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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황수신이 일찌기 부축을 받을만큼 술에 취해서 말에 널부러져 실린채 기생집을 지나다 그 곳에 묵게 되었다.
밤이 깊자, 술이 조금 깨어 일어나 눈을 떠보니 등잔불 그림자 아래에 여인이 다소곳이 있는 것이다.
살펴보니, 지난날, 사랑했던 기생이었다.
이에 놀라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냐?
기생이 대답하였다.
저희집에 머무는 것이오니 편안히 쉬십시오.
황수신이 그 말을 듣고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기생의 집이었다.
크게 화가 난 황수신이 종을 힐책하며 죽이려 하자, 종이 말했다.
오실 때 말머리가 이 집을 향하고 있었으므로 대인께서 이 집으로 고삐를 돌린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말이 기생집으로 향했던 것은 지난날 황수신이 기생집에 자주 왕래할 때에 기생집에서 워낙 착실하게 말을 잘 먹였기 때문이었으니, 말머리를 돌린 것은 말이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황수신은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고 종에게 명하여 칼로 말의 머리를 베어버렸다.
후에 황수신은 음관으로 재상의 지위에 까지 올랐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