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가볼만한 곳으로 평화도서관을 추천한 친구.
예전에 아는 분과 가보았는데 참 인상깊었다며 다시 한 번 가자고 제안한다.
약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평화도서관.
어쩌나, 휴가란다.
애써 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평화도서관을 운영하는 분이다.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광주랑 순천에서 왔다 하니 먼 길 오셨다며 들어오란다.
전화위복. 오롯이 우리만이 독차지하는 공간이 되었다.
평화를 품은 집에는 제노사이드 역사 자료관, 평화 도서관, 다락갤러리, 소극장, 북카페 소라브레드가 있다.
우선 제노사이드관.
의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한 인종을 말살하는 것이 제노사이드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르완다 후투족과 투치족, 캄보디아 킬링필드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실제 세계 곳곳에는 지금 현재도 전쟁의 학살과 더불어 제노사이드가 자행되고 있다.
각 나라의 대표라는 인물조차 인종 차별주의로 얼룩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표님이 직접 각 나라들을 방문하며 모은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제노사이드에 관해 설명해주시는 대표님의 목소리는 신념에 가득 차 있다.
'태어나니 난민' 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박힌다.
다락갤러리에도 올라가 본다.
소녀상이랑 닥종이 인형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도 읽고 담소도 나누기 좋겠구나.
평화도서관.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공간을 최대한 살려 비스듬하게 지은 도서관에는 넓지는 않지만 없는 게 없다.
황수경 관장님이 나와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행운이 차고 넘치는 날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보자기가 보인다.
책보자기란다.
한 가지의 주제로 그림책을 선정하고 그에 관련된 카드와 놀이판이 보자기에 쌓여져 있다.
직접 보자기를 가져와 풀어 헤치고 놀이도 함께 하며 설명을 해주신다.
그 모든 것을 작가들과 더불어 직접 작업하셨단다.
주제를 정하는 것도, 그와 관련된 카드를 만들고 놀이판을 만드는 것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공력이 들어가 있는 게 여실히 보인다.
황수경 관장님의 부드러운 미소에는 그런 녹록치 않은 피나는 노고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진심 존경스러웠다.
이런 자료는 널리 전파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특히 평화와 통일이 남의 일인양 여겨지는 지금, 교육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자료들이다.
다행이 파주교육청과 연계하여 교육현장에 적용되어지고 있고 여기저기 연수도 많이 다니신단다.
현직에 있는 친구는 관련 책자를 구입하며 열성을 보인다.
좀 더 빨리 왔음 좋았을 걸,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환한 웃음으로 떠나오는 걸음까지 배웅해 주시는 관장님의 배려가 고맙다.
겉에서 보기엔 그저 한적한 시골에 지어진 건물 한 채에 불과할 것 같은 곳이, 안을 들여다 보면 이보다 알차게 꾸밀 수 있을까 싶게 오목조목 꼼꼼하게도 채워져 있다.
출판의 길에 종사하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다 만난 두 분.
평화를 사랑하고 그 일을 위해 평생을 함께 하는 두 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한편 고단하기도 했을 삶이 아릿하기도 했지만 가치있게 인생을 꾸리는 두 분이 못내 부러웠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아니 이 땅 위에 사는 그 누구라도 꼭 한 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평화를 품은 집, 평화도서관>이다.
첫댓글 파주가 서울에서 가깝게 느껴지는데 실제 가보면 꽤 멀더라고요.
출판단지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관심도 없고 관련도 없으니 가보지는 않았답니다.
그렇지만 영업차 LG디스플레이는 가본 적이 있답니다.
서울을 통과하는 자체가 퍽이나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평화도서관은 벚꽃피는 봄날 손주분들과 함께 체험하러 가면 참 좋을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