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치(治)를 논(論)하다
一. 충(蟲)을 치료(治)하는 방제(劑)
충(蟲)의 세(勢)가 급(:驟急)하여 심복(心腹)을 상공(上攻)하므로 통(痛)하면 마땅히 소충전(掃蟲煎)으로 그 표(標)를 먼저 치료(治)하여야 한다.
만약 충적(蟲積)이 견고(堅固)하면 마땅히 엽충환(獵蟲丸) 우선단(遇仙丹) 복향빈랑환(木香檳榔丸) 백순환(百順丸)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조금 완(緩)하고 질(質)이 약(弱)하면 마땅히 무이산(蕪荑散) 화충산(化蟲散)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타충(打蟲)하는 처방(方)은 연수근(楝樹根) 빈랑(檳榔) 학슬(鶴虱)을 여름에는 즙(汁)을 취하여 마시고, 겨울에는 진하게 달여(:濃煎), 음(飮)하는 것이다." 하였다.
또 만응환(萬應丸)도 매우 묘(妙)한다.
一. 충(蟲)을 치료(治)하는 법(法)
생각하건대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앞의 반 달(:月)은 충(蟲)의 두(頭)가 위로 향(向)하므로 치료(治)하기가 쉽고, 뒤의 반 달(:月)은 충(蟲)의 두(頭)가 아래로 향(向)하므로 치료(治)하기가 어렵다. 먼저 육즙(肉汁)이나 당밀(糖蜜)로 충(蟲)의 두(頭)를 위로 향하게 유인(引)하고 그 연후에 약(藥)을 써야 한다." 하였다. 이는 모두 좋은 법(法)이다.
그런데 이는 오직 완치(緩治)하는 법(法)일 뿐이다.
충(蟲)의 증(證)이 심급(甚急)하면 어찌 그 시(時)를 기다릴 수 있겠는가? 또 보름달(:望 음력 15일)의 전(前)과 후(後)로 충(蟲)의 두(頭)를 변(辨)하는 것은 묘망(渺茫: 아득하다)하니 근거(據)도 없는 것이다.
오직 먼저 향이(香餌)를 써야만 충(蟲)의 두(頭)를 유인(引)할 수 있으니, 어찌 보름달(:望) 뒤에는 치법(治法)이 없다고 하겠는가? 치료(治)의 어려움을 어찌 걱정(:慮)하겠는가?
서동고(徐東皐)가 이르기를 "충(蟲)을 치료(治)하는 처방(方)은 정말 많으니, 쓰는 자가 그 법(法)을 모르면 또한 충(蟲)을 하(下)할 수 없다. 단계(丹溪)는 '충(蟲)의 두(頭)가 아래로 향(向)할 때에는 반드시 위로 향(向)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법(法)은 당연히 반 달(:月半)이 되기 전(前)에 행(行)하여야 한다.' 하였다.
만약 충(蟲)이 식(食)을 얻으면 약(藥)을 식(食)하지 않아 충(蟲)을 하(下)할 수 없으므로 헛되이 그 허(虛)만 사(瀉)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비록 처방(方)이 있어도 그 법(法)을 모르면 그 처방(方)도 또한 효(效)하지 못한다.
충(蟲)을 하(下)하려면 반드시 먼저 하루를 굶어 충(蟲)이 기(饑)하게 한다. 다음 날 아침 오경(五更: 04시 내외)에 유(油)로 전(煎)한 육(肉)을 오래(:良久) 씹어서(:嚼) 복내(腹內)의 충(蟲)이 육(肉)의 향(香)을 맡고는 그 두(頭)를 모두 위로 향(向)하게 하여 식(食)하게 한다. 이 때 계란(:鷄蛋) 부침개(:煎餠)에 약(藥)을 합하여 씹어서 먹고, 바로(:須臾) 총탕(蔥湯)이나 백수(白水)를 소소(少少)하게 마셔서 약력(藥力)이 하행(下行)하도록 도우면 2시간(:時)을 넘지 않아 충(蟲)이 모두 하(下)하니 심(甚)하면 몇 승(升)에 이른다. 그 연후에 흰죽(:白粥)으로 보(補)하고, 이어서 보제(補劑)를 복용하여 비위(脾胃)를 조리(調理)하면 질병(疾)이 모두 낫게 된다." 하였다.
一. 치법(治法)의 경험(:驗)
옛날 어떤 사람이 심복(心腹)이 크게 통(痛)하고 혹지(或止) 혹작(或作)하며 통(痛)하여 참을 수 없었다. 거적(去積) 행기(行氣)하는 등의 약(藥)을 썼지만 백방(百方)에도 효(效)가 없었다. 단지 통(痛)이 극(極)할 시(時)에는 반드시 주먹(:拳)으로 쳐야만 통(痛)이 조금 그치니라. 지(止)하였다가 작(作)하기를 오래하면서 낫지 않았고 날로 곤폐(困弊)함이 더하였으니, 그러한 연고(故)조차 헤아릴 수 없었다.
갑자기 어떤 이방인 승려(:胡僧)가 보고는 이르기를 '내가 치료(治)할 수 있다.' 하였다. 이어 병자(病者)에게 먼저 향이(香餌)를 식(食)하게 하고 이어서 약(藥)을 1환(丸) 진(進)하였더니, 딱딱한 주둥이(:嘴)를 가진 이상한 충(蟲)을 하(下)하고는 나았느니라.
이는 충(蟲)이 장(腸) 장(藏)을 깨물어서(:嚙) 통(痛)이 극(極)하였고, 주먹으로 치면(:槌) 오내(五內)가 진동(震動)하므로 충(蟲)도 또한 외(畏)하여 복(伏)하려고 하고, 주먹으로 치지(:槌) 않으면 충(蟲)이 자유(自由)를 얻어 다시 작(作)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충(蟲)을 경험(:驗)한 기이(奇)한 법(法)이었다. 따라서 심복통(心腹痛)의 증(證)이 나타날 때 단지 유안(揉按: 주무르다)이나 중염(重捻: 몹시 비틀다)을 써서 통(痛)이 잠시 그치면 충(蟲)으로 인하여 그런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