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 작은 딸 집에 놀러오시라는 말에 엄마는 닭이랑 참새때문에 못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해마다 병아리 몇 마리를 사서 키우십니다. 자식들 오면 삶아도 주시고, 달걀도 가져가라 챙겨주십니다.
올해까지만 할 거다.. 이것도 힘들다고 하시지만 해마다 봄이면 병아리들이 닭장에서 뛰어다닙니다. 그 닭들 물이 겨울이면 하룻밤 사이에 어니까 매일 새 걸로 바꾸어 주셔야 하고 모이도 주셔야 한다십니다. 그런데 참새라니요?
닭장 위쪽 틈으로 그물을 쳐 두었는데도 참새떼들이 우르르 몰려와 닭모이를 자기들 식사인 줄 알고 먹어댑니다. 닭들이 순한건지 자기들 먹고 남은거라 그런건지 별 다툼이 없나 봅니다. 아니면 그들끼리 협약을 맺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엄마는 그걸 못 보시겠나 봅니다. 참새를 쫓아야 한다십니다. 그래봐야 엄마 계실 때 우르르 도망갔다 바로 올텐데 말입니다.
조혜란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참새>는 엄마가 들려주는 유년시절 이야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보기도 힘든 참새가 남매가 사는 초가집 처마에 둥지를 틉니다. 동네 아이들이 자기 집인냥 들어와서 참새알을 가져갈 때 그걸 가져가서 자기들끼리만 먹을 때 텃세가 생각났습니다. 그림책 속 아이네가 동네 제일 앞집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누나도 참새 알이 가지고 싶어 어느 날 둥지에 손을 넣었다가 새끼 참새를 보게 됩니다. 누나와 남동생은 그 새끼참새를 방 안으로 가져옵니다. 저 멀리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 참새가 아이들 눈에 보일리가 없지요. 아이들은 새끼 참새가 이뻤고 내일 아이들에게 이 새끼참새를 자랑할 생각에 엄마 참새는 생각도 못 합니다. 이튿날 아침 새끼 참새는 문 쪽으로 걸어가다 죽어 있습니다. 그제야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을 반성하게 됩니다.
누나는 자기 집을 제 집인냥 드나드는 참새들에게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지 못 합니다. 아이는 성장의 통증을 겪고 있는 것이겠지요.
<참새>를 읽으면서 친정 엄마와 함께 떠오른 게 '물새'입니다. 사실 그 새가 어떤 종이었는지 모릅니다. 15살이 된 지 얼마 안 된 겨울이었는지 14살 마지막 겨울이었는지 알 수 없던 겨울 아침 마당에 죽어 있는 새 한 마리를 보았고 그 새를 우리 집에서 볕이 가장 잘 들던 마당가 회양목 아래 묻어 주었지요. 그리고 일기를 쓸 때 그 '물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시간이 1년여가 됐던 것 같아요. 오래 전 친정에 갔다가 살아남은(?) 그 일기장을 가져와서 들추어 봤습니다. 일기장을 넘기다 아버지에게 미싱을 배웠다는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마루에 있던 그 미싱을 아버지가 가르쳐주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새>가 오래 전 '물새'와 함께 아버지를 불러냅니다. 둘에게는 마음으로 아침인사를 하고, 오늘도 닭모이 주러 가실 엄마께는 전화로 안부를 여쭈어야겠습니다.
첫댓글 미싱을 배우는 똘망한 선화쌤이 그려지네요^^ 감동적인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