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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했지만 참 행복했던, 달마봉. 그리고 울산바위 서봉 산행
1. 일자: 2017. 6. 3 (토)
2. 장소: 달마봉(632m), 울산바위 서봉(870m)
3. 행로 및 시간
[C지구(03:30) -> 목우재(03:40) -> (419봉/526봉) -> 달마봉(05:40~06:10) -> 흔들바위(07:35) -> 조식(07:45~08:10) -> 문바위(09:00~07) -> 서봉(09:20~09:48) -> 문바위(10:05) -> (용소골) -> 통제소(10:50) -> 목욕(11:02~15) -> 폭포민박(12:00), 12.4km]
4. 동행: 288 11인
< 달마봉 산행을 준비하며 >
288 6월 정기산행은 일찌감치 28산악클럽 버스 타고 설악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공지가 뜨자마자 10여명의 멤버들이 신청을 했고 버스 한 대가 만석이 된다. 코스 선정에는 이견이 있어 출발일까지 단일 안이 마련되지 않는다. 난 일단 달마봉 코스를 제안했다. 처음엔 특별히 그곳에 가고픈 건 아니었고, 새로운 단축코스에 대한 몇몇 회원들의 의지를 반영한 대안이었으나, 날이 갈수록 정보를 추가될수록 달마봉에 대한 애착이 깊어간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대안이 많다는 건 선택 과정에서의 인지부담을 가중시킨다.‘비탐구간 단속’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고려사항이 많아져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 계산도 복잡해진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 이번 산행코스 선정도 그랬다. 이미 여러 분들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코스를 제안했고, 변경에 따른 혼선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달마봉을 고수한다.
결국 코스는 다원화된다. 처음부터 마음 맞는 사람끼리 알아서 코스 선택을 할 걸 그랬다. 투표는 일견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신중을 기해야 할 수단임이 확인된다.
인도어 클라이밍을 해 본다. 가야 할 코스를 삼등분해 보자. 목우재~달마봉 4km 2시간 30분, 달마봉~울산바위 4km 2시간 30분, 울산바위~소공원 4.5km 2시간, 식사 포함 넉넉한 7시간 산행을 예상한다. 새벽 3시 반 무렵 출발 시 11시면 하산 완료다. 시간 여유가 마음의 여유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 희망사항 >
달마봉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 취산벽에 들어가 화채봉에서 피골서능선 따라 C지구로 하산하다 찍은 사잔 한 장을 들춰낸다. 북설악 상봉~신선봉 능선이 길게 흐르고 그 밑 좌측으로 울산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 우측으로 솟은 봉우리가 바로 달마봉이다. 달마대사보다는 얼룩말을 닮은 암괴가 우람하게 솟았다. 그 우측은 목우재로 흐르는 암릉, 좌측은 푸른 숲이 우거져 있다. 당시‘언젠가 저곳에 가리라’했는데 오늘이 그날이 되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늘 가던 길을 다시 경험함도 좋지만 미지의 먼 세계를 갈망하는 끝나지 않을 모험을 즐기고 싶다.
공룡을 버리고 달마를 택했다. 인간의 머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다루지 못한다. 오래도록 산을 다닐 작정이다. 수 많은 새로움을 경험해 보고 싶다. 내가 새로운 길을 택한 이유다.
(여기까지는 산행 전 준비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많이 달랐다.)
< 설악 가는 길에 >
피할 수 없는 저녁 술자리에 참석해 자제하려 했으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꽤 많은 술을 마셔 버렸다. 그래도 정신만은‘산에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또렷하다. 집에 와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었으나 퍼지면 못 일어남을 알기에 일찍 복정으로 향한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복정의 밤공기, 먼 길 떠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적막하면서도 가늘게 흥분되는 그 느낌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버스에 오른다. 고문님과 인사하고 곧 군대 간다는 산수담님의 씩씩한 아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하고는 골아 떨어진다. 깨어보니 내설악 광장, 숙취가 몰려든다. 심한 갈증에 시달리며 비로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버스에 타기 전까지는 산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는데, 막상 몸 상태를 가늠하니‘이건 미친 짓’이다. 그러나 너무 늦어버렸다. 일단 가자. 가다 정 안되면 가는 데까지 가서 포기해도 된다.
일행이 식당에 모여 담소한다. 내 상태를 확인한 산거북님께서 걱정하며‘명동님, 그 상태로 달마봉 갈 수 있겠어?’하며 본인도 달마봉으로 가야겠다고 말한다.‘공룡파’들은 말이 없다. 일단 대세는 달마봉으로 넘어갔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이다. 술 기운 속에서도 안도감이 급상승된다.
버스는 한계령을 넘어 간다. 아들과 함께 가는 산수담님이 한계령에서 내렸다. 부자간의 다정함이 부러웠다. 버스가 오색으로 향한다. 술 기운을 이겨보려고 이분 저분과 이야길 나눈다. (나중 아카님 말에 따르면 그 목소리가 무척 컸다 한다. 다른 분들께 폐가 되지 않았나 미안하다.) 오색에서 설악동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3시 30분 어름, 설악 C지구 낯선 도리에 내렸다. 심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속은 견딜 만 할 것 같다. 천만 다행이다.
< 목우재에서 달마봉 >
음력 초 아흐레 목우재, 달을 기대했지만 보이질 않는다. 동북쭉 하늘엔 카시오페야가 총총하다. 그 부근으로는 어둠 속에서도 확연한 흰 뭉게구름이 짙다. 샛별을 기대했건만 이것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럽게 날씨는 좋을 것 같다. 크게 숨을 들이 마시며 목우재 옛 도로를 치고 오른다. 금줄을 통과하며 잠시 긴장한다. 완만한 오름이 계속된다. 드디어 올 게 왔다.‘아이고!!’란 말이 절로 나온다. 주위에서 걱정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고통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일이다.
419봉은 밋밋했다. 행보가 예상보다 무척 빠르다. 아니 술이 덜 깬 자만이 느끼는 속도 인지도 모르겠다. 거친 숨결이 어둠 속 목우재 길에 뚝뚝 떨어진다. 526봉을 추정되는 암릉에 올라선다.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간다. 우측으로 속초 시내의 불빛이 훤하게 느껴진다. 바다 내음도 바람에 실려오는 듯하다.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유와 무가 절묘하게 융화되어 있는 것이 바람이다. 형태가 없어 볼 수는 없지만 존재가 느껴진다. 참 신비한 존재다.
5시가 넘어간다. 하늘에 먹구름이 낀다. 비도 한 두 방울 떨어진다. 멋진 일출을 기대했건만, 포기해야겠다. 시원한 바람이 친구가 되어준다. 달마봉으로 향하는 주 능선에 선다. 렌턴을 끈다. 진행 방향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달마다. 매년 등반대회가 열리는 코스라 길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바위절벽이 등장한다. 밑은 아득하고 손 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 피로감이 급상승한다.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위험지역을 통과한다. 그리고도 계속되는 암릉….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안 건 나만이 아니었다. 이 새벽 달마봉으로 향하는 직벽을 탈 순 없다. 우회로롤 찾느라 꽤 많이 내려섰다. 그리곤 다시 오른다. 다행이 등로를 찾았다. 산거북님과 유박사님이 함께 오지 않았다만 어찌 할 뻔 했는가?
날이 훤해졌다. 비로서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초여름 설악은 신록의 티를 벗고 성장(盛裝)한 여인마냥 풍성함으로 산객을 맞는다. 날이 밝자 술기운은 사라졌다. 역시 숙취해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다. 대신 수면부족에 따른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상인가 보다.
< 달마봉에서 본 속초 / 달마봉 위의 288 >
달마봉을 우회한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풍경은 달마의 친구 울산바위다. 우유빛 잘 생긴 몸통을 허공에 드러낸 체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다. 두 번째 풍경은 먹구름이 드리운 속초 풍경이다. 주변 산도 바다도 도심도 온통 검푸르다. 일출의 희망이 비에 대한 공포로 바뀐다. 날은 곧 좋아지리라 믿어본다.
5시 40분 무렵, 달마봉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안부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배낭을 내려놓고 달마봉으로 오른다. 난 배낭을 베개 삼아 땅에 드러눕는다. 풍경 갈증보다 잠 유혹이 더 급하다. 멀리서 들리는 유박사님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시 눈을 붙인다. 10여분 꿀 잠을 잤다. 한기가 느껴져 눈이 뜨인다. 그 사이 일행들은 달마봉 정상에 서 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저 모습은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나에 대한 배려로 이곳까지 함께한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내 몫은 해야 하지 않겠나?
우람한 암릉 위, 하늘 밑으로 검은 실루엣들이 어른거린다.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오늘도 유박사님의 붉은 옷은 확연히 구분이 된다. 역시 난 분이다. 순간 여기까지 와서 달마봉 정상에 다녀오지 못한 게 마음의 짐으로 남는다. 훗날을 기약해야겠다.
일행들이 내려왔다. 표정에서 산정을 경험한 자들만이 갖는 뿌듯함이 묻어 난다. 부럽고도 고마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사진 욕심으로 이곳 저곳에서 내 초라한 몰골을 담는다. 다행히도 사진에는 숙취에 시달린 흔적이 남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 속 인물의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사진이 현실을 왜곡했다. ㅎㅎ
< 달마봉에 선 술 취했던 인간 >
간단히 간식을 먹고는 달마봉을 벗어나 조계암으로 향한다. 거리는 3km가 조금 안 될 것이다. 1시간을 예상하고 길을 나선다. 달마봉에서의 30분간의 쉼이 힘을 주었다. 그 사이 울산바위는 곁에 있는 듯 가까워졌고 학사평 콘도들의 모습이 하나 둘 시야에 잡힌다. 권금성 넘어 칠선봉과 화채봉의 모습이 흐린 날씨 속에서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바람님 해운님 아카님과 후미에 쳐져 걷는다. 술기운은 날라갔으나 이젠 힘이 딸린다.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총기도 사라진다. 권금성 케이블카 승강장을 안락암으로 착각한다. 조계암 하산 길은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비탐 이름에 걸맞게 만만치는 않았다.
< 울산바위 원/근경 >
< 조계암에서 울산바위 서봉 >
대세 내리막에 막판 작은 오르내림을 한 끝에 조계암 부근에 당도한다. 혹 있을 모를 단속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우회하여 내려오니 화장실 부근 쉼터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흐르는 물에 세면을 하고, 달마봉을 넘어왔다는 뿌듯한 기분에 잠시 젖는다. 이내 흔들바위에 올라 단체사진을 찍고 조계암 옆을 지나 울산바위 서봉으로 향하는 금줄을 넘는다. 늘 느끼는 찝찝한 감정이지만 산에서만큼은 욕망이 법에 우선한다..
서봉은 당초 계획에는 없었으나 산거북님의 합류로 새롭게 제안된 길로 아이넷님 등 다녀온 이들의 말에 따르면 크게 힘들지 않고 무엇보다 조망이 달마봉보다 훨씬 좋다 한다. 새 길에 대한 욕심이 크게 동한다. 8시 어름, 여기저기서 내 고프다는 말이 쏟아진다. 널찍한 공터에 아침상이 마련된다. 몸이 고단하니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은 사라진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다는 다시 배낭을 베고 드러눕는다. 또 잠시의 쉼에서 힘을 얻는다.
서봉 가는 길은 크게 험하지 않았다. 시작 고도가 450미터쯤이고 지도에 표기된 울산바위 고도가 800미터 초반이니, 서봉도 엇비슷할 게다. 비탐구간이지만 등로는 선명하다. 길가에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 자리를 잡은 집채만한 기묘한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산거복님은 서봉까지 남은 거리가 2시간이라 하지만 지도상 거리로 추정하면 한 시간 남짓이면 되겠다. 고도 600미터를 넘어서며 힘겨워진다. 연이은 오르막에 힘겨워한다. 공지선이 보여 그곳만 올라서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걷지만 지루한 오름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도 고도는 조금씩 올라간다. 트랭글에 표기된 고도는 이미 800미터가 넘는다. 서봉은 아직 까마득하다. 힘에 겨워하며 오른다. 졸음도 쏟아진다. 그래도 발은 기계처럼 움직여진다. 마침내 서봉 밑 안부에 도착한다. 일문 문바위라는 곳이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시계를 본다. 막 9시가 지난다. 조계암에서 1시간 거리였다. 오르며 작은 전망바위에서 공룡능선을 본 것 말고는 별 조망은 없었다. 안부에 올라서니 황철봉 너덜이 선명하다. 문바위 옆 공터에 모여 담소하며 쉬어간다. 오늘처럼 작은 쉼의 소중함에 느낀 산행도 없을 것이다.
< 울산바위 밑 담쟁이 / 서봉으로 본 황철봉 모습 >
문바위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배낭을 두고 서봉에 오른다. 몸이 가벼워지니 속도가 난다. 천천히 풍경 즐기며 10여분 오르자 널찍한 마당바위가 있는 서봉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어라 감동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속초 시내가 바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위 난간에 선다. 그 아아(峨峨)한 고도감은 비교불가다. 흰 뭉게구름 밑으로 옅은 회색톤 분위기에 쌓인 속초의 모습이 시원하다. 이리 너른 개방감으로 해안 도시를 굽어본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힌 곳이 없다. 바위 난간에 일행들이 쭉 선다. 하늘과 맞닿은 모습이 늠름하다. 새로이 288 멤버가 된 걷다님은 이름 그대로 산도 잘 타지만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일행 모두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읽힌다. 행복 바이러스는 전염된다. 나 역시 더 없이 행복했다.
< 울산바위 서봉에서 1 >
영어로 뜻밖의 행운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 한다. 우리말로는‘땡 잡았다.’우리말 표현이 훨씬 시각적이고 느낌이 확 온다. 맞다, 난 오늘 서봉에서 땡 잡았다. 바라보는 풍경이 소위 말하는 ‘역대급’이다. 일행들은 돌아가며 바위 난간에 서 우리가 이곳을 다녀감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가능한 카메라 대신 눈과 가슴에 더 많은 감동적인 풍경을 담아가려 애쓰지만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간다.
< 울산바위 서봉에서 2 >
감동적 풍경은 도봉산 자운암을 빼 담은 바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우람한 모습이 시선을 오래 잡아 멘다. 용감한 일행들이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늦은 동행을 한다. 잠시의 발 품이 날 또 다른 세계로 안내했다. 울산바위의 또 다른 암괴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편으로 미시령 넘어 상봉~신선대 능선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학사평 콘도 촌이 바로 눈 아래 펼쳐진다. 억만금을 주어도 산 밑에서는 살 수 없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새 길을 경험하게 해 준 288 동지 모두에게 감사한다.
< 울산바위 서봉에서 3 >
다시 마당바위로 내려온다. 커다란 바위 중간 바람에 날려온 흙과 이끼가 모여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된 작은 생명의 공간이 마련된다.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에 머리가 숙여진다. ‘누가 저기에 똥 쏴났어?’하고 농을 하지만 놀라운 자연의 조화에 감동한다. 서봉이 선물하는 풍경의 감동을 좀 더 감상한다. 멀리 지나온 바위 난간에 옥혜님이 우리 사진을 찍으려 서 있다. 난 그 모습을 담는다. 아마도 오늘 베스트 사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시 눈을 들어 멀리를 본다. 맑은 하늘 밑으로 황철봉 너덜이 선명하다. 속초 바다에 눈 도장을 길게 찍고 서봉을 내려선다. 이곳에 앞으로 여러 번 더 올 것 같다. 서봉과의 만남은 큰 감동이었다.
< 울산바위 서봉에서 4 >
< 서봉에서 폭포민박 >
쉽게 오른 바위 길을 내려서며 큰 고생을 했다. 컨디션 난조다. 좋은 풍경 보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나 보다. ㅎㅎ
유박사님이 배낭을 지키고 있다. 좋은 풍경 우리만 본 것 같아 미안했다. 시간이 10시를 넘어선다. 이제 남은 건 학사평 어름으로 하산하는 게다. 시원한 물회와 얼큰한 생선 매운탕이 진하게 날 유혹한다. 다리에 힘이 다시 난다.
지도를 살핀다. 용소골로 이어진다. 큰 무리 없는 길이라 한다. 초반 비탈을 내려서니 등로가 순해진다. 길가에 산목련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녹음 속이라 흰 빛깔이 더 돋보인다. 메마른 상류 계곡을 지나 터벅터벅 내려간다. 큰 고비는 넘겼고 날머리는 그리 멀지 않고. 긴장이 풀린다. 무리한 산행이었다. 비탐 구간을 두 곳이나 지나고 만만치 않은 암름을 넘어 왔다. 큰 일 없이 지나서 그렇지 달마봉과 서봉 암릉지대는‘상대적으로 덜하지만’위험구간이었다. 산에 오르기 전 몸과 마음가짐을 더욱 조심해야겠다.
비탈이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날머리가 가까워지는지 길이 순해지고 이내 통제안내판이 나타난다. 산행이 끝난 지 알았는데 말굽폭포를 가자고 한다. 마음은 여기까지만 이었지만 따라 나선다. 하류로 올수록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 진다. 말굽폭포 가기 전 계곡에 멈추어 선다. 발이나 씻고 가자고 한다. 내친 김에 윗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 시원한 물이 몸에 닺자 날아갈 것 같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계곡 물에 몸을 담근 게 말이다.
말굽폭포에 대한 미련은 없다. 시원한 계곡 따라 꽤 오래 걸었다. 협곡의 물소리 들으며 편하게 걷고 나니 웬 민박집이 나타난다. 폭포민박이라고 꽤 유명한 곳이라 한다. 오늘은 새로운 많은 곳을 경험한다. 산거북님 일행은 말굽폭포에 다녀왔나 보다. 돌아와 사진으로 확인하게 아주 멋진 폭포였다.
택시를 부른다. C지구 수복식당에 가기로 한다. 마음 같아선 바닷가에서 회를 먹었으면 했는데 대세를 따른다. 수복식당의 얼큰한 김치전골이 식욕을 자극한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다. ^^
< 산목련 / 용소골 계곡 >
< 에필로그 >
무모와 도전의 경계는 늘 애매하다. 곤한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28 카페에 사진을 올리고 잠에 나락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노곤한 행복감이 찾아 든다. 무모했지만 참 즐거운 산행이었다. 까짓 거 안 가봤으면 어때 트랙 다운로드 받았는데, 술 좀 먹었으면 어때 산행 경력이 얼마인데…. 무모했다. 더 준비하고,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도 무척 행복했다. 평소 그리던 달마봉에 오르고 기대하지도 않은‘땡 잡은’울산바위 서봉도 가보고…. 특히 서봉에서 바라 본 속초의 풍경은 최고였다. 산 위에서 또 다른 산과 바위를 그리고 도시와 바다를 조망한다는 게 설악 말고는 가능하겠는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명품 풍광이었다.
설악을 대청, 공룡, 화채, 백담사, 천불동 등 유명 구간 중심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 찾은 달마와 서봉은 말하자면 설악의 재야(在野)다. 큰 산 설악에는 공룡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름 없는 작은 봉우리가 모여 설악이 만들어졌음을 깨닫고 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에선 발 일단 들여 놓으면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나태주 시인의 시.‘잠시’라는 시가 있다. 고단한 삶에 힘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있어 인생은 살만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능력에 넘어 욕심만 많은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산행 벗들이 있으니, 인생은 잠시 행복한 것이라고 오해하거나 착각해도 좋으리. 먼 길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 설악 달마봉, 울산바위 서봉 산행궤적 >
첫댓글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ㅋㅋ 역시 산꾼입니다. ^^
그래도 멋진 풍경보고 기분은 좋았죠 ?ㅎㅎ
험한 길 산거북님께서 함께 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몸이 말이 아니였을텐데.. 산에 대한 열정은 아마도 최고이지 않나 싶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
아이넷님만 하겠어요?
함께 해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