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士遁人間 은사둔인간 多向山中眠 다향산중면 靑蘿疏麓麓 청라소록록 碧澗響聯聯 벽간향연련 騰騰且安樂 등등차안락 悠悠自淸閒 유유자청한 免有染世事 면유염세사 心靜如白蓮 심정여백련
사람 사는 세상 떠나는 이들 모두가 조용한 산 속으로 가서 사네 푸른 덩굴 성글어 전망 툭 트이고 산골 흐르는 물소리 끊이지 않네 기운이 왕성하고 편안하고 즐거우며 걱정 없고 느긋하여 한가로이 지내네 번잡한 세상일 멀리 떠나 살아가니 마음 맑고 잔잔하기 흰 연꽃 같네
▶ 麓麓(녹록): 역력하다. 하나하나 셀 수 있다. ▶ 碧澗(벽간): 짙푸른 산간에 흐르는 물 ▶ 聯聯(연련): 이어져 끊어지지 않은 모양 ▶ 騰騰(등등): 왕성하다. 몽롱하다. 피어오르다. 솟아오르다. ▶ 淸閒(청한): 일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정신을 집중한 상태
배움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 한 스님도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책에서 얻은 것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 때라야 배운 것이 비로소 자기 것이 되는 것이라고……. 삶이 머묾이 아닌 떠남으로써 마무리되는 것처럼 배움이란 쌓아서 채우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배운 바에 따라 살아갈 때 완성의 길을 가는 것이다. 배운 것을 따르되 얽매이지 않고 가르침에 따라 살되 가르침에 구애되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그 배움은 완성되는 것이다. 실천되지 않는 앎은 공허하고 앎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 새소리에 잠을 깨서 노래하듯 하루를 살고 무겁고 탁해진 하루를 물소리에 씻어내며 잠드는 삶을 꿈꾼다. 대숲과 솔바람과 산골을 흘러가는 물은 되지 못할지라도 바람소리 물소리에 귀가 트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가르침을 베풀어 눈을 뜨게 해주는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가르침을 듣는 귀를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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