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국내 처음 ‘POD 서비스’ 제공
광화문점에 30평 규모 ‘책공방 서비스’ 개장
국내·외 품절·절판 도서, 개인출판물 판매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을 내걸고 지난 8월 27일 재개점한 교보문고가 국내 서점 최초로 ‘POD(Publish On Demand)’ 서비스를 선보였다.
POD(Print on Demand, 주문형 출판)란 출판물의 편집된 내용을 디지털 파일로 저장해 두었다가 수요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디지털 인쇄기를 통해 짧은 시간안에 원하는 부수 만큼 책을 제작·공급하는 출판 형태이다.
교보문고 POD 서비스개발 공병훈 팀장은 “국내 출간 도서 ‘10권 중 4권’이 품절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원하는 세상의 모든 책을 공급하는, 없는 책이 없는 서점”이라는 교보문고의 핵심가치에 맞춤한 서비스인 것.
광화문점 내에 30평 규모로 문을 연 ‘책공방(POD) 서비스’에서는 국내외에서 품절 되었거나 절판된 도서를 종이책으로 만들어 준다. 서비스 시작 4일 만에 복간 주문만 3천400종이 들어왔다. 교보문고는 공간이 협소하고 소음 발생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 바로 제작해 주지 않을 방침이다. 주문에서 제작까지 3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된다. 지금은 출판사와 계약 문제로 3주 정도 걸린다. 현재 가능한 POD 종수는 내서 1만7천종이다. 외서 240만종은 내년 3월 이후부터 가능하다. 복간 POD 도서는 1부도 주문받는다. 책값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가보다 20% 가량 비싸다. 제작비는 책값의 60~70%를 차지한다. 주문은 교보문고 홈페이지 POD 서비스(pod.kyobobook.co.kr)를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하면 된다. 배송료는 고객 부담이다. 결제는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받는다.
개인이 모은 시집이나 단편소설 모음집, 신문 스크랩북, 그림 및 명화 등을 편집한 맞춤 책이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은 책, 포토북, ‘맞춤동화’, 큰 활자도서도 제작해 준다. 이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이후 제공된다. 개인출판물 제작비는 200쪽 기준, 10권에 99만9천원이다. 교보문고는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은 개인 출판물인 POD 도서를 온라인 매장인 인터넷 교보문고와 16개 오프라인 매장, 모바일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할 예정이다. 복간된 POD 도서와 개인이 출판한 POD 도서는 ISBN을 사용하지 않고, 교보문고 내부 바코드를 사용한다.
교보문고는 국내 도서 POD 제작을 위해 후지 제록스사의 흑백, 컬러 디지털 인쇄기 각 1대를 파주출판단지내에 들여 놓았다. 외서 POD 제작을 위해서는 미국 온디맨드북스사가 2007년 개발한 ‘에스프레소 북 머신’ 1대를 내년 2월께 들여온다. 교보문고 측은 “예정 도입가를 밝히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대당 17만5천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300쪽 짜리 단행본 1권을 3~5분이면 만들 수 있다.
외국 서점에서는 이미 POD 출판을 시작하고 있다. 영국의 블랙웰 서점은 2009년 4월 24일부터 자체 온라인서점을 통해 P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약 40만 종의 책이 가능한데, 그 가운데 25만 종 이상이 절판된 책이거나 독자들에게 잊혀진 책이다. 주문형 출판이 가능한 목록은 100만 종을 넘어설 예정이다. 가격은 서점 판매가와 동일하다. 현재 책 인쇄에 드는 비용은 1쪽당 10펜스(약 200원)이다. 영국 아마존닷컴은 2008년 10월 주문형 출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인쇄부터 최종 배달까지 48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펴낸 ‘주문형(POD) 출판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주문형 출판을 통해) 대형 체인서점은 서가 공간을 줄이는 대신 고객에게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점 공간은 책을 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식·정보 교류의 중심센터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독자는 서점에서 전세계의 절판된 책, 재고가 없는 책, 저작권이 소멸된 책, 도서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희귀서까지 모두 그 자리에서 손에 쥘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서점신문 제232호(2010년 5월 10일자 3면) 참조〉
교보문고의 POD 서비스는 독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연구보고서나 전문 도서를 만드는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쌓여가는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는 이번 서비스 개시에 앞서 지난 7월 6일 출판사를 대상으로 POD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교보문고는 “출판물의 성격에 따라 기존 출판과 POD 출판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존 출판은 베스트셀러를 노리는 주요 신간이나 효자 상품이 되는 백리스트(backlist, 출간 도서 목록)로 제작하고, POD 출판으로 전문 분야 서적 및 교재류와 아깝게 느껴지는 품절 도서를 제작하자는 제안이다. 국내 출판계는 연간 1,000권 이상 팔리는 책을 백리스트로 보고, 연간 500권 이하로 팔리는 책은 품절 대상 목록으로 판단한다. 여기에서 출판사는 연간 500~1,000권 사이로 판매되는 도서를 항상 고민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POD 출판이라는 것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신간을 POD 도서로 먼저 출간해 독자들의 반응을 본 후 일반 종이책으로 인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POD 시스템으로 단행본을 발행하는 출판사가 있다. 언론·홍보학 관련 전문 출판사인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09년 현재까지 발간한 총 1,700종 가운데 약 80%인 1,400종을 POD 방식으로 생산·판매했다. 또한 연간 판매량의 약 50% 정도를 POD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 출판사는 2009년 9월부터 대학교재 맞춤형 제작 서비스인 ‘리딩 패킷(Reading Packet)’ 서비스를 도입했다. 각기 다른 책에서 구매자가 원하는 장(章)들을 모아 필요한 수량만큼 인쇄·제작해 주는 강의용 교재 제작 지원 서비스이다. 이 출판사가 출간한 대학교재 700여 종을 장(章) 단위로 조합하여 구매하도록 서비스한다.
교보문고에서 POD 도서를 제작하면 책값을 누가 결정할까. 기존 책과 마찬가지로 출판사가 결정한다. 다만 기존 종이책의 150% 가격이 최저 가격이다. 본문이 컬러일 경우에는 종이책 정가의 200% 이상이 최저 책값이다.
POD 출판의 수익 구조는 정가 1만원인 도서의 경우, 기존 도서는 도서공급률이 위탁 70~80%, 매절 55~60%로 유통된다. 출판사는 한 권을 팔 때 마다 5천500원에서 8천원이 매출액이다. POD 도서는 기존 도서 정가의 150% 선에서 결정된다. 즉, POD 도서는 정가 1만5천으로 책정된다. 이 가운데 저작권료와 출판사 수익은 기존 도서 정가의 30%인 3천원(POD 도서 정가로 계산하면 20%)이 일괄 지급된다. 교보문고 매출액은 한 권당 1만2천원이다. 출판사는 판매내역을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기간별, 도서별로 조회 할 수 있다.
POD 도서는 페이퍼백(paperback, 종이표지에다 본문 용지 질을 낮춘 저렴한 책) 위주로 만들어진다. 표지는 옵셋 인쇄 수준이지만, 하드커버 제작은 다소 어렵다. 정전기 방식의 토너로 인쇄된다. 인쇄 수준은 일반 옵셋인쇄의 90~95% 수준이다. 본문 인쇄는 흑백과 컬러가 모두 가능하고, 본문 용지는 미색이나 백색 모조지가 사용된다. 책 크기는 A4 정도(가로 380㎜, 세로 520㎜)만 쓸 수 있다. 더 큰 책은 만들지 못한다. 제작 기간은 주문에서 배송까지 PDF 파일이 있으면 2~3일, 파일이 없으면 6~7일 정도 걸린다. POD 도서는 반품이 안된다.
교보문고는 저자와 POD 도서 출판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교보문고는 “출판사와 계약 관계가 정리된 저자나 개인 출판물은 출판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POD 서비스가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만큼 개선할 할 점도 많다. 가령, 기존 출판보다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고, 인쇄 품질이 떨어진다. 또 국내에는 POD 관련 법 조항이 없다. POD 판권 표기도 정리해야 한다. 특히 콘텐츠 보안이 문제다. 교보문고 측은 출판사가 PDF로 제공한 콘텐츠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고, 출판사가 DRM을 통해 횟수 제한을 걸도록 했다고 밝혔다.
개인 출판물, 복간 도서, 출판사 도서 등 모든 POD 도서 제작은 크로스미디어(www. xrossmedia.co.kr)가 맡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000여 대의 디지털 인쇄기가 도입되어 있다. 이 가운데 22% 정도인 655대가 POD 서비스가 가능한 컬러 디지털 인쇄기이다. 그러나 일반 상업인쇄물 제작이 7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인쇄문화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쇄물 시장규모는 2008년 현재 8조9천억 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디지털 인쇄 시장은 전체의 10%에 못 미치는 6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출판과 관련된 디지털 인쇄 시장은 디지털 인쇄 시장의 20%인 1,200억 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