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이곳 아파트엔 지난해 경비원 휴게실이 만들어졌지만 사용할 수 없었다. 휴게실이 경비실과 멀찍이 떨어진 12층 높이 옥상에 있을 뿐더러 과거 창고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내부 벽지는 곰팡이가 쓸고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있었으며 바닥, 창틀 곳곳엔 거미줄과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경비원 신모씨(70)는 “이렇게 먼지가 많고 좁아 곰팡이가 가득한데, 어떻게 여기서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냐”며 “우리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군포시 금당로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엔 휴게실이 따로 없어 경비실이 곧 휴게실이었다. 하지만 침상 바닥이 딱딱해 장판을 여러 겹 덧대야만 겨우 몸을 뉘일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한 난방용품은 전기장판 하나가 전부었으며 에어컨도 없어 여름에는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