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의미
티벳의 차마고도엔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가고 있는 순례자들이 있다. 사람은 결심하기에 따라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의 한
오체투지란 몸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게 하는 인사법이다. 한없이 자신을 낮춤으로서 상대방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있는 교만과 거만을 떨쳐 버리고 하심(下心)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이다. 오체란, 이마, 왼쪽 팔꿈치, 오른쪽 팔꿈치,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을 말한다. 오체를 땅에 닿게 하고 최대한 몸을 낮추어 엉덩이 부분을 발꿈치와 닿게 하면 사람의 몸은 한없이 낮아지게 된다.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자신의 몸을 지저분한 땅에 닿게 함으로써, 몸과 땅을 하나로 만들게 하는 인사법이다.
순서는 대개 무릎을 끓는 동작을 먼저하고 오른손부터 왼손 순으로 땅에 닿게 하고, 마지막으로 이마를 땅에 댄다. 이때 발은 펴고, 오른발을 아래로 왼발을 겹쳐 올려놓아 발 모양이 ‘X’자 모양이 되게 한다.
삼보에 대한 예경의 방법으로 하는 이 인사법은 인도의 접족례(接足禮)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존경하는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는 오체투지가 이루어진 후에 두 손을 뒤집어 약간 들어 올려서 손으로 발을 받드는 것이다. 깊은 공경의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양화가 한경혜는 돌이 갓 지나 뇌성마비로 죽음을 선고 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철스님을 찾아간다. 매일 천 배를 하라는 성철스님의 말에 7세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천 배의 약속을 지킨 한경혜의 에세이집. 화가의 꿈을 키워가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삶에 대한 도전과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그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에세이집 책이름이 “오체투지” 다.
출판사 서평을 인용해 본다.
한경혜. 그녀에게 있어 오체투지의 절은 생명과도 다름 아니다. 그녀는 오늘까지 23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생애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 책은 절을 통해 신성한 마음과 강인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한 동양화가의 절 수행 이야기이다.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우뚝 선 그녀에게서 우리는 한 인간승리의 표본을 본다.
- 경남 진영에 가면 주남저수지를 따라 얕은 산기슭을 끼고 빨간 지붕의 동화 같은 집이 한 채 있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색깔 고운 집이 바로 '작가의 집'이다. 거기에 한국화 작가인 한경혜가 살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일곱 번이나 수상을 하고 뒤늦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미술계의 재원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이곳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동양화 그리기, 도자기 굽기,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다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키워가고 있다.
경혜는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막연히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어린 아이는 이틀 밤낮을 비틀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던지며 삼천 배를 마치고 스님을 만났지만 얻은 것은 둥그런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 한 장 뿐이었다. 그렇게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경혜는 지금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원상을 걸어두고 절을 하고 있다.
성철스님과의 약속으로 숙제처럼 시작된 절 수행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녀의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게 했다. 걸음걸이에 중심이 잡혔고 말도 또렷해졌다. 절은 그렇게 정상인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낳고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삶의 변화와 장애를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MBC 장애인의 날 특집 다큐멘타리의 주인공으로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몸의 기적을 시험이라도 하듯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장정에 오른다. 누구도 그것은 불가능이라 했다.
그러나 그녀는 15박 16일, 그 험난한 여정에서도 매일 108배를 하며 5,545미터의 '검은 돌'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 하나의 드라마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면서 150만 장애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이라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작가의 집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의 솜씨를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시골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살려 표현된 그림과 도자기 그리고 손수건염료 전시회는 미술계에 작은 파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 세 차례의 만 배 백일기도 그리고 23년간 매일 거듭한 천 배.
그렇게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로 그녀는 지금 장애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한 몸과 진화된 영혼으로 세상에 나투어 있다. 그녀는 지금 극히 온전하고 건강하다. 그녀는 절을 통해 삶의 지고지순한 깨달음의 경지, 구경각을 보았다. 그것은 절제된 웃음과 정화된 몸짓으로 스스로에게 '지금 여기, 나는 누구인가?' 라는 끝없는 물음을 던지는 깨달음의 메시지였다. 몸에 또 마음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경혜의 절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반성과 용기와 희망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에는 당시 백련암에서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성철스님과의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장애인으로 살아온 피멍든 아픔을 털어내고 도전한 실크로드 답사기, 히말라야 트레킹, 만 배 백일기도와 매일 천 배하는 절의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색다른 흥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페이지마다 화가로서 필자의 특색을 살린 수묵화풍의 삽화와 수상작품을 함께 실어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한다. 비록 몸은 장애인지만 정신은 결코 장애인이 아닌 강인한 아이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운 어머니의 지혜와 포용도 우리에게 절실한 깨우침을 전해준다. 이 책은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절 수행을 통해 극복해 가는 한 여류 동양화가의 준엄한 30년 삶의 기록이다. 선천적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이야기는 상실감에 젖은 이 시절의 우리들에게 진정한 도전과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천만 번의 오체투지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30년 준엄한 삶의 기록
- 다섯 살까지 걷지도 못하던 뇌성마비 여자아이. 말은 입 안에서 버걱거리고, 얼굴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사지는 따로따로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아이.
세상으로부터 내던져진 그 아이가 다시 새로운 삶의 끈을 부여잡게 된 계기는 바로 절이었다. 병원에서도 고개를 저었던 그 아이는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매일매일 숙제하듯 천 배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운명을 개척해가는 수행의 방편이었다. 학교수업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직 절하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입검정고시를 3개월 만에 통과하면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장애인인 탓에 목표였던 미대진학을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전공을 달리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고 결국 95년에 처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금까지 국전에서 두 번의 특선과 다섯 번의 입선 경력을 갖게 되었고 수차례 작품전도 열었지만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절은 집중력을 키워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로 작용한 결과였으리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을 하며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품은 채 올 여름 졸업을 맞는다.
이제 그 아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뇌성마비의 몸으로 화가로 활동을 하면서 정상인도 쉽지 않다는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이후 그 아이는 전국장애인체전에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어 개막식행사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이 땅의 150만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뿌려주었다.
그 아이는 대학시절 실크로드 여행을 하며 일행들과 찍은 비디오에서 우연히 비쳐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절 수행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며 얻어진 내공을 시험이라도 하듯 그 아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만 배 백일기도'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는 그 수행의 길을 가며 죽음과 맞닥트리는 고비를 몇 차례씩 넘겨야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행이기에 망상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아이에게 있어 이 생에서 장애라는 윤회를 끊어내고 싶은 새로운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물 두 살, 그리고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그 아이는 그렇게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천형과도 같은 뇌성마비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잉태하고 있었다.
아, 구경각! 삶에 대한 지극하고 완전한 깨달음.
그랬다. 그 아이는 절을 통해 구경각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있어 절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바로 깨달음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2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천 배를 하고 만 배 백일기도를 세 차례 거듭하면서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의 결과였다.
지금 그 아이는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보다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 태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경남 진영에 [작가의 집]을 지어 아이들과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절 수행의 스승이면서 도반인 엄마와 함께 장애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가 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체험의 장으로 자신의 꿈을 한껏 키워가고 있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진정한 인간승리를 본다.
동양화가 한경혜는 돌이 갓 지나 뇌성마비로 죽음을 선고 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철스님을 찾아간다. 매일 천 배를 하라는 성철스님의 말에 7세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천 배의 약속을 지킨 한경혜의 에세이집. 화가의 꿈을 키워가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삶에 대한 도전과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그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에세이집 책이름이 “오체투지” 다.
출판사 서평을 인용해 본다.
한경혜. 그녀에게 있어 오체투지의 절은 생명과도 다름 아니다. 그녀는 오늘까지 23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생애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 책은 절을 통해 신성한 마음과 강인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한 동양화가의 절 수행 이야기이다.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우뚝 선 그녀에게서 우리는 한 인간승리의 표본을 본다.
- 경남 진영에 가면 주남저수지를 따라 얕은 산기슭을 끼고 빨간 지붕의 동화 같은 집이 한 채 있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색깔 고운 집이 바로 '작가의 집'이다. 거기에 한국화 작가인 한경혜가 살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일곱 번이나 수상을 하고 뒤늦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미술계의 재원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이곳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동양화 그리기, 도자기 굽기,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다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키워가고 있다.
경혜는 뇌성마비라는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막연히 성철스님을 찾아갔다. 어린 아이는 이틀 밤낮을 비틀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던지며 삼천 배를 마치고 스님을 만났지만 얻은 것은 둥그런 원 하나를 그린 화선지 한 장 뿐이었다. 그렇게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경혜는 지금까지 2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원상을 걸어두고 절을 하고 있다.
성철스님과의 약속으로 숙제처럼 시작된 절 수행은 해를 거듭하면서 그녀의 몸에 서서히 변화를 일게 했다. 걸음걸이에 중심이 잡혔고 말도 또렷해졌다. 절은 그렇게 정상인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적을 낳고 있었다. 그녀의 그러한 삶의 변화와 장애를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MBC 장애인의 날 특집 다큐멘타리의 주인공으로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몸의 기적을 시험이라도 하듯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장정에 오른다. 누구도 그것은 불가능이라 했다.
그러나 그녀는 15박 16일, 그 험난한 여정에서도 매일 108배를 하며 5,545미터의 '검은 돌'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칼라파타르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 하나의 드라마였다. 그 이후로 그녀는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면서 150만 장애인들에게 도전과 희망이라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작가의 집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의 솜씨를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시골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살려 표현된 그림과 도자기 그리고 손수건염료 전시회는 미술계에 작은 파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 세 차례의 만 배 백일기도 그리고 23년간 매일 거듭한 천 배.
그렇게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로 그녀는 지금 장애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한 몸과 진화된 영혼으로 세상에 나투어 있다. 그녀는 지금 극히 온전하고 건강하다. 그녀는 절을 통해 삶의 지고지순한 깨달음의 경지, 구경각을 보았다. 그것은 절제된 웃음과 정화된 몸짓으로 스스로에게 '지금 여기, 나는 누구인가?' 라는 끝없는 물음을 던지는 깨달음의 메시지였다. 몸에 또 마음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경혜의 절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반성과 용기와 희망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에는 당시 백련암에서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성철스님과의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장애인으로 살아온 피멍든 아픔을 털어내고 도전한 실크로드 답사기, 히말라야 트레킹, 만 배 백일기도와 매일 천 배하는 절의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색다른 흥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페이지마다 화가로서 필자의 특색을 살린 수묵화풍의 삽화와 수상작품을 함께 실어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더한다. 비록 몸은 장애인지만 정신은 결코 장애인이 아닌 강인한 아이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운 어머니의 지혜와 포용도 우리에게 절실한 깨우침을 전해준다. 이 책은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절 수행을 통해 극복해 가는 한 여류 동양화가의 준엄한 30년 삶의 기록이다. 선천적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이야기는 상실감에 젖은 이 시절의 우리들에게 진정한 도전과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천만 번의 오체투지
장애를 축복으로 승화시킨 30년 준엄한 삶의 기록
- 다섯 살까지 걷지도 못하던 뇌성마비 여자아이. 말은 입 안에서 버걱거리고, 얼굴은 제멋대로 돌아가고,
사지는 따로따로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아이.
세상으로부터 내던져진 그 아이가 다시 새로운 삶의 끈을 부여잡게 된 계기는 바로 절이었다. 병원에서도 고개를 저었던 그 아이는 성철스님과의 인연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렇게 매일매일 숙제하듯 천 배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차라리 운명을 개척해가는 수행의 방편이었다. 학교수업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직 절하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입검정고시를 3개월 만에 통과하면서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장애인인 탓에 목표였던 미대진학을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지만 전공을 달리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고 결국 95년에 처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지금까지 국전에서 두 번의 특선과 다섯 번의 입선 경력을 갖게 되었고 수차례 작품전도 열었지만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절은 집중력을 키워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로 작용한 결과였으리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을 하며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품은 채 올 여름 졸업을 맞는다.
이제 그 아이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뇌성마비의 몸으로 화가로 활동을 하면서 정상인도 쉽지 않다는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 이후 그 아이는 전국장애인체전에 '희망장애인'으로 선정되어 개막식행사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이 땅의 150만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뿌려주었다.
그 아이는 대학시절 실크로드 여행을 하며 일행들과 찍은 비디오에서 우연히 비쳐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절 수행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하며 얻어진 내공을 시험이라도 하듯 그 아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만 배 백일기도'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끝낼 수 없다는 그 수행의 길을 가며 죽음과 맞닥트리는 고비를 몇 차례씩 넘겨야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행이기에 망상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아이에게 있어 이 생에서 장애라는 윤회를 끊어내고 싶은 새로운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물 두 살, 그리고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그 아이는 그렇게 세 번의 만 배 백일기도를 통해 천형과도 같은 뇌성마비를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잉태하고 있었다.
아, 구경각! 삶에 대한 지극하고 완전한 깨달음.
그랬다. 그 아이는 절을 통해 구경각을 보았다. 그 아이에게 있어 절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바로 깨달음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2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천 배를 하고 만 배 백일기도를 세 차례 거듭하면서 생애 천만 번의 오체투지의 결과였다.
지금 그 아이는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보다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 태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경남 진영에 [작가의 집]을 지어 아이들과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절 수행의 스승이면서 도반인 엄마와 함께 장애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가 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체험의 장으로 자신의 꿈을 한껏 키워가고 있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절을 통해 기적을 일궈낸 진정한 인간승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