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서 예초기를 꺼내 쓰려고 보면 시동이 안 걸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고치려고 끙끙대다보면 어느덧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게 되죠.
아직까지 기계는 인간에게 애물단지인 것 같습니다.
흔히 이런 시동문제가 생기는 2행정 예초기 TL-43과 부속이 다 호환되는 파생형 중국산 예초기를 올바로 사용하기 위한 정보를 나누려 합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먼저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첫째, 휘발유와 2행정 엔진오일을 25:1로 섞은 혼합유는 예초기 연료통에 부었으면 반드시 당일에 다 소진시켜야 합니다.
둘째, 이것이 다 소진되지 않았고 많이 남은 상태라면, 하루 이틀 내에 쓸 것이 아니면 연료 호스를 풀어서 깨끗한 통에 받으시고, 엔진에 시동을 걸어서 속에 남아있는 혼합유를 모두 태워 없애야 합니다.
셋째, 위와 같이 받아놓은 혼합유, 또는 연료통에 넣지 않고 두었던 혼합유는 며칠 내에 사용하시고, 이럴 경우에도 플라스틱 혼합통에 그냥 넣어두지 말고 깨끗한 금속 밀폐용기 같은 것에 따로 부어두시기 바랍니다.
넷째, 며칠 내에 사용하지 못했다면 이 남은 혼합유를 사용하려는 마음을 깨끗이 포기하시고 기계류 세척 용도로 전환합니다.
다섯째, 혼합유에 섞는 용도의 휘발유는 반드시 당일날 주유소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서 다 씁니다. 다시 말해서 말통에 담아뒀던 반년 전이나 1년 전의 것을 써서는 안됩니다. 혹시 이런 기름이 있다면 예초기에 쓰지 마시고 기계류 세척 용도, 자동차 엔진룸 닦는 용도 등으로 쓰시길 바랍니다.
여섯째, 혼합유 섞는 통은 오로지 혼합유를 비율에 맞춰 섞는 용도로만 쓰시고, 절대로 담아 두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얇은 플라스틱 통이 기름에 녹아서 혼합유에 섞여들기 때문입니다. 불순물이 섞이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혼합통을 사용한 뒤에는 깨끗이 씻어 말려둡니다.
일곱째, 마찬가지 이유에서 말통을 이용해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왔다면, 너무 많아서 남은 경우에도 말통에 보관하면 안됩니다. 굳이 보관하시려면 스텐이나 금속재질의 깨끗한 밀폐용기에 보관하시고, 그 경우에도 반년 이상 지났다면 예초기에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철칙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초기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휘발유와 2행정 엔진오일을 섞은 혼합유가 시일이 지나면 끈적한 것이 생겨서 카브레타(기화기) 속에서 들러붙고 막히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시동이 안 걸리게 되고, 뜯어서 세척해야 하는 불편함과 수고가 따르게 됩니다.
묵혀두었던 예초기를 꺼내어 혼합유를 섞어 연료통에 채워넣으면 카브레타 밑으로 기름이 새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첫째, 에어필터가 노후되어 플라스틱 연결부가 정확히 결착되지 않은 경우에도 기름이 샙니다. 에어필터를 풀어보면 속에 스펀지가 있는데, 다 삭았다면 찌꺼기가 시동불능의 원인이 되므로 제거하고 새 스펀지나 임시로 다른 스펀지라도 오려서 채워줍니다. 플라스틱 연결링이 휘거나 뒤틀려서 딱 붙지 않으면 에어필터를 새로 구입해서 교체합니다.
둘째, 묵은 기름을 쓰거나 혼합유를 넣은 채 방치해둔 예초기의 경우, 혼합유에 생긴 끈적한 것이 속에 들러붙어 부레가 뜨는 것을 막아서 기름이 새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카브레타의 아랫부분 부레가 들어있는 부분을 풀어보면, 부레도 끈적하고 벽면도 끈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레가 수직으로 뜨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거나 벽면에 붙기도 합니다. 부레 위에는 황동으로 된 얇은 쇠가 부레 위에서 함께 움직여서 여닫아주는데(니들밸브), 여기에 끈적이는 것이 들러붙으면 제 역할을 못합니다. 따라서 모조리 깨끗하게 닦아줍니다.
시동이 계속해서 안 걸리는 경우
첫째, 점화플러그를 풀어보면 젖어있는데, 이건 반복적인 시동 시도 때문에 기름이 넘친 것입니다. 따라서 닦아내거나 말린 뒤에 시동을 다시 걸어야 합니다.
둘째, 에어 필터를 풀어보면 그 속의 스펀지도 젖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꽉 짜서 말려준 뒤에 다시 조립해줘야 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계속 안 걸리면 오래된 혼합유의 끈적이는 것 때문에 카브레타 속이 막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까 부레와 관련 부속들을 씻어주기 위해 뜯었던 카브레타 아랫부분을 다시 뜯습니다.
그 가운데에 황동으로 된 핀이 박혀 있는데(제트노즐), 조그만 육각너트형 몸체를 스패너나 플라이어 같은 것으로 잡고 풀어냅니다.
이 황동으로 된 핀은 가운데에 0.6mm의 구멍이 있는데, 이것이 막히면 시동은 안 걸립니다.
휘발유 같은 것으로 세척하고 구멍은 얇은 와이어 같은 것을 넣어서 뚫어줍니다.
마땅한 도구가 없다면 0.5mm 샤프심 같은 것도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까지 해 보시면 이 황동핀에 끈적이는 푸르스름한 가래침 같은 것이 들러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이제 지금 시동을 걸려고 하고 있는 혼합유는 과연 써도 되는 것인가? 라는 판단을 먼저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래된 혼합유이거나 오래된 휘발유라면, 세척해본들 계속해서 끈적이는 그것이 들어갈 것이며, 계속 시도해본들 시동은 잘 걸리지 않거나 운 좋아야 걸릴 것입니다.
혹시 걸리더라도 엔진에 힘이 없어서 예초를 하기에 어려울 것이고, 자주 꺼질 겁니다.
그러니 연료통에 들어있는 혼합유를 깨끗이 비워버리고 이참에 예초기 카브레타를 분해하여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카브레타로 들어가는 연료 호스를 풀어서 연료를 받아둡니다.
이제 이 연료와 묵은 휘발유는 모두 청소, 세척용으로 쓰게 됩니다.
에어건으로 연료통 속의 잔여 혼합유를 깨끗이 불어냅니다.
카브레타는 진동에 풀리지 않도록 엔진에 단단히 결착되어 있는데, 플라이어로 사각쇠 끝을 잡고 렌치로 육각볼트머리를 잡고 풀어냅니다.
예초기 봉과 연결되는 부분도 풀어내면 바늘과 스프링 달린 추가 빠져나옵니다.
모두 휘발유에 담궈 깨끗이 세척해 줍니다.
사이사이에 에어건으로 불어 휘발유와 불순물을 함께 날려주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 카브레타는 속까지 구석구석 여러가지 솔을 이용하여 씻어냅니다.
뜯은 김에 엔진커버도 벗겨내고 그 속의 방열판과 전자석의 묵은 때와 먼지들도 깨끗이 세척해줍니다.
이런 부속들을 세척했다하여 그대로 쓰지 말고, 이것들은 그냥 예비용으로 두고 카브레타와 에어필터를 새로 사서 부착하면 더욱 좋습니다.
TL-43 호환 부속은 인터넷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연료호스 속에 끈적이는 것이 보인다면 이것도 교체합니다.
연료통이나 연료필터도 청소할 수 없는 더러운 것이 속에 끼어 있다면 교체합니다.
이 고생을 하면서 헛되이 하루를 날리고나면, 이제 맨 위에 언급한 철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기계와 씨름하며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연약한 기계가 요구하는 주의사항을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혼합유는 반드시 당일 사용해야 합니다.
엔진에 남은 연료는 모조리 태워 없애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원하는 구역을 벌초할 만큼만 혼합유를 만들고, 혹시 남으면 이웃이나 동네 어귀까지 모두 벌초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휘발유는 묵은 것을 절대로 쓰지 말고, 당일에 필요한 만큼만 주유소에서 사야 합니다.
내 집을 위해 1리터, 혹시 어디 광대한 풀밭을 깎아주러 간다면 2리터를, 천오백원이나 삼천원 주고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예초기 휘발유는 김빠지기 전에 마셔야 하는 사이다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합유나 휘발유 남은 것은 과감히 청소용으로 돌립니다.
기계류 세척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기계든지 주기적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쳐 줘야 잘 돌아갑니다.
자동차 엔진룸을 닦는데에도 이런 기름류가 좋습니다.
거친 붓이나 칫솔을 휘발유로 적셔 문지르면 켜켜이 쌓인 기름때도 다 빠집니다.
엔진룸이 깨끗하면 보기에도 좋고 카센타에서도 크게 우대받습니다.
기계류는 깨끗하면 문제를 확인하기도 쉽고, 그 자체로 예방정비도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엔진룸 닦는 것을 취미로 가져서, 매일 번쩍이는 엔진룸 사진을 올리는 동호회도 있다고 하며, 가끔 국제 대회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