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로 증상이 심해지기 전,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충분한 상담과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글 박지영 감수 이정석(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마음의 감기, 우울증
우울증은 현대인에게서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다. 일시적인 슬픔이나 괴로움보다 조금 더 심하게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기분이 가라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지고 비관적인 생각까지 들기도 하는데, 이런 상태가 몇 달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의 삶을 고통에 빠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건 그만큼 쉽게 찾아왔다가 쉽게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우울증 증상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누워만 있는 증상부터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죽고 싶은 생각뿐인 환자까지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벼운 우울증은 마치 감기처럼 며칠 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심각한 우울증은 쉽게 낫지 않고 몇 달씩 지속되다가 심하게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우울증이 쉽게 나을 거라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가 오랜 시간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러워지면서 그제야 병원을 찾는 사례도 많다.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의 적절한 상담과 처방을 통해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우울증을 털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가을엔 왜 우울하나요?
계절은 자연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유독 맹렬한 더위를 과시한 여름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면, 가을에는 마음이 울적하고 의욕이 떨어지며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이렇게 특정 계절에 우울감이 생기는 것은 계절성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우울증의 한 종류로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1년의 어떤 특정 시기에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증상이 깨끗이 없어지는데, 보통 일조량이 적어지는 매년 가을이나 겨울에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봄이 되면 나아진다.
계절성 우울증은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일상생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우울증 증상으로 직장에서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정도라면 하루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2주 이상 우울증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자.
계절성 우울증을 방치하면 만성 우울증으로 이어져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항우울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뿐 아니라 광치료를 통해서도 나아질 수 있다.
과도한 긴장과 불안이나타나는 불안장애
긴장과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시험을 치르기 전이나 큰 이벤트를 앞두고 우리는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
오히려 이들 감정은 어려움이나 고난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사소한 문제에 대해 정상 반응 이상으로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느끼고 또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데, 이때는 현명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불안장애에는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공포증,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있다.
범불안장애는 불안한 느낌이 과도하게, 광범위하게 그리고 다양한 신체 증상을 나타내며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불안을 일으킬 만한 이유가 없거나 사소한 일에도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고, 자율신경이 예민해져 땀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손발이 저리거나 차게 느껴진다.
목이 마르고 얼굴이나 가슴이 화끈거리며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설사, 구토, 목의 이물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등 신체 증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신체 증상이 지나쳐 일상에 지장을 받는다면 전문의의 처방을 통해 약물치료를 받아보도록 하자.
불안이 극도로심해지면, 공황장애
올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국내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2017년 13만 8,736명에서 2021년 20만 540명으로 4년 사이 6만 1,804명(4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0만 명이 치료받는 공황장애는 더 이상 ‘연예인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종류 중 하나다.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불안이나 공포가 엄습하는 상태를 공황장애라고 한다.
종종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공황장애는 보통 광장공포증이 함께 나타나는데, 광장공포증은 공공장소, 특히 급히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나 극장,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이 광장 공포증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강한 공포, 곧 죽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또 호흡이 곤란해지고 맥박이 빨라져 가슴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 혹은 숨이 답답한 느낌, 현기증, 손발 떨림이나 저림, 식은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공황장애가 발생하면 다급함에 응급실을 찾는 사례도 많고, 공황장애가 지속되는 경우 합병증으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잦다.
공황장애도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증상을 경감하고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겪는 번아웃 증후군
2019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직업과 관련된 문제 현상으로 분류한 번아웃 증후군은 말 그대로 불타서 없어진다는 뜻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탈진하는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만성적인 피로감을 일으키며 무기력증, 불안감, 자기혐오, 분노, 의욕 상실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아직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대인기피,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하여 업무 및 일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번아웃증후군 관련 의료비용은 약 163~247조 원으로 추정된다.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또 번아웃 증후군인 경우 충분한 휴식은 필수다.
적절한 휴식은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등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와 관리가 시급한조현병
최근 묻지마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피의자들이 앓는 조현병 또한 주목받고 있다.
조현병이란 망상, 환각, 비정상적이고 기괴한 행동,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대인관계 회피, 무표정, 의욕 상실 등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사회나 직업에 문제를 가져올 때 조현병으로 진단한다.
일반 인구에서 약 1%, 즉 100명 중 1명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통계가 있다.
조현병의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조현병은 약물치료, 정신치료, 재활치료, 입원치료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조현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제대로 치료받는 경우 1/4 이상에서 거의 회복된다.
공황장애 체크리스트
□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 □ 땀을 흘리거나 매우 덥다고 느껴진다. / □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린다.
□ 숨이 가빠지거나 질식할 것같이 숨 쉬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 □ 목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
□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불편감이 든다. / □ 메스꺼움이나 복부 불편감이 느껴진다.
□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다. / □ 감각 이상이 손끝이나 발끝에서 느껴진다.
□ 현실감이 사라지고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이인증(자기 자신에게서 분리됨)이 나타난다. / □ 오한이나 열감을 느낀다.
□ 통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 □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 위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공황장애로 의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