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가족모임의 이점
가족이 가족끼리의 자조모임에 참석하면, 환자를 돌보는 일이나 살아가는 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혼자서 고생할 때와 달리 보다 폭넓게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가족교육과 자조모임의 잇점은 다음과 같다.
1)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
가족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상당부분 그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처방법이 문제해결에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그것에 관한 지식이 부족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극복하기가 더욱 어렵다. 만일 가족들이 조현병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 또한 조현병 증상을 보일 때 환자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리고 성공사례들을 공부하게 된다면 가족들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보다 수월해 질 것이다.
불행히도 전문가들은 최근에야 이 점을 명백히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껏 가족들은 별다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힘만으로 조현병이라는 낯선 사건에 대처해야만 했다. 가족들은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상식을 동원하여 갖은 노력을 다한다. 다행히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러한 방식은 투입된 노력에 비하여 그 결실이 적다.
사회생활에서 저절로 터득한 상식적인 대처방식들,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 지금까지 사용해 온 익숙한 대처방식들만으로는 조현병으로 인한 문제들에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나 많은 힘을 소진하고, 너무나 많은 좌절을 경험한 나머지, “이 병은 낫지 않는다”거나 “더 이상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방법은 효과가 없는 방법이며, 따라서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로 이 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가족들이 그것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들은 환자가 발병하자마자 이 병에 관하여 공부를 시작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환자의 첫 입원 시에 입원 당일부터 가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정신보건전문가는 이 병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대처방법을 가족에게 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가족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오직 혼자의 힘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대응방법을 익혀 왔다. 5년, 10년 환자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과 기술이 습득되며, 그 결과 비록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더라도 가족의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모든 상황들을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 책의 한가지 목적은 조현병에 관하여, 그리고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제반 문제들에 관하여 가족에게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아울러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 환자 치료를 언급하기 이전에 가족 자신의 인생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며, 정확한 지식과 대응방법을 배우는 것이 자신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2) 정서적 위안이 된다.
아무리 독립적이고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도 혼자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기는 어렵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며,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을 때 난관을 극복하기가 수월하다. 친구나 친척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자조집단이다.
우리말에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자조집단이란 같은 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나는 모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94년도에 정신보건가족협회가 결성되어 현재 전국 각 광역시․도 단위로 지부가 결성되어 있다.
이러한 자조모임은 친구나 친척들 간의 계모임 등에 비하여 몇가지 좋은 점 있다.
한가지는 가족들이 자신의 고통을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친구모임이나 친척모임에서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들이 고통을 공감해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흉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환자가족들끼리의 모임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쉽게 공감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이야기도 흉이 되지 않는다.
또다른 좋은 점은 서로가 흉허물없이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게 되는 점이다. 어떤 병원이 좋은지, 약물부작용이 어떠한지, 환자의 이상한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환자를 취업에 성공시키기까지 어떤 방법들을 사용했는지, 등등, 가족들이 서로간에 주고받는 정보는 상당하다.
환자가족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에는 10년, 20년 이상 환자를 뒷바라지 해 온 가족들도 많다. 그들은 다른 가족들에 비하여 상당히 여유있고 느긋하다. 그들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많이 터득한 것이다. 오랜 기간 환자를 뒷바라지 해 온 가족들은 이제 막 문제를 겪기 시작한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가족모임에서 얻게 되는 정서적 위안과 다양한 정보는 가족들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첫댓글 "정신분열병과 가족" 책 68-70쪽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