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 시인이 만난 문인 . 44
평리 조병무 평론가
김 송 배(시인)
우리 문단에서 원로 시인이며 평론가인 평리(平里) 조병무(曺秉武) 선생을 만난 것은 80년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대학로 한국문인협회 시절 거기에 자주 들리거나 문협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면서 존경하게 되었다.
조병무 선생은 193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동국대학교와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3년에 『현대문학』에 평론 「‘날개’의 두 표상」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그후 시「비내리는 거리」「개화서장(開化序章)」「목어(木魚)」등을 발표하여 평론과 시를 동시에 창작하는 원로 문인이다.
그는 <신년대>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그의 작풍(作風)은 대상을 의식 속으로 완전히 변형하여 새로운 환상적인 이미지로 조형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어문각판 『한국문예사전』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시집『꿈 . 사설』『떠나가는 시간』『머문 자리 그대로』와 평론집『가설(假說)의 옹호』『새로운 명제』『존재와 소유의 문학』『시짜기와 시쓰기』『시를 어떻게 쓸것인가』『문학작품의 사고와 표현』『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한국소설묘사사전(전6권)』수필집『니그로다 황금사슴』『꽃바람 불던 날』『기호가 말을 한다』『내 마음의 숲』등 다수가 있다.
그는 이러한 역작과 더불어 현대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시문학상, 국제펜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과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 한국문학평론가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위원장,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과 문학의 집 . 서울 이사로 재임중이다. 그리고 울산대학교 중앙도서관에 [평리문고]를 개설하여 재학생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문학은 인간의 형성과 인간의 모습을 재현하고 실현시킨다. 많은 세계의 문호들은 문학을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부각시키는데 노력했다. 그 자신이란 개인은 물론이고 개인을 떠난 사회적 현상이나 역사적인 흐름을 하나의 모티브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더러는 문학을 자신의 사회적 수단이나 출세의 터전으로 삼아 이용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우리 문학사에서 많이 보아왔고 현재도 그러고 있다. 문학은 자체로 자신을 보여야하고 문학을 타목적으로 삼는 것은 문학을 떠난 목적이고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우리 문학사에서 많이 보와 왔다.
그는 수필「문학과 인간」(『내 마음의 숲』에 수록)에서 우리 문학과 목적에 대하여 강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는 평론가로서 올바른 논지로서 문학이 곧 인간이라는 목적과 그 정신을 직필(直筆)로 전해주고 있다.
한편 수필 「문학의 주소」에서도 ‘문학의 본질은 인간 삶의 형태였고 인간을 바탕으로 하여왔다는 것은 오랜 관습의 하나였다. 기준의 잣대를 인간의 본질에 두었다는 것은 인간이 문명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의 발달도 이에 근거하여 발전되었고 진보하여 왔다. 문화예술의 핵심적인 근원도 이러한 본질에 근거한다는 것은 인간속성에 대한 강한 갈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라는 논지와 같이 우리 문학의 현주소를 명징하게 정립하여 본질적인 면에 대한 갈망의 의지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가 언젠가 오래전에 불교 TV에서「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프로에서 <시가 있는 사찰여행>을 소개한 바가 있는데 필자도 감명 깊게 시청한 생각이 난다. 전국의 사찰을 순회하면서 그 사찰에 숨겨진 역사와 전설에서 얻은 결과지만 시와 곁들여지는 재미를 감상할 수가 있었다.
그는 이러한 방송에서 얻은 착상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시집 『머문 자리 그대로』에서 ‘동학사 독경 소리’에서부터 ‘구룡사 만불전’까지 약 30편에 가까운 산사의 시를 수록하여 그의 불심과 함께 부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선암사 찾는 길손 / 승선교 다리. // 그림자에 파묻혀 / 강선루 누각에 / 몸을 맡긴다 // 삼인당 / 연못 품은 알 / 대웅전 뜰 앞 / 석탑에 놓아 두고 // 원통전 호암선사 / 관세음 보살상 // 배바위 / 마당바위 / 현몽하는 찰나에 // 그대로 나타난 / 보살님. // 흐르는 물 / 비친 / 바위 틈 사이로 // 건너가는 / 선사여 / 호암선사여.
-- 「선암사 승선교에서」전문
이처럼 그가 산사에 대해서 절대적인 관심으로 현현되는 것은 그의 불심(佛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문인협회에서 몇 번인가 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는데 그는 시상식 때 축사를 하거나 심포지엄에서는 주제를 발표하는 등 다양하게 불자문인들과 만나서 허심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그는 시집을 내면서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만 번 마음의 갈등과 변화의 속성에서 고뇌를 한다. 그것은 사실 육신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갈등과 변화에 휩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마음을 붙들어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은 기회가 닿으면 제멋대로 어디론가 나가려한다.’는 요지로 시 쓰기의 고뇌를 토로한 적이 있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 문학의 본질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쓰기도 했다. ‘문학은 시대와 역사의 이전에 있는 것이고 한 시대의 역사를 능가하는 최대 최고의 유언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문학은 어떠한 기록보다 위대한 것이고 그 생명력이 장대한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남겨진 세계문학의 작품에서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수필「문학과 인간」중에서)’라는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는 현재 문학단체나 문학지의 범람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는 평론집『문학의 환경과 변화의 시대』에서 「문학적 환경은 무엇인가」라는 장에서 ‘단체나 문학적 행위를 위한 집합체에 대한 환경평가는 문학인 스스로의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이다. 우리나라 문학단체는 오래전부터 가장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운영과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학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선거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반목과 질시를 거듭하면서 문학단체에 대한 문학인의 분열은 사회적 인지도에 무척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는 현 문단에 대한 비정상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예지의 범람으로 인해 문학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은 문학인 스스로가 우려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것은 일부 문예지에서 문학인을 등단시키는 제도나 모집의 남발에 있다. 수십 종류의 문예지는 물론 심지어 지역의 문학지부나 단체에서 그들의 시관지나 계간이나 연간으로 발간하면서 신인 등단제도를 신설하여 그들끼리 시인을 당선시켜 작품성이 부족한 문학인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상이다.
그는 이러한 논지로 [문학의 집 . 서울]에서 주최한 <제2회 서울문학인대회>에서 「문학은 영원하다」라는 주제를 발표하고 우리 문단과 문학인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문학은 영원라다’는 그가 들려주는 교훈적인 주제가 ‘보다 앞서가는 문학적 환경이 모든 문학인에게 펼쳐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지난 2013년 7월 20일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개최된 한국문협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아서 『문학과 과학의 상생』이란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필자도 지정토론에 참가함)들에게 명쾌한 해석과 연결로 미끄럽게 진행하여 갈채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