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압해도에서 암태도를 연결하는"천사대교"가 개통 되었다.
북으로 자은도,남으로는 팔금,안좌도 등의 섬들이 내륙화 되면서 이들 섬들을 쉽게 접할수 있게 되었다.
1004(천사)의 섬으로도 잘 알려진 전남 신안군에는 이들 외에 비금,도초,장산,하의,상태도,등등
아름다움을 지닌 섬들이 즐비 하다.
당초 진도 조도를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내일 비소식에 뱃길도 염려되고 하여 오늘은 맘편히 천사대교를 넘기로 했다.
천사대교를 건너 자은도 외기해변,안좌도의 박지도와 반월도,팔금도의 채일봉과 서근등대(팔금등대),등을 가벼이 돌고,
군도(群島)의 중앙에 위치한 암태도 승봉산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신안 중부권 안내도,
주어진 시간을 할해하여 대충 훑고 지나간 흔적들..
승봉산에서 조망한 신안의 섬군들..
지난 4월 개통후 한동안은 몰려든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이었다고...
허나 오늘은 여느 섬다리와 별반 차이 없이 한적 하기만 하다.
오르내리기를 몇번 7.22km의 다리를 지나 순식간에 암태도에 도착하고,
암태 초입의 다리밑 선착장에 대형버스들이 즐비하니 늘어서 있다.
잠시 쉬어가는 틈을 이용하여 오뎅국물 한접시에 특산물이라는 꾸지뽕막걸리 한순배씩을 나누어 마시고 다음 행선지로...
자은도 외기해변,
구름에 가리워졌던 풍경들이 잠시 토해낸 햇살로 인해 백사장과 주변풍경들이 온통 하양으로 빛을 발한다.
자은도를 벋어나 오던길을 되돌아 팔금을 경유하여 3~40분을 더 달려서야 두리마을에 도착 했다.
그런데 이런일이 다리가 낧아 수리중 이라고 통제 한단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한번 훑고는 발길을 돌린다.
퍼플교를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박지도에 살고 있는 "김매금"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살아 생전
박지도 섬에서 목포까지 가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소망은 2007년도 신활력 사업으로 목교가 조성되었으머,
반월, 박지도가 보라색꽃과 농작물이 풍성하고
사계절 꽃이 피는 천사의 섬의 의미로
퍼플교로 불리우게 되었다고...
퍼플(purple)은
'보라색' 이다.
그래서 인지 주변마을 지붕들은 온통 보라색이다.
출입금지로 인한 반월,박지도에서 벌어놓은(?) 시간을 충당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채일봉,팔금등대를 찿았다.
어디서 출발했는지 이쁜옷으로 갈아입은 철부선 한척이 유유히 물길을 가르고...
서근등대(일명 팔금등대) 전경,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을 보니 지금도 뱃길을 안내한듯 하다.
팔금등대의 연력과 팔금도의 유래가 새겨져 있다.
서근등대 언덕베기에서 북으로 바라보면 추포도 남단이 보인다.
서근등대에서 조금오르면 예쁜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바다건너 어지러운 섬들 사이로 사치도가 보이고 右로 조금 떨어져 노대도가 떠있다.
채일봉을 타고 서근등대로 흘러내리는 중간쯤에 독자갈이 뒤석인 해변이 한적하기만 하다.
우거진 수풀사이로 찿는이 없어 거의 지워지다시피한 오솔길이 "갯벌도립공원 탐방로"란다.
암태도와 팔금도를 잇는 중앙대교가 섬사람들의 고독감을 달래준듯 하다.
다리를 건너면 암태도가 나오고,조금지나 우측으로 남강선착장이 나온다.
남강선착장 전경,
천사대교 개통후 예전에 압해도 송공선착장의 역할을 남강천착장에서 대신하고 있으며,
연도교가 놓이지 않은 비금,도초,상,하태도,그리고 하의도,등 섬사람들의 기항지 이기도 하다.
대충 생각난 신안의 몇곳을 훑고,암태도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 한다.
암태도는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암태도는 신안군 암태면에 속한 섬으로
일제강점기(1920년대)에 대표적 소작쟁의(암태도 소작인과 왜인 지주 사이에 벌어진 쟁의)의 대명사로 기억되는"암태도 농민소작쟁"으로 유명한 섬이기도 하다.
오도선착장 가는길에 [암태도농민항쟁사적비]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 서태석 선생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일정에 마추어 산행을 서두른다.
당초엔 노만사입구에서 출발하려 했으나 날씨도 불순하고,늦은시각이고 하여 수곡고개에서 들머리를 잡는다.
수곡고개에서 승봉산으로 오르는 들머리,
잘다듬어진 등로 좌우에 먼저 찿은 각양각지의 동호회 라벨이 두서없이 나부끼고 있다.
등로옆 붉은 맹감열매와 진록의 사철나무 사이로 철잃은 철쭉꽃 몇송이가 지나는 길손을 웃음 짓게 한다.
짓누른 등짐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며 20여분을 헐떡거리며 오르니 시원스레 섬풍경들이 눈앞에 그려지고,
흐린 날씨에 또렸은 아니지만 적당한 간격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잘한 섬들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밟지 못했던 아쉬움에 노만사 오름길과 큰봉산 능선길을 잠시 바라본다.
저수지를 지나 임도를 타고 오르면 수곡고개가 나온다.
솔가리와 낙옆이 쌓인 포근한 육로를 걷는 것도 잠시,
가파른 철계단에 코를 쳐박고 힘겨움에 달달거리는 무릅에 눈길을 두고 헉헉거리며 삐걱거리는 계단을 힘겨이 오른다.
힘겨움에 잠시 등짐을 내리고,메마른 목을 축인다.
맞은편 봉우리엔 화병형상의 움푹 패인 바위가 예쁜 애기소나무 한그루를 품고 있다.
몇번의 숨고르기를 한다음에야 정상이 가까워 지고 있음을 중계철탑이 알린다.
정상에 다다를즈음 잔잔한 호수위에 떠있는 암태의 섬들과 바다건너 멀리 뾰족 솟아있는 두봉산과 자은군도가 보인다.
신안 "다도해 최고비경 승봉산"아라 세겨진 정상석,
저수지 아래 수곡마을과 다리건너 추포도가 병풍처럼 길게 늘어서 있고,
추포도 뒤로는 안좌조,도초도,비금도가 흐릿하니 자리하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천사대교의 위용,
기온의 변화 탓인지 운해가 내린 섬들은 신비로운 모습을 감춘채 길손의 애간장을 태운다.
빗님 소식에 정상에서 조금내려와 둥지를 틀고,
간단한 소찬으로 저녘식사를 대신한다.
둘만의 자리여서 부산할 것도,복잡할것 없이 소박한 저녘상을 물리고 어둠이 내려 앉은 섬풍경들을 둘러 본다.
천사대교의 야경,
자은도 고교항의 야경,
어둠이 깊어 갈수록 천사대교의 경관등은 더욱 빛을 발하며,
환하게 불을 밝힌 내보금자리와 조화를 이룬다.
짧은시간을 쪼개어 여러군데를 들른 피곤함탓 인지 함께한 길동무는 인기척이 없다.
불을 밝혀 주변을 돌아 나름 다도의 밤풍경에 심취해 보고,명상에 잠겨 보기도 한며,
간밤의 비소식에 비설거지와 주변을 대충 정리 한다.
자는 이를 깨워 한잔더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관두기로 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쎌카 놀이로 무료함을 달랜다.
신안 섬군들의 파노라마를 압축해서...
밤사이 비가 오르락 내리락..
빗소리에 두어번을 뒤척이니 아침이 밝는다.
옅은 해무에 지척의 섬들만 모습을 보이고, 어제 봐왔던 먼곳의 몇몇 섬들은 해무에 가리워 보이질 않는다.
운해가 내려 희뿌연 섬들과 주인장의 게으름으로 비바람에 본모습을 잃은 텐트에 측은함이 묻어 있다.
"간밤에 수고가 많았다"
"이제는 너를 놓아 주어야할 시간이 된듯 싶구나..."
쉽사리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무작정 기다릴수 없어 남은 재료를 털어 아침을 해결 한다.
토닥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은은한 커피향에 취할즈음...
가늘어 지는 빗줄기의 틈을 비집고 물먹은 장비들을 대충 챙겨 하산을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