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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라북도 대안교육 시민포럼 개최
전환학년제 학교 도입의 필요성과 국내외 현황
작성자: 유은영_삶을 위한 교사대학 사무국장
작성일: 2019. 9. 26.
(지난 게시글에 이어서)
3. 국내 전환학년제 학교: 오디세이 학교를 중심으로 *³
국내에 자유학년제 정책은 2012년 대선공약으로 등장한 ‘자유학기제’에서 시작되었다. 도입기에는 자유학기제 시범운영계획이 수립되어 시범운영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이때의 목적은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찾고, 창의성, 인성, 사회성 등 미래지향적 역량을 함양하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에 있었다.
시범운영기에는 2013년 2학기부터 42개 연구학교가 운영되었고, 2014년 1학기에는 38개 학교가 추가되어 총 80개 학교의 연구학교가 운영되었다. 이후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자유학년기제의 긍정적인 보고서들이 나오면서 희망학교들이 대폭 증가했고 2015년부터 전면 실시된 이후 2018년도부터는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되었다. 현재 전국 중학교의 2/3 정도가 이를 시행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까지 자유학년제 전면시행을 발표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1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 중 1개 학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자유학기제에서 1학년 1년 과정을 자유학년으로 설정한 것이다.
<자료 6> 이현실(2017), 《교우·교사와의 관계가 중학생의
자유학년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자유학년제는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 관계에서 만족도를 높여주고 진로탐색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한계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전환학년제는 아일랜드에서는 주니어 과정에서 시니어로 진입하기 전에 시행되고, 덴마크고 공립기초학교인 폴케스콜레 이후에 10학년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학년제의 한국적 적용이라 부르는 자유학기제가 왜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가 아니라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인 중학교 1학년 과정에 도입되었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을 통해 학생들이 인근지역에 있는 학교로 배치가 된다. 이미 배치된 학교에서 진로탐색이란 학교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르게 되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중학교 배치를 염두에 둔 학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어떤 학교를 선택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지역에 거주할지를 고민하면서 학군이 좋다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학 진학률은 낮아지고 있고 학령기 연령의 청소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욕구와 필요와는 무관하게 교사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고등학교를 대학 진학을 위한 투자라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전환학년제 도입 초기의 아일랜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교 시기에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시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중학교 1학년 과정에 도입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등학교 1학년에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했다면 거센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다. 여전히 대학진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입안자들과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위한 보증서가 되던 시대를 살아온 학부모들의 합작품이 바로 중학교 1학년에 도입된 자유학기제라 할 수 있다.
지금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고등학교를 선택하기 전의 과정으로서 전환학년제 학교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2014년에 현 오디세이를 위한 연구를 시작하여 2015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오디세이학교라는 이름으로 확정하여 공모를 통해 3개 비인가 대안학교를 선정하였다. 2015년 개교 당시 공간민들레, 꿈틀학교, 아름다운학교가 선정되어 총 40명의 학생들이 3개 대안학교에서 과정을 마쳤고, 2016년에는 82명이 입학, 2017년에는 75명, 2018년에는 90명, 5년차로 5기를 맞은 2019년에는 83명이 본 과정을 선택했다.
2017년 9월에는 ‘오디세이학교 각종학교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2018년 3월부터는 ‘오디세이학교 각종학교’로 개교했다. 현재는 민간협력 운영 기관인 ‘공간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와 공교육 운영기관인 ‘오디세이-혁신파크’ 총 4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크게 3개 운영 기구를 갖고 있다. ‘오디세이학교’가 중앙에서 소통과 협력을 담당하여 일반학교의 교무실과 행정실 업무를 맡고, 총 4개의 ‘협력운영기관’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며, 운영협의회에서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심의나 전반적인 내용을 심의하고 협의한다. 이 3개 기구는 서로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인가 대안교육 기관인 공간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에는 공립교사가 각 1명씩 파견되어 협력하고 오디세이-혁신파크는 100퍼센트 공립교사들이 전담하고 있다.
<자료 7> 오디세이학교 홈페이지
https://odyssey.hs.kr/about/objective
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거나 인가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은 검정고시 통과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해당 학교에 적을 두고 오디세이학교에 지원하여 들어온다. 오디세이학교에서 보통교과를 이수하게 되고 이후 고등학교 2학년으로 대부분 진학하고 일부는 기존의 적이 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새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해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은 오디세이학교를 아일랜드나 덴마크처럼 갭이어로 충분히 활용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자유학년제와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전혀 다른 과정이다. 자유학년제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 내 활동과 인근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부분 참여하는 형식이다. 오디세이학교는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학생 스스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구상하고 기획할 시간”을 갖는다.
<자료 8> 오디세이학교(2018), 《2018년도 교육계획서》, 오디세이학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오디세이학교를 단순히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성찰과 체험 등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는 1년의 전환학년(Transition Year)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오디세이학교는 분절적인 인가학교 교육내용이 아닌 삶의 영역에서 통합적으로 배우게 하고, 수동적인 강의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경험을 통해 참된 배움을 익히며 실천하게 하고, 상호경쟁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협력을 통해 집단지성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예체능을 줄이고 인지교과 위주로 편성된 현 교육현실을 넘어 몸과 통합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곧 오디세이학교가 직업 찾기에 국한된 진로교육이 아니라 메지로우(Mezirow)가 정의한 전환학습이 목표임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자료 9> 박은아(2013), 《아일랜드 ‘전환학년 프로그램’의 교육 의미》,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부언할 필요도 없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기의 교육이란 삶을 전환시키는 전환학습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12학년제의 공고한 제도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1년 간 선택할 수 있는 오디세이학교는 최소한 메지로우의 전환학습 단계 중 5단계까지, 나아가 9단계까지는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담당한 공립교사,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보여주고 있다.
4. 나오며: 전환학년제 학교에 대한 제언
위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12년제 인가제도가 공고한 나라이다. 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학교 진학, 졸업과 무관하게 모든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졸업시험을 치러 점수를 받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연령에 해당하는 청소년은 인가학교 출신이든, 자유학교 출신이든, 홈스쿨러든 무관하게 일제히 치러지는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학력이 인정되고 여기에서 받은 점수가 대학진학 시 반영된다.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벨기에, 이탈리아 등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학교 졸업장이 곧 학력인정으로 동일시되는 우리나라에서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을 다닌 청소년들은 본인의 학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오히려 검정고시가 아니라 졸업시험을 통해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학력을 인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아직은 제도적으로 갈 길이 멀다 보니, 고등학교 과정에서 자아탐색을 위한 다른 길을 가는 청소년들은 모험을 하듯 결단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이 시기에 선택하는 1년은, 소박하게는, 안전한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알아가고 참된 삶의 길을 찾아보는 단초가 될 수도 있고, 과장하자면, 어쩌면 남은 인생을 바꿀 대 전환의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행정적•재정적 공교육 시스템과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의 내용적 결합이 결코 쉽지는 않다. 오디세이학교도 이로 인한 진통을 겪고 있고 해마다 이를 수정하고 협의해 나가고 있다.
교육청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경직된 시스템을 어떻게 유연하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 자유학교에 지원금을 보낼 때 전체 예산만 확정하고 지원받은 예산을 어느 항목에 사용할지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교 내부에서 회의를 통해 사용처를 결정한다. 우리 행정의 관-항-목의 경직된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켜 덴마크와 같은 지원이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은 교육청의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안전하고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해야 하고 시스템이 아직 불합리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초기에 민관이 협력하여 제도와 내용을 함께 만들어가며 전환학년제 학교를 도입한다면 서서히 다른 비인가 대안교육기관들도 협력의 무대로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교육청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운영할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관계자들도 함께 이러한 어려운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오디세이학교와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서울형 배움터 연구에 맞대어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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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고문헌: 이현실(2017), 《교우·교사와의 관계가 중학생의 자유학년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성열관(2016), 《자유학기제의 정책 특징에 따른 교사들의 제도 인식: 정책 정당성, 교사 정체성 문성을 심으로》, 경희대학교
오디세이학교(2018), 《2018년도 교육계획서》, 오디세이학교
오디세이학교(2019),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고교 자유학년제: 2019 학교교육계획서》, 서울시교육청&오디세이학교
오디세이학교 홈페이지 참고 https://odyssey.hs.kr/about/obj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