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자서전은 누구를 위해 쓰는가
①나는 101살#26》0724 “내가 이렇게 산다.”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Jul 24. 2026
자서전은 죽기 전에 남기는 내 삶의 기록이다. 그것은 남에게 나를 드러내거나 허세를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바라보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에 가깝다. 자서전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남기는 삶의 흔적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서전을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여긴다. 이름을 남긴 사람, 업적을 남긴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기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부터가 자서전을 오해한 것이다. 자서전은 세상에 자랑할 무언가가 있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것을 스스로 마주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스스로를 미화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부끄러웠던 선택은 슬쩍 지우고, 그럴듯했던 순간만 남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은 자서전이 아니라 홍보문이 된다. 진짜 자서전은 그 반대편에 있다. 잘한 선택도, 후회하는 선택도, 있는 그대로 적어 내려가는 것. 그 정직함이 자서전을 자서전답게 만든다.
내가 걸어온 길을 글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디고 고통스럽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편안했던 기억보다 묵혀둔 기억이 먼저 올라오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한 문장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그 시간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피하지 않아야, 그 시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재판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때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것을 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원망하던 과거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자서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주는 화해의 시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옛 기억 하나를 꺼내어 문장으로 옮긴다. 누가 읽어줄지, 몇 명이 공감해 줄지는 그다음 문제다. 먼저 내가 나의 삶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이 자서전을 쓰는 진짜 이유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