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생애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주요한 부분을 여덟 부분을 뽑아서 그림으로 만든게 팔상성도에요.
쉽게 생각해보면 유튜브 동영상을 8부분으로 나누어서 썸네일을 뽑아놓은게 팔상성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팔상성도를 간단하게 일단 설명을 드리면,
1. 도솔래의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에게 입태하기 전에 꾸는 태몽 이야기입니다.
2. 비람강생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 사문유관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카필라국의 왕자셨는데, 왕궁의 4대문 밖으로 나가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면서 출가하는 계기가 되는 장면입니다.
4. 유성출가상은
아버지왕인 숫도다나 대왕과 아내의 간청을 물리치고 밤에 몰래 빠져나와 출가하는 장면입니다.
5. 설산수도상은
출가하여 여러 스승을 찾아다녔으나 마침내 스스로
도를 깨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설산에 들어가 6년 동안 수행을 하는데 그 장면입니다.
6. 수하항마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행하고 있을 때 마왕가 나타나 수행을 방해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마왕의 항복을 받아내고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는 장면입니다.
7. 녹원전법상은
깨달음을 이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처음 깨달음에 대한 법을 전하는 장면입니다.
8. 쌍림열반상은
80세에 이른 석가모니부처님이 쿠시나가라에서 쌍으로 자라서 마주보고 있는
사라수 나무 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부처님의 죽음은 열반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열반에 드는 것을 묘사하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탄생부터 80세 열반에 이를 때까지의 긴 생을
아주 간략하게 8부분으로 나누어 그 대표적인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한거에요.
오늘은 이 중에서 세 번째 장면인 사문유관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태자의 탄생
석가모니 부처님은 기원전 약 624년전에 인도의 작은 나라 카필라국 석가족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아버지는 숫도다나 대왕이고 어머니는 마야부인입니다.
지난 시간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도솔천의 보살로 계시다가 천신들의 권유로
인간세상을 잘 살펴보고 카필라국의 왕자로 태어나기를 결정하고 마야부인의 뱃속에
잉태되는 이야기를 ‘도솔래의상’이라는 그림과 함께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야부인의 뱃속에 입태하고 열달이 지나서 마야부인은 아이를 낳으러 친정집으로 가다가
룸비니 동산에서 쉬어 갈 때 아기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셨다고 했어요.
그리고 동서남북으로 일곱걸음씩 걸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화택 아당안지”라고
했다고 했어요. 이 말은 “하늘 위, 하늘 아래 내가 홀로 존귀하니,
번뇌로 불타는 집과 같은 삼계를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는 말입니다.
이때 손가락을 오른손 검지는 위로, 왼손 검지는 아래로 향하셨어요.
그래서 부처님 오신날 아기부처님을 이제 목욕시켜 드릴텐데
그때 아기 부처님들은 대부분 이러한 동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게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가 전 이름은 고오타마 싯다르타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숫도다나 대왕은 너무 기뻐 아시타 선인을 초대하여 왕자의 미래를 예언받게 되죠.
왕자는 성장하여 왕이되면 전륜성왕이 되고, 성장하여 수행자가되면 깨달음을 얻는다고 예언을 받습니다.
그리고 7일이 지나자 어머니인 마야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그 시대의 관습대로 숫도다나 대왕은
태자의 이모인 마하파자파티와 부인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게 태자는 마하파자파티의 양육을 받으면서 자라나게 됩니다.
# 태자의 성장
싯달타 태자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숫도다나왕은 공부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춘 학당을 세우고
오백 명의 사까족 제자들을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대신들에게는 스승을 추천하여 명망과 학덕을 갖춘
위대한 스승이라고 불리우던 바라문들이 학당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태자는 64종의 문자를 익혔으며,
수학,
신화,
서사시,
경제학,
정치학,
수사학,
논리학을 배우고,
동식물 연구도 배웠으며,
음악,
기예까지 익혔습니다.
또 승마,
창술,
궁술,
격투기,
수영 등 29종의 군사학을 연마했습니다.
싯달타 태자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학문을 배워
스승의 학식을 뛰어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스승들도 태자에게 경외심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태자 나이 열아홉이 되자, 숫도다나 대왕은 태자를 결혼시키기로 하고, 결혼 상대는 태자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숫도다나 대왕은 보석이 담긴 오백 개의 꽃바구니를 준비하고 태자비 간택을 위해 연회를 열었습니다.
연회장에는 젊은 처녀들이 참가했고 준비된 오백 개의 바구니는 모두 나누어 주었을 때, 뒤늦게 연회장에 여인이 도착했습니다. 그 여인은 태자에게 다가와 바구니를 달라고 하자, 태자는 바구니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은 “저에게 창피를 주시려는 것입니까?”하고 말했고,
태자는 자신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서 여인에게 끼워주었습니다.
그 여인이 바로 꼴리아 족의 야소다라 공주입니다.
야소다라 공주는 싯달타 태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숫도다나 대왕은 태자와 태자비를 위해 우기철을 위한 궁전, 여름 궁전, 겨울 궁전의 세 개의 궁전을 지어 각기 철마다 머물게 하였습니다. 이 세 개의 궁전에는 높은 누각과 여러 개의 연못, 검고 단단한 목재로 지은 건물 안팎에는 사계절 기이한 꽃과 나무가 찬란했고, 새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긴 우기철에는 태자가 행여 답답해하지는 않을까 노래와 춤을 잘 추는 여인들을 보내 궁전에서 춤추고 노래하게 하였습니다.
사문유관상
# 네 개의 성문밖의 외출
새 봄을 맞이 봄놀이를 나섰을 때 였습니다. 동문으로 나서 굽잇길을 돌아서던 왕족의 행렬이
갑자기 튀어나온 노인으로 인해 갑작스레 멈췄습니다. 그 노인은 하얀 머리카락에 거무죽죽한
얼굴을 한 노인으로 지팡이에 의지하여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근육은 바싹 말라 가죽과 뼈만 앙상하고 몽땅 빠진 이빨에 지적지적 눈물과 콧물까지 범벅였습니다.
태자는 생각했습니다.
“늙는다는 것, 참 서글픈 일이구나. 생기를 잃어버리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다들 조롱하고 싫어하는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는 누구도 늙음을 피할 수 없다. 나도 저렇게 늙는 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나 또한 초라하게 늙어 사람들의 조롱과 혐오를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런 내가 저 노인을 비웃고
업신여길 수 있을가? 봄날처럼 짦은 젊음을 과시하고 자랑할 수 있을까?”
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태자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자 친족들은 나들이를 가자고 성화를 했고, 이 성화를 이기지 못해 태자는
다시 남문쪽으로 나들이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때 성문 길가에 거적때기를 둘러쓴 섬뜩한
귀신 몰골을 한 사람이 누워있었습니다. 엉겨 붙은 머리칼에 벌건 종기가 온몸에 불거지고,
종기에서는 더러운 피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며 자기가 토해 놓은
더러운 오물 위를 뒹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코를 잡고 멀찍이 물러설 뿐 누구 하나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뭐라도 붙들려는 듯 허공을 더듬는 병자의 손끝을 스친 태자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인들 저 아픔을 상상이나 했을까. 저 사람 역시 지난날엔 젊고 건강했으리라.
허나, 보라. 밤손님처럼 들이닥친 병마에 저리 쉽게 쓰러지지 않는가.
나 역시 저렇게 병드는 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나 또한 누구 하나 다가오지 않는
중병에 걸릴 수 있으리라. 그런 내가 어지 저 사람의 신음소리를 흘려버리고
기녀들의 노랫소리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단 말인가.”
친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나들이를 다녀올 때마다 태자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또 다시 마부 찬나의 손에 이끌려 이번에는 서문을 나서던 어느 날,
태자는 한 무리의 장례행렬을 만나게 됩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그들은 죽은 시체의 옷자락을
붙들고 하늘이 무너져라 울부짖고 잇었습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사랑하는 그 사람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부귀와 권세를 누리며 평온한 삶을 살던 이들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습니다.
“슬픈 일이다. 죽음을 피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누가 죽음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저렇게 내 곁에서 떠나가리라. 나 역시 홀로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하리라.
내일도 오늘처럼 살아 있으리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이제 태자는 넘치는 사랑과 배려에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친지들의 방문을 제외하고 사람을 환대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사촌들의 끈질긴 권유로 태자는 가까운 동산으로 봄놀이를 나서게 됩니다.
부왕의 명으로 거리는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젊은이들만 오갔습니다.
태자의 일행은 북문으로 나가고 있었는데, 태자가 갑자기 마차를 세웠습니다.
머리와 수염을 깨끗이 깎은 수행자가 거친 옷을 입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맨발로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두 손으로 소중히 품고 있는 것은 황금도 보석도 아닌 흙으로 빚은 거무튀튀한 질그릇 하나였습니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 강렬했고 부드러운 걸음걸이는 강물처럼 평온했습니다.
태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사문이여, 어디로 가는 길이십니까?”
“바람이 머무는 곳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새들의 재산이 두 날개뿐이듯,
그저 옷 한 벌과 그릇 하나로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 뿐입니다.”
“그렇게 떠도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난 날 늙고 병들어 죽는 삶의 고통을 직접 겪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습니다.
사랑과 애착에 얽힌 삶의 굴레 속에서 그 슬픔과 고통을 벗어날 길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 고뇌를 벗어나기 위해 친족과 벗들의 울타리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세상의 욕심에 물들지 않고 참다운 진리를 추구하며,
생명을 가진 어떤 것도 해치지 않고 늘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안심시킵니다.
고통을 만나도 근심하지 않고, 기쁜 일을 만나도 들뜨지 않습니다.
재갈을 물린 말처럼 저 자신을 엄히 다스리고, 태산처럼 무거운 걸음으로
해탈의 길을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옮길 뿐입니다.”
태자는 감동하여 남루한 수행자의 두 발에 정중히 예를 올렸습니다.
그날의 나들이에서 돌아온 태자는 참으로 유쾌해 보였습니다.
친지들은 오랜만에 보는 태자의 밝은 웃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싯달타 태자는 성문밖에서 본 중생의 고통에서 궁중 생활의 허무함을 느끼고
이러한 중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수행자로서의 삶 뿐이라고 생각하며 출가를 결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