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세상으로 갈뻔했다>
-내가 타고 내려간 승강기가 한강물 속으로-
(그 위험한 순간. 아무도 없었다.)
이번 장마에 죽을 뻔했다. 조심하지 않은 나의 탓도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머뭇거리다가 이제야 글을 올린다.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벗님들도 조심하라고 이 글을 쓴다)
사흘 전 일이다.
연재물 글 관계로 한강을 나갔다.(한 월간지에서 한강 수해 관계 글을 써 달래서)
한강가로 내려가려고 강변 승강기의 문을 열었다. 승강기 바닥에 나뭇잎 지푸라기 같은 것들이 널려 있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탔다.
승강기가 내려갔다. 다 내려 왔나 했는데...
와~ 이게 웬일인가? 승강기 문이 열리기도 전에 물이 쏴아 하고 들어오질 않는가. 물은 계속 들어왔고... 나는 이제 승강기 안에 갇힌 채 물 속에서 죽는구나 생각을 했다. (이 날 팔당 댐을 열어 한강물이 엄첨 불어 있던 때였다.)
물은 계속 들어오고 머리까지 올라오면 이젠 죽는 거다.
콸콸콸... 죽음이 임박했다.
발등을 넘어 정갱이.. 무릎까지 올라왔다. 나로선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 그런데 그런데...물이 무릎까지 들어왔을 때 멈춰 주었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머리까지 올라오면 꼼짝없이 죽는 건데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멈춰 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중에도 나는 별 생각을 다 했다. 가족들, 가까운 친지들, 좋았던 과거들...
마음을 추스려 승강기 단추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승강기가 움직여 주었다.
근데 이상하다. 덜덜덜 떨면서 올라가던 승강기가 중간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이젠 꼼짝없이 갇혀서 나올 수도 누구에게 구조 요청을 바로 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비상벨도 꺼져 버렸고 모든 게 멈춰 있었다.
얼른 119를 눌렀다. 손전화라도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지 만약 이것마저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꼼짝없이 아무도 모르게 기계 안에 혼자 갇혀서 죽기만을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다행히 119에 연락되었다. 급한 마음에 말까지 더듬어지고...
아. 그런데 현장 도착이 바로는 어렵겠단다. 장마 뒤끝이라 길이 엄청 막혀서 구급차가 빨리 움직이기 어렵다며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승강기 안에서 숨이 막힐 듯하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 달라고 했다.
10분을 기다렸는데도 구급차가 안 왔다. 다시 연락을 했다. 급한 상황이지만
이동이 쉽지 않단다. 화가 치밀어 119가 그렇게 늑장 조치냐고 나무라듯 말했지만 거기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한 20분 지났는데 전화가 왔다. 다 왔는데 사고 지점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딴 곳으로 간 모양이다. 위치를 정확히 말해 주니 한 10분 후에 겨우 왔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승강기 밖으로 구급대원 몇 명이 보였다 이 순간, 소방관 제복의 그들이 천사들처럼 보였다.
'이제는 저들 때문에 나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확신을 했다.
그런데 일은 생각대로 그렇게 쉽지 않았다. 승강기를 움직이게 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승강기 유리라도 깨어서 구해 달라 했더니 거리가 있어 그것도 어렵단다.
승강기 업체에 연락한 모양이었다. 구조대측의 얘기대로 한 10분 더 기다렸다. 10분? 그 시간이 왜 그리도 긴지? 내 생전에 그 10분이 그렇게 긴 줄은 정말 몰랐다.
결국 승강기 업체 직원이 오고 수동으로 작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한 5분 후부터 승강기가 1미터쯤씩 올라갔다.
삶의 희망이 보였다. 이제는 살았구나~ 긴박함 속에서는 시간의 길이가 평소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한 15분 쯤 되었을까? 승강기가 위로 거의 다 올라왔다.
소방대원들은 나를 단 1초라도 빨리 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승강기가 끝까지 안 올라오더라도 몸이 빠져 나올 정도의 틈이 보이면
나와 보라고 했다. 틈이 좁아 나오기가 어렵다고 했다. 한 구조대원이 한 손을 내밀었다. 내가 좁은 틈으로 끌려 올라왔다.
와~ 죽음에서 삶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가 겪었던 긴박한 이 1시간의 순간은 너무나 길었던 시간이었다.
"승강기를 타지 많으셨어야죠."
"돌아가실 뻔했습니다."
...
"큰 장마 중에 이런 위험한 장치를 왜 방치해 둡니까? 접근 금지 위험 표지라도 해 놓았어야죠."
창피하기도 했지만 나도 할 말은 했다.
내가 위험을 감지하고 승강기만 안 탔어도 그들이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어떻든 그들이 고맙기도 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자리를 벗어나 걸음을 옮기는 순간 몇 명이 남아 위험 표시를 해 놓고 붉은 띠를 둘러 놓았다. 접근 금지 조치를 해 놓은 것이다. 당분간 또다시 여기서는 이런 사고는 없겠지.
겪고 나니 맨홀에 빠져 목숨을 잃은 이들이 생각났다. 위험 시설의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저 높으신 분의 은혜로 구조대원의 손을 빌어 삶을 찾았다. 너무도 감사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은근히 화가 나는 것은 내 좁은 소견 탓일까?
이번 사고는 누군가는 당했어야 할 일을 내가 당한 것이다. 저 높으신 분께서 목적하신 바 나를 택하셨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고 글도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시설물 관리 기관에서의 잘못은 잘못이고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조심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글을 남긴다.
-큰 일을 겪고 망설이다 글을 쓰다 (배우리)-
(이 사건이 있은 후 나는 요즘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아직도 긴장이 안 풀려서인가 보다.)
8월 13일 다시 그 현장에 가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