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남도복국
근처 음식점들이 조금 퇴락한 느낌이 들어 이 집도 그러려니 했다. 실제 근처 몇 군데 음식점 식사가 대부분 실패였다. 그래서 불안해서 들어가지 않은 집인데, 먹어보니 상큼하고 개운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짜임새있는 구성과 깔끔한 차림도 좋다. 서울답지 않게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맛으로 복어요리를 즐길 수 있다.
1.식당얼개
상호 : 남도복국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2가 23-1
전화 : 02) 313-0772
주요음식 : 복어요리
2. 먹은날 : 2021.11.13.점심
먹은음식 : 참복국정식 : 22,000원(1인)
3. 맛보기
정식요리를 시켰더니 여러가지 다양하게 나온다. 어떻게 먹는지도 가르쳐주는 대로 잘 배워야 제대로 맛있게 먹을 거 같다. 나오는 요리가 거의 흠잡을 데 없다. 기대되는 맛을 모두 내준다. 복국은 기대보다 더 시원하다.
복불고기. 복불고기란 말이 좀 의아하다. 내 맘대로 복어철판볶음이라 해본다. 양파, 미나리, 당근, 양배추 정도의 재료인데, 맛있는 것은 복어가 괜찮고 양념장이 좋은 거 같다. 미나리가 싱싱하다. 미나리를 집에서 먹기 쉽지 않다. 신선한 미나리를 보니 회가 동한다.
서운했던 건 여기에 밥을 비벼도 좋았을걸. 밥이 없이 먹으니 좀 맵다. 나중 복국과 함께 먹으니 좋고, 일부는 비비는 데 넣으면 비빔밥이 더 맛있다.
복어튀김. 밀도높은 복어살 튀김이 소담스럽게 나온다. 겉은 바삭하고 고기 육질은 부드럽고 찹찹한 식감이다. 복어도 이렇게 튀김으로 즐길 수 있구나. 회가 아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복껍질무침. 새콤달콤, 간간히 씹히는 복껍질은 탱글탱글하다. 그런데 복껍질은 귀하신 몸처럼 찾기가 쉽지 않다.
복어요리는 일본식과 많이 흡사하다. 그런데 일본식과 완전히 다른 것이 이 껍질요리다. 우리식으로 여러 채소에 고춧가루를 넣고 식초에 묻힌다. 일식은 껍질을 그냥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식은 재료를 그냥, 우리는 가능하면 손맛가는 조리를 하는 두 음식의 큰 차이가 그대로 반영되는 사례다.
기본찬은 부족하면 셀프 추가이다. 모두 마땅히 흠잡을 데 없는 무난한 맛, 복어요리와 짝해먹기 좋다. 특히 양파절임은 아주 좋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고 양파는 사각거린다.
깜박 끓인 상태의 사진을 누락시켰다. 국물맛이 아주 좋다. 개운하고 깔끔하다. 손맛의 터프함은 없지만 편하게 먹기엔 그만이다. 세련된 맛이다. 콩나물과 미나리와 무생채를 넣고 비벼먹는다. 맛있다.
유일하게 서운한 것이 밥이다. 제끼 밥이 아닌 거 같다. 찰기도 쫄깃거리는 식감도 없다. 이른 점심시간 탓인가. 밥이 좋았으면 흠잡을 데 없는 밥상인데.
4. 먹은 후
1) 복어체인점
실내도 깔끔하고 음식도 깔끔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 운영이 가능할까. 깊은 손맛이 느껴지진 않는 대신 뭔가 짜임새가 느껴지는 식당이다. 알고보니 체인점, 요새 대중화된 운영형식이다. 보통 식당도 손님이 넘치면 금방 체인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재료공동구매, 공동조리 등을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좋은 운영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음식으로 승부하면 고유상표를 가질 수 있는데, 아무리 오래 해도 전체음식 홍보에 머무른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다. 운영상 자유로움도 덜할 거고. 거기다 아무리 체인점이라도 개별 운영자가 음식맛을 알지 못하거나 성실하지 못하면 실패하기 쉽다. 그런 경우를 실제로 많이 봤다. 음식은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 음식에 소홀한 그 구멍을 손님은 당장 알아본다. 성실성과 입맛단속으로 구멍을 피해야 한다.
위 사진은 김포 <대복>의 복국이다. 복어의 신선도나 질이 자신이 있으면 이처럼 야채 위에 얹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는 야채 밑으로 복어가 숨어버렸다. 체인점에서 냉동식품을 써야 하니 더 이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만한 맛을 내는 것은 급속냉동으로 최대한 복어의 맛을 보존하고 솜씨를 더한 덕이라 하겠다. 서울에서 어찌 이런 생물을 먹어볼 수 있겠는가. 이만한 것도 감사하며 먹어야지.
참복은 10월부터 겨울철이 제철이다. 그러나 국내산이 현저히 수요에 못미쳐 상당수가 수입산이다. 수입산은 국내산의 1.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8)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수입산 참복 구별방법 홍보물을 배포할 정도다. 어차피 수입산이 대부분일 터이니, 너무 많은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을 듯도 하다.
2) 복어
복어는 제주에서 지천으로 잡힌다. 참복은 제주가 주산지로 전국으로 보급되었다. 제주 복어요리가 유명한 이유다. 제주의 참복이 부산을 통하여 전국으로 배송되었으므로 부산도 복요리의 중심지가 되었다. 생산지와 유통중심지가 다같이 복어요리의 중심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초원복국집이 알려져 있는데, 부산은 복요리가 내력이 있다.
참복은 식용으로 먹는 복어를 가리키는데, 주로 검복과 자주복을 참복이라 한다. 검복이 더 값이 높고 자주복이 그 다음이다.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참복(검복, 자주복), 까치복, 황복, 밀복 등이다. 제주바다의 흔했던 참복이 현재는 어획량이 금감하여 90년대와 비교하면 1% 내외의 어획량을 보인다.
복어의 맛이 좋은지는 다들 인정하지만 죽음과 바꿀 정도, 혹은 4대 진미 등의 맛인지는 섬세한 미각을 갖춘 사람이어야 가질 수 있는 변별적인 맛이 아닌가 한다. 물론 복어도 어종간 차이, 계절간 차이에 따라서 맛의 편차가 커진다. 한국에서는 황복을 최고로 치고, 그것도 산란기의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소동파가 먹은 것도 하돈이라 부르는 황복이다.
황복은 몸통 옆에 노란 줄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복은 산란을 하기 위해 잠시 민물 강가로 올라오는 회유(回遊, Fish migration)성 어족이다. 우리는 배를 강에 정박하고, 강으로 올라오는 복어, 황복을 잡았다. 황복은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어류 중 유일하게 민물에서 산란하는 어종이다. 황복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황해, 남중국해에 분포한다. 소동파가 먹은 하돈이 바로 양자강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 황복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강이 최고의 황복 산란처다. 특히 임진강 하구(河口)가 대표적 산란지다. 강으로 올라오는 복어는 바다에서보다 잡기 쉬워서 조선조 주로 먹었던 복어도 황복이었다.
황복은 자연산ㆍ양식산 모두 고가이다. 자연산 황복값은 1kg이 수십만 원, 혹은 백만 원이라고도 한다. 90년대 이후부터는 양식을 해왔지만, 양식산의 값도 만만치 않다.
황복이고 참복이고 수온상승으로 어획의 급감으로 상에 오르지 못할까 겁난다. 생태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미치지만, 밥상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타다. 복어가 잡혀야 복어를 먹을 수 있고, 그것도 다양한 한국 복어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의식주 일상생활 중 유일하게 남은 전통 생활문화, 음식문화의 변화가 겁난다. 일단 오늘을 감사하며 먹는다.
본카페 [김포맛집] <대복> 조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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