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들판과 ‘남도의 젖줄’ 영산강, 그리고 ‘달뜨는 모습’이 장관인 국립공원 월출산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 거리가 풍성하다. 발길 옮기는 곳마다 역사적 자원이 개발의 손때를 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을이다. 특히 ‘호남 명산’ 월출산은 영암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관광자원이다. 여기다 국토 서남단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불국가산업단지라는 거대한 ‘경제 동력’까지 갖추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모든 풍광이 조화롭게 연출된 영암은 지금 한창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이만한 어울림이 없다. 길손들도 품격 있고, 당당한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월출산 바람재. 흰구름이 감겨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장관이다. | 영암군 제공
영암은 영산강 오른쪽, 널찍하게 펼쳐진 호남평야의 끝자락에 터를 잡았다. 그 강에 산자락을 틔운 은적산, 월출산, 흑석산, 활성산, 백룡산, 궁성산이 둘러싸고 있다. 자연스럽게 화순·장흥·강진·해남·무안·목포·나주 등 7개 시·군과 맞닿아 있다.
산골과 농촌의 모습을 훌훌 털고 2개 읍과 9개 면이 오순도순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고 있다. 1979년 읍으로 승격된 영암읍이 ‘머릿골’이다. 뒤이어 2003년 면에서 격을 높인 삼호읍, 덕진·금정·신북·시종·도포·군서·서호·학산·미암면으로 이뤄져 있다. 마을은 449개다. 인구는 2012년 말 현재 외국인 4077명을 포함, 모두 6만3971명(2만7512가구)이 살고 있다.
영암군의 밑천은 ‘역사’다. 국자지정 17점 등 무려 70개의 문화재를 지니고 있다. 남도의 역사탐방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 천자문과 백제문화를 전해준 왕인박사, 풍수지리학의 원조로 꼽히는 도선국사 등과 관련된 유적·유물, 거기서 우러나오는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주목된다.
지금 영암에서는 ‘지구촌 3대 스포츠 행사’로 자리잡은 ‘F1코리아그랑프리(F1)’가 매년 열리고, 서남해안 관광레저 도시 조성사업인 ‘J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F1코리아그랑프리가 열리는 영암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모습. 시속 300 ㎞ 속도로 질주하는 경주차를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 영암군 제공
F1은 2010년 처음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경주용 자동차들의 경연장이다. 12개 팀 24명의 드라이버(선수)가 최대 시속 350㎞로 질주하는 경기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속도와 같다. 특수 제작된 자동차는 값이 100억원을 호가한다. 삼호읍 삼포리 간척지 위에 경주장인 ‘영암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을 3976억 원을 들여 지었다. V자형인 코스는 길이가 5.6㎞나 되고 관람석도 그 길을 따라 세워졌다. 선수들은 이곳을 55바퀴를 돌며 2시간여 동안 승부를 겨룬다. 재빠른 코너링이 볼만하고,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지는 최고의 스피드, 그리고 굉음을 체험하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기는 3일간 전세계에 중계된다.
지난 10월 3번째로 열린 F1은 아직 적자수준이지만, 월드컵·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되면서 조만간 흑자대회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열기를 바탕으로 경주장 인근에 ‘오토 스포츠 클러스트’를 조성한다. 786억 원을 들여 고급 차 부품을 생산하고, F1 경주용 자동차 타이어 생산 등의 사업을 펴겠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J프로젝트도 활기를 더하고 있다. J프로젝트는 영암과 해남에 레저와 관광, 주거기능을 함께 갖춘 소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지역 간척지 49㎢(1482만평)를 활용, 삼호·삼포(영암), 구성·부동지구(해남)로 나눠 개발한다. 여기엔 골프장과 호텔, 각종 휴양시설이 들어선다. 기반조성비만 해도 2조2800억원이 든다. 거주인구는 4만9000명(2만가구)이다. 영암지역인 삼호지구는 자본이 유치돼 2009년 10월 실시계획 승인이 났다. 내년 중으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삼포지구도 중국자본 유치가 성사단계여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조선 성종 때 사육신 중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월출산 찬가가 이채롭다. “호남에서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서 오르더라.” 그의 말대로 ‘달을 낳은 산’ 월출산의 달뜨는 모습은 장관이다. 해발 809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뚝심있게 장대한 산세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영암과 강진군의 경계에 올곧게 서서 민초들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 1988년 국립공원 제20호로 지정됐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영암의 대표적인 사찰인 도갑사. 풍수지리학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한눈에 봐도 명당이다. | 영암군 제공
월출산의 매력은 기암절벽에 있다. 그 모습이 금강산을 닮아 ‘남한의 금강산’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수없이 갈라진 능선과 골짜기마다 빼곡하게 자리한 기묘한 바위형상은 마치 조각가가 다듬어놓은 것 같다. 등산길 4곳은 ‘같지만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종주코스인 천황사 주차장~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억새밭~도갑사 입구 길(9.4㎞)은 6시간이 걸린다. 순환코스인 천황사 주차장~구름다리~천황봉~바람폭포~천황사 주차장 길(6.7㎞)은 4시간, 경포대주차장~약수터~천황봉~바람재삼거리~경포대주차장 길(6.6㎞)은 3시간 걸린다.
월출산은 도갑사라는 유서깊은 절을 품고 있다. 승려라는 지위보다는 ‘풍수지리학의 대가’로 더 알려진 도선국사가 통일 신라 때 창건했다.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포효하는 형상의 월출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한 눈에 봐도 명당이다. 그 동안 6·25 등 숱한 전화를 겪을 때마다 피해를 입었으나 도선국사 재조명 작업에 힘입어 남도의 불교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역사 속 인물과 문화유산, 축제가 넘치는 활기찬 고장
구림전통마을은 영암의 보석같은 문화자원이다. 2200여 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구림마을은 450여년 전통의 대동계가 아직도 내려오고 있으며, 백제의 왕인박사, 신라 말 도선국사, 고려 초의 최지몽 선생을 배출한 마을이다. 특이 이 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한 왕인박사 유적지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연중 붐빌 정도로 국제적인 명소가 됐다. 왕인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갖고 가 일본 아소카 문화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마한문화공원도 역사학습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시종면 옥야리 영산강 언덕에 자리를 잡았다. 남도 고대사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모아 놓았다. 고대 옹관묘 등을 볼 수 있는 고분탐사관, 휴게소, 3만3058㎡ 넓이의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벚꽃이 활짝 피는 4월에 열리는 왕인문화축제를 알리는 축제행렬이 영암읍을 지나고 있다. | 영암군 제공
축제도 튼실히 마련되고 있다. 영암의 대표적인 축제는 영암왕인문화축제다. 벚꽃이 활짝 피는 4월 초 왕인박사가 남긴 소통과 상생정신을 잇자는 취지에서 왕인박사 유적지 일대에서 펼쳐진다. 2012년까지 5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축제장 주변의 백리 벚꽃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다. 가을엔 왕인국화축제도 성대히 열린다. 형형색색의 국화 1억 송이를 왕인박사유적지에서 10월하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펼쳐 놓는다. 갖가지 모형작품, 화분 등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한옥건축박람회도 열린다. 전통마을과 생활 한옥이 어울러져 있는 영암 구림한옥마을 일대에서 10월에 열린다. 국내외 건축학도들과 한옥애호가들이 매년 고대하는 행사로 발돋움했다. 한옥짓기 등 온갖 체험행사와 학술행사로 한옥 짓기 붐을 일으키는 진원지로 주목받고 있다.
새해 아침 삼호읍 호텔현대 인근에서 펼치는 영암호해맞이축제도 볼만 한다. 영암호에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으며, 대북울림, 떡국 나눠먹기, 고구마 구워먹기, 신년 소원 붓글씨 쓰기 등의 행사를 펼쳐진다.
1997년 삼호읍 1100㎡ 넓이로 준공된 대불국가산단은 조선블록업체와 조선기자재, 강관, 산업기계 등의 제조업체가 밤낮없이 불을 밝히고 있다. 세계 5위 선박생산능력을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등 무려 326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고용인원만 해도 1만4000여명이나 된다. 가장 큰 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연간 건조능력이 50척 이상이다. 매출액도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미리 방문 계획서를 신청하면 공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지방세 수입도 늘어났다. 연간 지방세 수입은 200억 원 안팎이다. 이 때문에 영암군은 다른 시·군 자립도(16~18%)보다 훨씬 높은 25%를 유지, ‘부자 고을’ 대열에 올라있다.
월출산에 흐르는 기(氣)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설이 곳곳에 들어섰다. 2009년 7월 영암읍 회문리에 문을 연 ‘기찬랜드’는 월출산 계곡에서 내려온 맥반석 물을 야외 수영장 5곳(1982㎡)에 받아 운영한다. 7~8월 여름철에만 개장한다.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요금을 받는다.
월출산 자락을 따라 ‘기찬묏길’도 조성되고 있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군서면 월곡리까지 12㎞ 길이 나 있다. 월출산 기슭의 숲길과 흙길을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다. 길이를 40㎞까지 늘리는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기찬랜드’도 기찬묏길 이웃에 있다.
기건강센터도 올해 7월 선을 보였다. 기찬랜드 안에 2층 건물이 따로 세워졌다. 말초경락 소통기·안마의자 등 모두 23개 건강회복 도움 기계가 설치돼 있고, 전문가로부터 발마사지, 수지침, 스포츠 마사지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장수풍뎅이 등 곤충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신북 과수원마을, 수박·고추·오이·멜론 등을 생산하는 도포 원예마을, 무화과 집중산지인 삼호무화과마을, 달맞이 풍경이 좋은 시종 달보는 마을이 지역특성을 살린 체험장소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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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에서 바라본 영암읍 모습. 나주· 강진· 목포 등 7개 시·군으로 통하는 길이 나있다. 주민 9400여명이 살고 있다. | 영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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