 이 원칙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게임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경쟁력이 있을까요? 그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많아야 하겠습니다. 사용자가 많아지려면 그 게임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게임에 빠지게 할까요? 게임에 온 사람이 다시 안 오고 못 배기도록 만들어야 하겠지요. 중독시켜야 하는 것이죠. 게임은 중독성을 얼마나 세게 만드냐에 따라 게임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성공한 게임치고 중독성이 없는 것이 있을까요? 게임산업의 모순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 성공하여 개발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중독에 빠뜨려야 합니다. 중독이란 늪에 빠진 사람이 많아야 돈을 법니다. 중독 대상은 어른이나 청소년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사건에서 경험했습니다.제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문방구 앞에 놓여있는 게임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더군요. 호기심이 많은 때니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여 내버려 뒀습니다. 점차 심해지더군요. 밤늦게 찾으러 가면 여지없이 게임기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용돈으로 게임을 사다가 나중에는 부모 휴대전화로 결제하여 만만치 않은 돈이 청구되더군요.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어 공부와 연계시켜 게임을 허락했죠. 게임하기 위해 공부하는 척하더군요. 그러니 공부는 건성입니다. 숙제도 못해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끝나는 시간까지 속여 가며 게임하다 들키기도 했습니다. 극약처방으로 아예 게임을 못하게 했더니 ‘게임을 못하게 할 거면 차라리 나를 죽여주세요’ 하면서 대들기도 했습니다.이런 상황에 빠지면서 게임 만드는 사람들 많이 원망했습니다. 이 사태를 게임에 빠진 사람 탓으로만 돌려야 하나요? 게임에는 유용한 점도 있겠지요. 아무리 유용한 점을 강조해도 게임의 폐해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게임은 어쩔 수 없이 중독산업입니다. 아무리 좋은 점을 늘어놓아도 근본은 사람을 중독에 빠뜨려 돈을 버는 속성을 벗어나기 어렵죠. 그런 것을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이라고 포장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육성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이것도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습니다.게임산업이 폐해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진 일부 순기능 때문에 산업 자체를 강제로 없앨 순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챙겨야 할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적극 키우겠다고 나설 산업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그렇게도 찾을 수 없는 것일까요.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변리사, 기술사/대한기술사회장와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지냄/현재 행개련 과학기술위원장, 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ymail@patinfo.com
첫댓글 좋은 글과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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