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 아니라 하나님 뜻대로
한국 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실 우리 한국 교회의 기도에 대한 열심은 외국의 어느 나라 교회에서도 볼 수 없는 특유한 부분이다. 이러한 기도의 함성이 우리 교회와 민족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우리 기도의 심성과 내용과 형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 볼 때마다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 한반도는 오랜 역사와 함께 무속 신앙의 바탕 위에 불교와 유교가 뿌리를 내린 나라이다 이러한 바탕에 상륙한 우리 그리스도교는 독자적인 신앙의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땅의 종교적 심싱과 그 토양의 영향의 지배를 심하게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기도 내용과 형태가 타종교와 너무 비슷하다. 기도의 대상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초대교회의 목회 지침서인『디다케 - 열두- 사도의 교훈』에서는 매일 아침 정오 저녁으로 세 번째 정기적으로 기도할 것을 가르치면서 기도의 내용은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를 드리도록 하였다. 초대교회가 그리스도교의 기도의 본질을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기도의 내용과 형태는 나의 모든 요구를 하나님이 수용하고 응답하셔야 한다는 무례한 요구를 펼치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이 눈여겨보야야 할 예수님의 기도 내용과 모습을 복음서에서 읽게 된다. 그것은 십자가의 수난을 목전에 두고 땀방울을 핏방울처럼 뚝뚝 떨치면서 견딜 수 없는 치욕과 채찍과 십자가의 고통을 익히 어ㅏ신 주님의 기도는 어느 누구 어느 사연보다 가장 절박한 기도였다.
그러나 주님은 그러한 긴박한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하오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 한 마디를 하시고 기도를 끝맺으셨다.
주님의 이러한 기도는 바로 우리가 따라야 할 기도의 중요한 모형이다.
우리 역시 원하는 사연을 다 아뢸 수 있다. 애절하게 울부짖을 수 있다. 함성을 지르며 절박한 응답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여 주셨던 기도를 생각하면서 우리도 기도를 드릴 때마다 다음의 한 마디는 꼭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만을 보고 사는 모자란 인간입니다. 비록 이 죄인이 원하는 바는 간절하오나 내 뜻과 욕구대로 마옵시고 지존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