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
박명숙
성냥불 타들어가듯 물빛 홀로 꼬부라지는데
정강이 일으켜 세우고 적벽이 건너온다
징검돌 하나씩 버리면서 저벅저벅 건너온다
어둠살 들이치는 물결과 물결 사이로
금천강 저녁답 실핏줄을 터뜨리며
적벽이 물 건너온다 들소처럼 건너온다
해거름 물소리는 솔기마다 굵어지는데
성미 급한 어둠을 한 걸음씩 들어올리며
핏물 밴 적벽 한 채가 철벅철벅 건너온다
지어紙魚
박명숙
글자와 글자 사이를 헤엄치며 놀다가
배고프면 퉁퉁한 글자 한 쪽 베어 먹고
건너뛴 음풍농월로 돌아가서 누웠다가
자음을 들쳐업고 모음까지 가는 길에
행간을 돌고 돌다 어질머리 찧다 보면
글이 날 파묻을 거야, 세상을 걸어 잠그고
―제2호 『성파시조문학』(통도, 2024), 성파시조문학상 대상 3편 중
첫댓글 현대 시조 즉 정형시에 대한 고민을 해 볼 부분이 있다. 시조의 생명은 형식을 지켜가는 것이다. 만약 형식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건 정형시 또는 시조라고 할 수 없다. 위 두 번 재 작품 2 연의 종장 표현이 조금은 거슬린다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보면 어떨까 해서 올려 본다.
글이 날/ 파 묻을 거야 , 글이/ 날 파 묻을 거야. 국어 통사론 입장에서 보면 글이(주어) +날=나를(목적어) +파 뭍을 거야(서술어)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음보, 즉 끊어 읽을 부분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다. 정형시학 봄호에 실린 오늘의 담론 이승하 교수의 한국 시조 시단의 도약을 바라면서 란 글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읽어보시고 함께 고민해 봅시다.
회원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회장님의 정형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여 존경스런 마음입니다.
회장님의 고견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면서 <지어> 둘째 수 종장에 날이 나를의 준말이기 때문에
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쉼표를 찍으려면 "파묻을거야",에 찍는 거보다 글이 날, 다음에 찍어주는 게 어떨까 싶네요.
현재 "글이 날/ 파 묻을 거야" 이 문장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거 같은 제 좁은 소견이기도 합니다.
시조를 사랑하는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