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랍문화
사라센문화 또는 아라비아문화라고도 한다. 아라비아인을 정치적 중심세력으로 하여 이란인·투르크인들의 합작으로 이룩된 것이며, 동시에 고대 오리엔트시대 이래의 서아시아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여기에 인도·그리스의 문화를 혼합하여 융합시킨 세계문화로서, 그 기조(基調)가 된 것이 이슬람교와 아랍어이다.
옛 아라비아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반도에서 진출하여, 시리아 ·이집트를 정복한 무슬림(이슬람교도) 아라비아인들은 예전부터 그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비잔틴제국의 문화와 접촉하였다. 우마이야왕조 시대(661∼750)는 시리아가 정치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이 시대에 이미 그리스 계통의 학문이나 공예를 받아들여 종합적인 이슬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아바스왕조 시대(750∼1258)에 와서 정치의 중심이 이라크로 옮겨지자 오랫동안 이 지방을 지배하여왔던 페르시아계의 제도 ·문화가 많이 흡수되었다.
산스크리트에 의한 인도의 천문학 ·의학 그 밖의 문헌도 일찍이 8세기 후반부터 아라비아어로 번역되기 시작하였다. 아바스왕조 초기부터 제5대 하룬알라시드의 시대에 걸쳐서 역대의 재상을 배출한 중앙아시아 출신의 바르마크가(家)는 인도의학과 이란 문화 도입의 중심이 되어 활동하였다. 아바스왕조 초기부터 중국의 제지(製紙)기술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슬람 세계에 전파되어 기록 ·인쇄에 귀중한 재료가 되었으며 회화(繪畵)와 직물(織物) 등에 있어서도 중국으로부터 약간의 영향이 있었던 형적이 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불교사상도 이슬람 세계에 어느 정도 전달된 것이 인정되고 있다. 이와 같이 외래문화의 섭취가 유행하였던 시대는 무타질라파(派)라고 하는 합리주의를 중시하는 이슬람 신학(神學)의 일파가 세력을 떨치던 때와 거의 일치하며, 칼리프의 마문은 그 학파의 보호자였다.
2.동남아 문화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중간지대를 차지하여 문화적인 면에서도 두 나라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베트남은 BC 2세기에서 AD 9세기경까지 한(漢)민족의 지배를 받았으므로, 문화는 거의 중국적인 요소로 이루어지고 인종도 일찍이 중국 남쪽에 번영한 월족(越族)과 관계가 있다. 타이족(族)도 본래 중국의 쓰촨[四川]·윈난[雲南] 등지에 살았던 민족으로, 언어와 그 밖의 문화적인 면에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짙다.
그러나 역사시대에 동남아시아 전지역에 걸쳐 현저하게 나타난 문화적인 현상은 인도문화의 파급과 그 섭취이다. 베트남 등 중국 남서부의 민족·국가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민족이 인도문화의 혜택을 받았고, 그들의 문화적 유적은 거의 인도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독일 민족학자 A.바스티안이 동인도제도(East Indies) 또는 외인도(外印度:Inde extérieure)라고 부른 지역에 ‘인도네시아’라는 명칭을 붙인 것도, 이 지역이 인도문화의 전파지역이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였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은 역사적으로 여러 외래민족이 뒤섞여서 이른바 ‘복합사회’를 형성하는 곳이 많으나, 아직 전반적으로 도시화는 미숙한 상태이다.
자급적·전통적인 촌락생활이 주축을 이루며, 그들 촌락에는 혈연적·지연적인 결합관계를 바탕으로 상호부조적인 제도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여러 외래종교는 각 민족의 생활을 강하게 지배하는 요소가 되고 있으나, 동시에 예로부터 애니미즘적인 원시신앙이 뿌리를 박고 있어 그것이 결합된 의식이나 범절을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연례행사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화는 지역적 다양성을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공통된 통일성이 있는데, 이는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현상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