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남한 대토벌 작전
전라도에서 올라오는 보고마다
무슨 담살이 부대라는 말을 듣고
사령관 하세가와 노발대발
지체도 잊고 흥분하여 발광을 한다
“이노무 병신노므새끼들! 그런 담살이노
일개 농민이노 새끼에게 번번이 당하고
이번에는 상선, 미곡선 까지 모두 불탔다니
대체 너희 노무 새끼들은 싸움을 하는 것이냐?
아니면 당하러 다니는 것이냐? 이 바가야로들?
정예 도미이시 부대를 보성에 급파
전적으로 안대장 체포에 주력을 기울이라
명령이 추상같다, 그날로 호남에 2만여 대부대가 증강 ,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며 이른바 남한 대토벌 작전 개시.
의병을 전라도로 몰아붙이는 투망몰이 작전,
가장 잔혹한 소탕 살상전이 시작된다.
몰리고 몰린 의병들 지리산으로 남해안 섬으로
미처 달아나지 못하면 강물과 바다에 빠져 죽고
총 맞아 죽고 칼 맞아 죽고 아수라장
마을이 불타고 민간인이 내통 죄로 죽고
전세는 차츰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폭도 토벌작전이라 불리운 가공할 작전,
“의병을 은피시키고 흉기를 장치하는 자에
이르러서는 엄벌에 처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책임을 현범의 촌락에 지워
온 마을에 엄중하게 처치할 것이다“
조선 주치군 사령부의 포고문에 따라
의병이 통과한 촌락은 마구 방화
무차별 보복 초토작전을 폈다.
한편,
밀정을 매수 탐정기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의병을 조선 사람의 손으로 밀고 케 유도,
민족정기가 일본정보비로 팔려 다니기 시작했다.
경비전화 급증설
밀고자 장려 및 포상
정기적 토벌작전 실시
수령급 체포에 현상금제 실시
폭도에 동정한 마을 초토화 작전
사면한다 꾀어 귀가 자수 권고 회유책
산과 부락간의 보급로 차단
온갖 방법으로 무력, 심리, 회유, 보복전을 실시
의병의 예기를 꺾으려 애썼다, 보복의 한 예,
충청도 이천, 충주 제천 지방의 보복작전,
영국인 기자 메켄지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제천은 지도 위에서 사라졌다, 그들에게
모두 어디 있는가고 묻자 산에 있다는 대답,
오직 남은 건 잿더미 뿐이었다‘
어찌 이런 보복 제천 뿐이었겠는가?
일제가 집계한 피해 횟수만도 6,681호,
이러한 토벌 작전은 차츰 남하.
1908년 말엔 전남권이 중심이 된다.
밀리고 몰린 의병들을 한 구석으로 몰아
거기서 몰살시키려는 투망몰이 식 작전
민간인 협력체제와 고립 책으로
민간인과 민가에 무차별 보복을 감행
살상의 피비린내 천지에 진동했다,
또 이런 기록,
“일군이 통과할 때 무서워 달아나는 아이들을
장난삼아 탕! 탕! 쏴 죽이고, 소를 몰고 돌아오는
노인까지도 사살하는가 하면 황해도에서는
남녀 수백 명을 잡아 옷을 벗긴 후
냇가로 내몰아 물속에서 얼려 죽였다.
여기 더 써서 무엇하겠는가?
이런 일 영국은 아프리카에서 했고
이탈리아인 리비아에서 에디오피아에서
흑인 소년을 장난삼아 사냥하던 그 역사
제국주위 침략의 방법이 아니었겠는가?
소위 양반에 시달리고 교대로 짓밟기 시작하니
캄캄한 하늘 아래 곡소리만 진동하고
까마귀만 까옥까옥 지붕 위를 맴돌았다
임자 없는 죽은 시체 더미는
가련하게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의 밥이 되고
원통하구나, 망국의 하늘 아래 계속되는 혈투는
1908년을 고비로 전라도 일대에 맹렬히 전개,
교전과 토벌의 총소리 피비린내 진동했다
일본 사령부의 훈령에 의하면
이런 기막힌 비밀 지시도 있었다
“원래 전라도 한민은, 청일, 노일 양 대전에 있어
일군의 용맹을 목격하지 않았으므로
임진년의 옛날을 몽상(의병시절을 생각하고)
일인을 무시하는 풍조가 있으니
차제의 황군의 용감한 무위를 떨쳐
경탄 전율케 하라“
이른바, 본때를 보이라는 특별 보복훈령이다
본래 원민이 많았던 이 고장,
의혈의 기상을 꺾으라는 살인지시 아닌가?
또 매천야록에 기록된 바,
“사위를 그물 치듯이 해놓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빗으로 빗듯이 뒤져
조금이라도 혐의가 있으면 죽였다
이에 길에는 행인이 스스로 끊어지고
이웃과도 통하지 않았다, 의병들은
삼삼오오 사방으로 달아났으나
숨을 곳이 없어, 강자는 앞으로 돌진하여 싸우다 죽고
약자는 기어 달아나다 총알로 맞아 죽었다
점차 쫓기어 강진 해남에 이르러
달아날 곳이 없어 죽은 자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
신출귀몰 담살이 부대라고 무사할 리 없다
철저한 유격전으로 대치
분산 기습 작전을 펴면서
그해 겨울 남해안 도서에 출몰,
끊임없이 일군을 괴롭혀 온 안대장,
새해(1909년) 들어 전력을 가다듬고자
본진으로 귀대, 새로운 편성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미 요로마다 일본 토벌군이 점령
소부대 운영마저도 힘겨워 갔다
동복 진산에 진을 치고
살아남은 동지들을 규합,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기에 이른다
보성읍까지 진격해 온 토벌군은
물자 보급을 차단하며 민가를 위협
의병의 고립화를 꾀하였다
내동리의 소문도 들어왔고
피신 다니는 어머니의 소식도 들어왔다
한때, 뒤를 보아주던 유생들도 차츰 수그러져
일본의 회유에 넘어갔고, 제일 큰 문제는 가족,
왜군은, 가족을 인질로 의병 귀가를 권유했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군대의 사기는 꺾이고
어려움은 하나씩 더 늘어만 간다
그러나, 어찌 사나이가 한번 먹은 마음
한번 뽑은 칼을 내 던지랴!
해산? 투항? 있을 수 없다
남은 힘을 다하여 싸움! 싸움뿐이다
이럴 즈음 정보를 입수한 토벌군
동복으로 밀어닥쳐 진산을 포위한다
하룻날 하룻밤을 계속한 혈전,
완전 포위 속에 사투하다가
몰사 죽음 직전에
안대장의 용기와 지모로 탈출구를 뚫어
일단 부대를 송광으로 후퇴
가까스로 동지들을 구출
다음날 천봉산에 진을 친다
그러나, 여기서 슬픈 일이 생겼다
머슴살이 시절 단짝 친구 폰쇠가
퇴각 시 크게 총상을 입어 중태,
안대장 등에 업혀 온 그가 각각 목숨을 다툰다
수많은 낮과 밤
안대장 곁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항상 싱글벙글하던 살림꾼 폰쇠,
동소산 다람쥐 그대로였던 솜씨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안대장의 수족이 되어 주었던 유격전의 명수,
폰쇠의 목숨이 촛농처럼 다량의 출혈,
지혈제 한 가지
변변한 약 하나 없었던 시절,
두 번째의 부상은 그를 먹어들기 시작한다
대원사 주지의 호의로 구급약을 썼으나 허사,
자정이 되자 숨결이 가빠지며
곁에 지키고 있는 안대장의 손을 꼭 잡는다
“규홍아 내동리가 보인다, 너와 들독들기하던
당산나무 밑 큰 것은 너밖에 못 들었지,
갯버들 물오르던 깽변에서 씨름도 하고
꽃싸움도 하고...... 모두 내가졌었지.
....... 정말 넌 대장이었어, 규홍아, 내 손
좀 꼭 잡아줘, 그리고 반듯이 일으켜 줘.
나 너에게 정식으로 말 올리고 대장님이라고
한번 크게 부를거야!‘ 가까스로 부추겨 일어나자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안규홍 대장님.....!”
그리고는 숨이 끊어진다
“폰쇠야! 폰쇠야!
동시에 쏟아지는 규홍의 절규와
수많은 동지들의 흐느낌 소리
천지신명이 외면을 했음인가?
당하고만 살아온 백성
제 땅을 제가 지키겠다 일어난 담살이
끝내 그는 이렇게 죽어야만 했는가?
한 무명의 사나이는
자기가 태어나 일하고 가꾼 땅을 지키려
괭이와 죽창을 들고 일어나 싸우다
깊은 밤 천봉산 골짜기에서
그가 사랑하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아도화상이 세운 봉소형국 대원사의
극락전에서 퍼지는 목탁소리에 싸여
민중의 발바닥 밑, 피맺히고 때 절은
새까만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 넋이여
우리 모두의 뜨거운 마음이여
이듬날 미명께
대원사 주지의 법경을 올리며
깨끗한 장작더미 우에서
한 줌 재로 사라져 간 폰쇠의 육신
향 붙인 양
족구의 제단에 바쳐지는 헌신이
한줄기 연기로 고읍게 피워 올랐다
오백년 해묵은 전나무 부등 켜 안고
안대장 소리를 죽여 가며 운다
가는구나 가는구나
내동리 고향땅 꽃 같은 아내와 자식을 두고
가는구나 가는구나
못 잊을 담살이 동지 안대장 남겨 두고
가는구나 가는구나
한줌의 재, 한줄기 연기되어 사라져 가는구나
“ 폰쇠야! 폰쇠야! 속삭이듯 되뇌어 보는 정든 이름,
“ 규홍아 꼴베러 가자” 정답게 부르며 싱글벙글
금방 곁에 나타날 듯
그러나, 주지의 법경 소리만 처량히 여운을 끈다
내동리 사랑방 한 이불 속에서 컸던 단짝,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요 동지요
제 몸같이 아끼던 형제,
서로 같이 죽자 맹세한 그가 아닌가?
자기가 아니었다면
의병길에 나섰을 리 없는 그,
연민과 통한이 안대장의 가슴에 밀려 오른다
“ 너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은
오직 왜놈을 죽이는 일, 그들의 목을 잘라
반드시 너의 원한을 갚으리라“
이빨을 뿌드득 갈며 앞을 노려보는 안대장,
대원사 주지의 호의로 위패를 맡기고
식량을 얻은 다음 진세를 가다듬어
천봉산 좌봉에 비밀의 진을 쳤다
장수도 많이 잃었고
군사도 많이 잃었지만
아직도 사기왕성한 담살이 부대
염재보 소휘천 임창모 윤영채 선규명
쟁쟁한 장수들이 안대장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