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과 저항, 마음이 뻥 뚫려요” 젊은 관람객이 뱅크시 전시에 열광하는 이유 [펌]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패스트컨트롤이 정식 승인한 작품들, 국내 최대규모 전시
민중의 소리/ 김 세 운 기자 2024-07-19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이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다. 젊은 관객들은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 비뚤어진 시대를 향한 반항과 고발, 모호하지 않은 확실한 표현력, 행동하는 예술가의 모습에서 뱅크시 작품들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 (중략)
전시는 지하 4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며 관람하는 구조다. 매층 섹션에서 관람객은 친숙하게 아는 작품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만나게 된다.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잭앤질'(Jack & Jill), '폭탄사랑'(Bomb love),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 '네이팜(Napalm)' 등 다양한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얘들아, 미안해. 의미 있는 일자리가 없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불의에 대해... 동화는 끝났어. 세계는 기후 재앙을 향해 넋을 놓고 걸어 들어가고 있어. 어쩌면 현실 도피밖에 답이 없을지도 몰라." -뱅크시, 2015, 디즈멀랜드-
1전시장에 놓인 뱅크시의 '디즈멀랜드'에는 이런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 디스멀랜드; 아이들의 꿈과 동화를 담은 디즈니랜드에 디스멀(dismal, 암울한)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것.)
디즈멀랜드에서 만난 ...남보라 씨(31)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썼던 뱅크시의 글귀는 2015년인가, .. 오래전에 한 이야기인데 ... 뱅크시가 통찰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점점 자동화가 되고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만 사람들이 하잖아요. 전문직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이 내가 뭔가 세상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사회적 시선도 있고, 그렇게 하면 패배자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고 ... 자본주의에 대해 .. 약간 포기한 느낌인데, 그런 걸로 인해 오히려 강한 비판이 되는 것 같아요. (전시를 보기 전엔) 그런 생각을 안 하다가 '아 진짜 내가 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인가?'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뱅크시에 대해 잘 모르다가, 동아리 친구들과 전시장을 방문했다는 이기혁 씨(22)는 "전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은데 어둡다, 그런 느낌이에요...사회 분위기에 저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전시장을 찾은 장정은 씨(21)는 "정치적인 그림이 많은 것 같고.. 이 작가가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느낌, 전쟁의 폭력성을 보여주려는 게 많이 느껴졌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뱅크시의 '네이팜'을 언급했다.
('네이팜'은 베트남전 사진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AP 사진기자 닉 우트가 1972년 찍은 '네이팜'의 원작 사진에는 미군의 공중폭격으로 어린 소녀 판티 킴푹이 울부짖으며 마을을 빠져나오고 있다. 뱅크시는 '네이팜'에서 울고 있는 소녀 사이에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맥도날드의) 광대를 둔다. 그리고 이 두 거대기업이 가녀린 소녀의 양팔을 잡게 한다.)
장정은 씨는 "베트남 전쟁에서 손에 화상 입은 소녀의 양팔을 미키마우스와 광대가 잡고 웃는 사진이 있어요. 베트남 전쟁을 알고 있는데, 소녀가 화상을 입고 울고 있는데 옆에 (우리가 친숙하다고 생각하던) 캐릭터들이 웃고 있으니 소름이 끼쳤어요."라고 말했다. ... 또한 그는 "모두 흑백인데 빨강 포인트만 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그림이 모호하지 않고 확실한 느낌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전시에선 대중에게 익숙한 '풍선과 소녀'가 어떻게 파쇄되었는지 공개하는 영상도 있고 ...뱅크시의 색다른 작품들도 볼 수 있다. 특히 ...뱅크시의 초창기 자서전도 공개됐으며, .. 초기작에서 자주 쓰인 '쥐' 모티프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동통로에 그려진 감각적인 그라피티나 끝 전시장에서 만나는 거대한 하트 조형물도 ...또 다른 볼거리다.
평소에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닌다는 대학생 김은채(21) 씨는.... "뱅크시가 생각보다 반전과 평화에 관심이 많은 작가구나 싶었다. 팔레스타인도 그렇고 여러 난민이 있거나 전쟁이 난 곳에 직접 가서 그리기도 하는게 예술가 입장에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뱅크시가 작품을 통해 전하려 한 메시지를 보면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해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작품의 의미를 좀 다르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데.. 그 표현력이 되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페스트컨트롤이 정식승인한 작품 29점과 영상작품 등 13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 전시다. (패스트컨트롤; 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회사로, 그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주는 회사이다. 뱅크시는 익명의 예술가라서 그가 직접 기획한 'CUT & RUN' 외에 공식 인증한 전시는 없다. 그래서 뱅크시 전시는 페스트컨트롤 인증 작품의 여부가 핵심이다.) .......
출처; https://vop.co.kr/A000016580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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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뱅크시(Banksy)
모든 게 정체불명인 영국의 화가, 그래피티 아티스트, 사회운동가, 영화감독이며,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작가이다.
뱅크시의 작품은 미술과 정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며 독특한 시각과 메시지를 전한다. 항상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남들이 안 볼 때 작품을 만들고 사라지며, 인터뷰를 통해 대면한 사람도 극소수다.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예술작품을 공개하고 나서야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는 1990년부터 활동했다고 하니, 나이는 40~50대로 추정된다(가디언 언리미티드 기사에 의하면 1974년생이라 한다). 본명은 '로버트 뱅크스'로 알려져 있다. 백인이고, 브리스톨시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퇴학 당했는데, 그는 14살부터 낙서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뱅크시의 작품은 기존 예술이나 사회 권위를 비판하는 '제도비판 예술'이다. 예술계를 비판할 뿐 아니라 반전, 반권위적 성향도 강하다. 한번은 대영박물관에 잠입해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하고 도망갔는데,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 줄 몰랐다.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에서도 같은 행위를 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놓아둔 미사일 딱정벌레는 23일간이나 전시됐다고 한다. 이는 예술을 겉치레로 여기고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행위예술이었다.
그 외에도 그가 자주 하는 것으로 그래피티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몰래 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려면 속도가 생명이라서 판에 구멍을 뚫고 물감 등을 통과시키는 스텐실 기법을 활용한다. 뱅크시가 그래피티를 그리기 시작할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유명해지니까 자기 벽에 그림이 그려지면 너도나도 보존하고 팔아대기 시작했다. 담에 그린 그림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건물이 통째 경매에 나오는 등의 일이 일어나자, 뱅크시는 2013년 10월 센트럴 파크에 자기 그림을 늘어놓고 $60에 판매를 하였는데 6시간 동안 고작 3명이 총 8장을 구매하였다. 이 또한 예술의 허례허식을 비판하는 행위예술이었다. [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