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장
성당과 펍
며칠이 흘렀고 , 레프리콘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이 빠르게 흘러 코티지에서의 한 달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
내 영적 여정에는 별 진전이 없는 듯 했다.
나는 레프리콘과 유쾌한 시간을 보낼 때를 제외하고는 많은 시간을 명상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깨달음을 얻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 마을에 이동 도서관 차량이 도착했다.
아일랜드의 이동 도서관
나는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이 외로운 날들을 한층 밝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단테의 신곡과 신약 성서의 마태 복음 , 누가 복음까지 다 읽었더니 ,
이번에는 공상 과학 소설이 읽고 싶었다.
읽고 싶은 책을 생각하며 낡은 이동 도서관의 흔들리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어떤 책이 있는지 훑어 보았다.
`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쾌활하고 매력적인 남성이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는 도서관 사서라기 보다는 축구 선수 혹은 어부처럼 보였다.
아일랜드의 이동 도서관 사서는 친절하게 타니스 헬리웰을 안내해 주고 있다.
피부가 검게 그을린 , 야외에서 일하는 건강한 사람의 외형이었다.
“ 책을 몇 권 빌릴 수 있을까요 ? ” 내가 물었다.
“ 물론이죠. 잘 반납하시기만 하면 돼요.
저는 2주에 한 번씩 두 시간 동안 이 곳에 차를 세워 놓고 있어요. ”
그가 웃으며 대답한 뒤 , 말을 이었다.
“ 다섯 권까지 빌리실 수 있어요. ”
이동 도서관의 어둑한 조명에 두 눈이 적응되자 ,
차량 양쪽 아랫 부분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 괜찮다면 , 먼저 둘러 보기만 할께요. ”
내가 대답했다.
“ 물론이죠.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세요. ”
그는 계단으로 올라 오는 다음 손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대답했다.
전기와 태양계에 대한 그림책이 한 가득 꽂혀 있는 책장들을 지나 ,
공상 과학 소설을 찾아 보았다.
책장에는 이 곳처럼 외진 마을에 사는 여성들이 찾을 연애 소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공상 과학 소설은 한 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실의에 빠진 나는 별 생각 없이 태양계에 대한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그렇게 책장을 넘겨 보고 있는데 ,
옆쪽의 어린이 책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곳에 커다란 책 한 권이 선반 가장 자리 너머로 튀어나와 있었다.
` 요정들 ` 이라는 제목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책을 뽑아 든 다음 , 아무 곳이나 펼쳐 보았다.
뒤를 돌아 보며 서 있는 커다란 레프리콘 그림 하나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 완벽하군 !
어린 레프리콘들을 위한 선물로 가져가야겠다.
꼬맹들이 좋아할 거야 ! `
나는 장바구니를 챙기면 책 두 권을 대출 한 다음 ,
오두막으로 되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 , 어린 레프리콘들이 거실 식탁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내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나는 장 본 것들을 내려놓고 , 책을 식탁으로 가져갔다.
꼬맹이들은 깡충깡충 뛰면서 자기가 보겠다며 서로를 밀쳐댔다.
그들 세계에는 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레프리콘들은 엘리멘탈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은 인간이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마치 처음 거울을 본 인간 아이 같았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며 내가 말했다.
“ 너희가 다른 엘리멘탈의 그림을 볼 수 있게 매일 매일 책을 한 장씩 넘겨 놓을게 ”
그들은 몸을 숙여 고블린 그림을 들여다 보았는데 ,
그림 속 고블린의 모습이 마침 이 곳 길목에 사는 녀석과 상당히 비슷해 보였다.
꼬맹이들은 긴 코를 가리키며 신나게 웃고 떠들어 댔다.
그들의 목소리가 매우 가볍고 빨라서 , 나로서는 무슺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림책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큰 아이는 모습을 감추기 전 , 내게 감사의 의미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그 날 이후 매일 같이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놓았고 ,
가끔 새로운 그림을 살펴 보며 놀고 있는 어린 레프리콘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2 주 후 나는 책의 대출 기한을 연장했다.
내가 식료품을 한창 정리하고 있는 와중 ,
오툴 부인이 바깥 대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조금 일찍 오셨네 ` 현관문을 열면서 생각했다.
“ 어서 오세요 ”
나는 그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면서 말했다.
“ 마침 초콜릿 비스킷을 먹으려던 참인데 , 딱 맞춰 오셨어요. ”
“ 오늘은 시간이 없네요. ”
그녀는 전날 밤에 사용했던 토탄의 재를 치우기 위해 난롯가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녀는 뒤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을 덧붙였다.
“ 오늘 밤에 성당에서 미사가 있는데 , 미사가 끝나면 펍에 갈 예정이에요. 같이 가시겠어요 ? ”
“ 좋아요. ”
내 입에서 바로 대답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