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오락가락 행정’에 신뢰 잃은 대전교육
1. 결국, 대전국제중·고가 어정쩡한 ‘분리 설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전시교육청은 28일 “대전국제중은 옛 유성중 부지에, 대전국제고는 일반 공립고 중에서 공모를 받아 설치하기로 했다”며 대전국제중·고교 설립 계획 변경안을 내놓았다.
2. 하지만 그동안 대전국제중·고 설립을 둘러싸고 대전시교육청이 보여 준 ‘오락가락 행정’은 대전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안정성이 생명인 교육 행정이 이렇게 원칙 없이 흔들려도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한 마디로,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는 것이다.
3. 애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예정지인 신동․둔곡지구에 설립키로 했던 계획은 수차례 진로를 변경했다. 과학벨트 사업이 표류하면서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던 신동․둔곡지구가 도심권 물색으로 갑자기 선회했다. 이때부터 대전국제중·고는 본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부유층 특권학교’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대전시교육청은 국제중․고 설립 부지로 옛 유성중 부지를 점찍었다. 충남도교육청이 내포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희소식(?)마저 들렸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탓일까. 충분하고도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은 대전시교육청은 금세 난관에 부딪혔다. 유성생명과학고 실습장과 주변 터를 활용하는 ‘묘안’을 만들고, 새솔센터를 문화동으로 쫓아내는 ‘결단’까지 감행하였지만, 이번에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골칫거리가 되었다.
결국, 대전국제중·고는 교육계 안팎의 거센 반대 여론과 설립지 선정을 둘러싼 온갖 잡음 등으로, 중․고 분리 설립이라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일단락되고 말았다. 3년에 걸친 ‘위험한 실험’은 여전히 뇌관을 간직한 채 일단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은 셈이다.
4. 이 모든 과정은 정치적 입지와 치적 쌓기에 눈이 먼 전․현직 대전교육감 두 분이 자초한 일이었다. 교육철학의 부재 속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특수목적고를 최대한 많이 세우거나 유치하려는 맹목적 과욕이 대전교육을 망쳐놓고 있는 것이다.
5. 대전국제중·고의 분리 설립으로 결론이 난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계층 간․지역 간 교육격차가 한층 심화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대전 지역의 교육격차는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학년도 대전외고 입시만 봐도, 사실상 서구 및 유성구의 일부 ‘잘나가는 학교들’의 집안 잔치였다는 게 중론이다. 유성구의 A중학교는 무려 16명이 합격했지만, 동부 지역 중학교들 중 상당수는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외고는 국제중․고 입시가 몰고 올 파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둘째, 사교육의 팽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전국제중의 입학 정원은 학년 당 4학급 100명이다(사배자 20명 포함). 정원 외로 뽑는 외국인 학생은 25명에 불과하다. 결국, 대전지역 초등생과 귀국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학교 입시’는 예전의 악명 높았던 대전중학교 입시를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영어유치원이 날개를 달 것이고, 사교육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국제고 역시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세종 등 국제고가 있는 5개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데, 학년 당 8학급 200명을 뽑지만 정원 외로 뽑는 외국인 학생은 30명에 불과하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고는 하지만, 중학교 영어 내신 성적보다는 심층면접이 실질적으로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여, 사교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반고 역량 약화와 보통 아이들의 학교 선택권 축소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현행 대학입시에서도 일반고가 홀대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교육청의 일반고 역량 강화 대책은 사실상 ‘빈손’인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기존의 일반고를 국제고로 전환할 경우,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하지 못하는 대다수 보통 아이들의 학교 선택권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집 근처 일반고에 가지 못하고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교육 수요자의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대전국제중·고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거짓임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6. 결론적으로, 대전시교육청은 대전국제중·고가 일부 부유층을 위한 특권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전혀 씻어내지 못하였다. 대전시교육청은 하나를 살리려고 아홉을 죽이는 교육 양극화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성찰하는 한편, 대전국제중·고 설립이 불러올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이고 내실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전교육 실패의 책임은 고스란히 설동호 교육감 스스로 져야 할 것이다.
2015년 1월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