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신뢰를 아름답게 마무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영그룹 회장님께 드리는 건의문
존경하는 회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영이 건설한 광주 첨단2단지 사랑으로부영 아파트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입주민입니다.
오늘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과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닙니다.
13년을 함께해 온 회사와 주민이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저희 단지는 2013년 민간임대주택으로 입주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입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부영의 10년 임대제도는 저희 가족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높지 않은 임대보증금 덕분에 생활은 조금씩 안정되었고,
그동안 성실하게 모은 돈으로 분양대금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였고, 부모님들도 큰 걱정 없이 지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분양전환이 마무리되는 날에는 회사와 주민이 서로 이렇게 말하는 자리가 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좋은 집을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고 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이 제가 2015년 회장님께 편지를 올렸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회장님께서는 저희의 뜻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장 명의의 답신을 통해 앞으로는 주민대표와 협의하여 모든 일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셨고,
저희는 그 답장을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주민대표회의가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을 모두 회사에만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주민인 저희에게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고, 주민자치를 끝까지 이어 가지 못했습니다.
그 점은 솔직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분양전환이 이루어진 지도 3년이 지났습니다.
1772세대의 주민들은 이제 한목소리로 정상적인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는 더 이상 갈등을 원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이기려는 것도 아닙니다.
분양받은 주민으로서 우리 공동체를 스스로 책임지고 싶을 뿐입니다.
회장님.
저는 대기업인 부영이 단지 96세대의 미분양을 이유로 주민자치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회장님께서 평소 보여 오신 경영철학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혹시 현장의 사정과 실제 주민들의 뜻이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만큼은 직접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업은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주민과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13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습니다.
한 아이가 초등학생에서 성인이 되는 시간이며, 젊은 부모가 어느덧 중년이 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이 아파트는 저희 가족의 삶이었고, 부영은 그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마지막만큼은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회사와 주민이 서로를 원망하며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주민들이 잘 운영해 보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회장님께서 노인복지와 사회공헌에 관심을 기울여 오신 것처럼,
공동체가 건강하게 자립하도록 돕는 일 또한 기업이 사회에 남길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저희가 부탁드리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닙니다.
법이 보장한 주민자치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회사가 마지막까지 함께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회장님의 관심과 한마디는 13년 동안 이어진 갈등을 끝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부영을 좋은 아파트를 건설한 기업으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입주민의 자치를 존중하고, 주민과 아름답게 약속을 마무리한 기업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날이 온다면 저희 역시 진심으로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동안 좋은 집에서 잘 살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2026년 ○월 ○일
광주 첨단2단지 사랑으로부영아파트 입주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