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火壇)과 공양물의 종류
'소공법(燒供法)'이라는 의미를 갖는 호마에 대해 『대일경소』에서는 외도의 호마에 44종이 있는 것과 불법의 외호마에 13종이 있는 것과 더불어 내호마도 열거하면서 외호마의 중연지분(重緣支分)과 내호마의 작법이 명시되어 있다.
호마법에서 중요한 것은 본존과 화로와 행자이다. 화로가 땔감을 완전히 태우는 것과 같이 본존의 지혜의 불은 행자의 번뇌의 장작을 모두 태우고 아사리의 지혜의 불이 제자의 무지의 장작을 모조리 태워서 드디어 망집의 장작이 모두 완전히 태워 없어지면, 오직 이 본래 처음부터 생겨남 없는 원명(圓明)에 머물러서 평등한 법계의 큰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바깥의 연이 되는 일을 구족하여 행하는 것을 외호마에서 유가의 묘관(妙觀)에 머물러 번뇌의 땔감을 태워없애는 것은 대일여래의 지혜의 불이며, 그 불은 수행자의 자심에 본래 갖추고 있는 지혜광명이다. 내호마는 이같이 본존 대일여래와 수행자와 화로가 본래 평등하다고 관한다.
공양물을 불에 태우는 호마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호마의 종류에 따른 호마단, 그리고 공양물, 공양을 받는 화천이 있으며 이들 호마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호마단의 건립
호마는 호마단(호마壇)을 설치하고 행한다. 호마단은 호마를 행할 때 화로를 놓는 단으로 '광명단(光明壇)'이라고도 한다. 『금강정유가중약출염송경』에 다음과 같이 호마단을 건립하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다.
"다시 모든 관정을 마친 제자를 위하여, 그로 하여금 적정법(寂静法)을 원만히 갖추어, 그 재장(災障)을 없애도록 호마를 행하는 법을 전수해야 한다. 관정단(潅頂壇)의 화천방에서 아주 멀지 않은 장소에서 4주(肘)의 단(壇)을 만든다. 높이는 1책수(磔手)이다. 중앙 군다君茶)의 지름은 1주, 깊이는 12지(指)가 되도록 구멍을 뚫는다. 깨끗하고 좋은 모래를 닦고 두 겹으로 가장자리를 만든다. 내연(内椽)의 높이와 넓이는 각각 1지이며, 외연(外椽)의 높이와 넓이는 각각 4지이고, 바닥은 반드시 평평해야 한다. 곧 그 바닥에 진흙으로 윤상(輪像) 혹은 금강저의 형상을 만든다. 자루는 남으로 향하여 내는데 세간의 정자(丁字)와 같다. 자루의 길이는 4지, 넓이도 역시 4지이다. 가로 끝의 길이는 8지, 높이와 넓이는 각각 4지이다. 다음에 밖에 토태(土台)를 만든다. 모양은 연잎과 같게 한다. 다음에 밖에 스승의 자리를 깔고, 군다의 주위에 길상초(吉祥草)를 편다. 성중(聖衆)의 자리를 위하여 맑은 향수를 뿌리고, 풀을 덮고 물을 뿌린다. 모두 순서대로 한다."
이상의 경문에서는 관정을 마친 제자를 위한 호마단 건립을 설하고 있다. 단의 크기와 형상 및 배치 등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호마단은 본래 토단(土壇)이었으며, 『대일경』에는 토단을 만드는 방법ㆍ토지ㆍ시각(時刻)등을 규정하고 있고, 그것을 칠일작단법(七日作壇法)이라 한다. 이것이 발전하여 대단(大壇)ㆍ수단(水壇)ㆍ목단(木壇)의 세 가지가 있다. 땅을 파서 흙으로 쌓아 일정한 격식으로 호마법을 행할 수 있게 한 것을 대단이라 하고, 땅을 파지 않고 물로 깨끗하게 닦고 짧은 시간에 만든 것은 수단이며, 나무로 만들어서 그 안에 화로를 설치한 것은 목단이다. 흔히 네 개의 발이 달린 단을 만들고 중앙에 화로를 놓는다.
옆의 사진은 몽골 식재호마의 나무로 만든 호마단이다.
일본의 진언종에서는 "단의 수에 따라서 대법, 중법, 소법으로 나누어진다. 5단 이상의 것을 대법, 2단 이상의 것을 중법, 1단만인 것을 소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7단이라고 하면 수법의 중심인 본존을 공양하는 대단, 식재호마단, 증익호마단, 부동존을 중심으로 한 오대존을 공양하는 오대존단, 십이천을 공양하는 십이천단, 성천을 공양하는 성천단, 천신과 지신을 공양하는 신공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호마단의 종류
대단은 땅을 파서 오염된 것들을 없애고 5보(寶)나 5곡(穀), 5향(香) 등을 땅속에 묻고 그 위에 청정한 흙으로 덮은 뒤 단을 만든 뒤, 쇠똥을 발라 7일 동안 말려서 만든다.
의궤에 따라서 7일 동안 대지와 시(時)를 선택하고, 대지를 파낸 뒤에 잘 다듬고, 향수를 뿌려서 이를 가지한다. 만약 질병이 돌거나 전란 등의 재난에는 물을 뿌려 땅을 정화하고 하루 동안에 단을 건립해도 된다. 이것을 수단(水壇)이라 하는데 마치 물의 흐름처럼 자재하기에 수단이라 칭한다.
목단은 나무로 네 발이 달린 단을 만들고 가운데 화로를 넣는다.
호마법을 행할 때에는 먼저 단목을 화로 안에 쌓고 그 위에 유목을 놓아 화력을 세차게 한다. 경궤에 따라 1단에서 5단까지의 호마법이 있으나, 어느 호마법이든 맨 먼저 화천단(火天段)을 행한다. 이는 호마법을 행하는 수행자가 화천(火天)의 삼매에 들어 여래 내증(內證)의 지화로 번뇌를 소진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호마법에는 합단(合壇)호마법과 이단(離壇)호마법이 있다. 합단호마법이란 공양법과 호마법을 같이 수행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즉단(卽壇)호마법이라고도 한다. 이단호마법이란 호마를 행하는 스님이 호마를 수행하고, 공양법은 별도의 법사가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합단호마법은 『유가궤(瑜伽軌)』에 의거하고 이단호마법은 『건립궤建立軌)』에 의거하며, 합단호마법을 스스로 행하는 호마라고도 한다.
호마당(護摩堂)은 호마법을 행하는 방이다. 이 방에 본존으로 부동(不動)ㆍ애염(愛染) 등의 명왕(明王)을 안치하고 그 앞에 호마단을 설치하여 증익, 식재 등의 호마법을 행한다.
<밀교 호마법 연구/ 강태자(법성) 위덕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