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로제타 홀 여사를 아십니까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05.09. 21:06
업데이트 2023.05.10. 01:06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도중 “19세기 말 한국에 온 미국의 선교사들은 학교와 병원을 지었다”며 구한말부터 식민지 시기까지, 2대에 걸쳐 의료 봉사 활동을 했던 로제타 홀 여사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 연설에서 함께 언급된 언드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과 달리 로제타 홀은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25세 젊은 미국인 여의사 로제타가 1890년 제물포항에 발을 디딜 때 어렵고 힘든 삶을 각오하긴 했다. 그러나 가혹한 시련이 될 줄은 몰랐다. 1894년 11월, 청일전쟁 격전지였던 평양에 의료봉사 하러 갔다가 남편 윌리엄 홀을 감염병으로 떠나보냈다. 결혼 3년도 안 됐고 배 속엔 둘째가 자라고 있었다.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낳아 데리고 들어온 둘째 딸마저 이질로 잃었다. 남편과 딸을 한국 땅에 묻었다.
▶이후 로제타 여사의 삶은 개인의 불행을 봉사로 승화하는 과정이었다. 교회사 연구가인 박정희의 저서 ‘닥터 로제타 홀’엔 역경 속에 인류애를 꽃피운 그녀의 삶이 기록돼 있다. 로제타는 거듭된 불행을 신앙으로 이겨내며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저는 길을 모릅니다. (중략) 비록 이 땅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잃었지만, 제 아들 셔우드와 한국에서 오래 사역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다시 일어선 로제타 여사는 남편과 딸 이름으로 기념 병원을 지었다. 여성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광혜여원도 설립했다. 국내 첫 시각장애인 학교인 평양여맹학교를 세웠고, 한글 기반 점자를 최초로 개발했다. 고려대 의대의 모태가 된 조선의학강습소도 개소했다. 조선 여성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여의사 양성에 힘썼다. 그녀가 미국에 보낸 박에스더는 첫 여성 의료 유학생이자 첫 여의사였다. 1933년 68세 노인이 되어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43년간 가난하고 병든 조선인을 돌봤다. 부모처럼 의사가 된 아들 셔우드와 며느리 매리언도 식민지 조선인을 괴롭힌 결핵 퇴치에 앞장섰다.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는 홀 집안 5명이 안장돼 있다. 1951년 로제타 여사가 별세하며 남편과 딸이 있는 한국 땅에 묻어달라 했고, 1991년 같은 해 세상을 뜬 아들 셔우드 박사 부부도 양화진 묘역에 묻혔다. 셔우드 박사는 “아직도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대한민국의 지금 모습은 한국이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홀 집안의 70년 봉사 덕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새삼 그 헌신을 떠올리게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논설실 논설위원
김태훈 논설위원
많이 본 뉴스
[朝鮮칼럼] 워싱턴 선언을 넘어 핵 잠재력 확보에 나서자
[만물상] 로제타 홀 여사를 아십니까
[주강현의 해협의 문명사] 두 바다, 두 대륙 충돌하는 절묘한 공간… 대항해 시대 여기서 시작했다
100자평17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先進韓國
2023.05.09 21:57:54
로제타 홀 여사님, 감사합니다. 사실 한국이 오늘날 이만큼 발전한 것은 개화기 초기 미국인 선교사들의 희생에 크게 힘입었습니다.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도 그분들이 세운 학교입니다. 한국은 그분들의 은공을 잊으면 안 됩니다. 지금 반미를 외치는 종북 좌파 놈들은 배은망덕한 인간들입니다. 미국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한국은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준 조선일보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103
0
hoya7
2023.05.09 23:15:10
로제타 홀 여사의 아들 셔우드 홀은 조선 사람들이 결핵으로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원산에 조선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만들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씰은 로제타 홀 여사의 아들 셔우드 홀이 만들었습니다. 셔우드 홀님의 자서전 조선회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보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추방될때에 부산의 한 공원에 태극기를 걸어놓고 가족들이 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선인을 위해 일하다가 남편과 딸을 잃었지만 그 아비에 그 아들인지 아들도 의사가 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홀가의 묘소가 있고 강원도 화진포에는 셔우드 홀이 만든 별장이 있는데 그게 소위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건물입니다. 조선을 사랑한 셔우도 홀 가문 사랑합니다.
답글
1
85
0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Solideo
2023.05.10 07:21:14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 진 곳은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휴양지였습니다.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풍토병으로 많은 고생을 했으며 이를 치료하고자 화진포에 요양소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훗날 김일성이 잠시 다녀간 것으로 인해 김일성 별장이라 불려졌습니다 1890~1950년대 까지 암흑기에 교회를 세워 한글 사용을 확장시키고, 한국의 문명퇴치를 위해 학교를 세운 것과 의료활동을 한 것이 선교사들이 이 땅에 행한 것입니다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는 이를 잘 알려 주는 곳입니다 선교사의 노력과 헌신으로 세워진 한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분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블랙잭
2023.05.09 23:30:10
존경스러운 삶이다.
답글작성
68
0
살구꽃피다
2023.05.10 01:17:05
천사와 같은 분이시다. 한국에 오신 선교사들은 유난히 사랑과 능력이 많으신 분들이시다. 그들의 사랑과 헌신과 섬김으로 대한민국은 기독교 국가가 되었고 문맹을 벗어나 세계10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감사를 잃은 국민은 미래가 없다. 정말 감사하다. 같은 민족인 김일성은 동족을 잔인하게 학살하였고 그를 따르는 주사파들과 종북세력들은 사랑과 헌신과 섬김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종족들이다. 지금 그들의 내로남불을 보노라면 수치심을 느낀다. 거룩한 선교사들의 삶을 본받아 다시 한 번 하나님이 부르신 이름 코레아로 거듭나자.
답글작성
21
0
대성
2023.05.10 02:51:27
우리가 홀가로 부터 입은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답글작성
18
0
느디님
2023.05.10 03:55:36
닥터 홀의 '조선 회상'이라는 책을 보면, 남편되시는 닥터 홀께서는 우리나라 결핵 퇴치를 위하여 '크리스마스 씰'을 창안하셨습니다! 요즘은 폐결핵이 적어서 크리스마스 씰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요~
답글작성
15
0
우상근
2023.05.10 03:42:46
맙소사...20대 후반(30대초반)의 애딸린 과부 여의사가 근 40년을 척박한 조선땅에서 봉사하며 섬기다니...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초인적인 힘이...가히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답글작성
13
0
오병이어
2023.05.10 05:02:50
로제타 홀 여사님! 감사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짐으로 대한민국이 의학 발전했군요. 훌륭하십니다.
답글작성
12
0
금과옥조
2023.05.10 05:27:25
로제타 홀 여사님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10
0
박효철
2023.05.10 06:17:46
참으로 감동적인내용 입니다 죽창가 부르는 인간들아 잘보고 양심 이 있으면뉘우 치고 애국 애족 하면서살아라
답글작성
8
0
bearking
2023.05.10 06:15:35
미국인 선교사님들의 조선과 한국에 대한 희생과 봉사는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존경합니다.
답글작성
7
0
밥좀도
2023.05.10 05:32:56
로제타 홀, 그대는 진정 영웅이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그대 삶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답글작성
7
0
저녁노을
2023.05.10 08:17:02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했던 사람들입니다. 남편 윌리엄 제임스 홀 선교사님도 의사였으며 감염병이 창궐하는 평양에서 진료하시다가 감염병에 걸려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참으로 귀한 가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4
0
한국남9
2023.05.10 07:35:47
문재인 패거리들 한테는 그저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 일뿐 입니다.
답글작성
4
0
그낭독자
2023.05.10 07:29:07
감사합니다 여사님과 가족분들~~ 하늘에서 영원한 안식을 하시길요~~ 감사합니다~
답글작성
4
0
찐빵
2023.05.10 08:37:37
1933년 68세 미국으로 돌아가.. 일제치하인데 여행의 자유는 있었나보다 .. 북한은 여행의 자유도 없는데..
답글작성
1
0
donsari
2023.05.10 06:40:23
로제타홀, 셔우드홀...캐나다 사람입니다. 모든 자료가 다 캐나다로 나와있는데...
답글
2
1
1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donsari
2023.05.10 07:00:56
주한캐나다 대사관은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한국 여권을 위해 기여한 캐나다 여성 중 한 사람을 소개했다...로제타 홀 박사는 1892년 캐나다인 의료선교사 윌리엄 제임스 홀과 결혼하면서 캐나다 시민이 되었다. 그리고 85세에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이 묻힌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지에 안장되었다.... 캐나다 대사관 발표자료는 틀린건가? 캐나다에서 언급했으면 더 정확하고, 좋았을 것을...
reader
2023.05.10 06:47:21
로제타는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인이고, 남편 윌리엄이 캐나다인. 아들 셔우드는 서울에서 태어나 아버지 국적을 택했지만, 의대 졸업 후 돌아옴.
많이 본 뉴스
1
[단독] 北이 두려워한 김관진의 귀환...국방혁신위 부위원장 내정
2
‘위믹스 60억’ 외에 또다른 ‘28억 지갑’ 나와... 커지는 김남국 의혹
3
“밤 10시까지 가게 지켜도, 수중엔 월 30만원” 퇴직 창업자들의 눈물
4
[단독] 공천룰 바꾼 민주, 이재명·조국 총선 출마 길 터줬다
5
백마고지 영웅의 마지막 길,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6
‘파리의 늑대’ 소환될 듯…中 전랑외교의 상징이 팽 당하는 이유
7
구글 이긴 매끄러운 번역… 딥엘 창업자 “한국어, 세계 5大시장 될 것”
8
강남서 뺑소니 사고 낸 포르쉐 운전자, 대통령실 출신 변호사였다
9
“내가 60 넘어 몸에서 아저씨 냄새 없앤 방법”
10
우주항해 47년째 보이저 1·2호, 수명 늘리려 히터까지 껐다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문화·
라이프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