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붕뽈살>
난해한 상호다. 어떤 음식인지 알기 어렵고,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음식 맛 하나는 명쾌하다. 고기가 신선하고 간이 적당하다. 김칫국과 된장국은 시원하고 단순하다. 고기를 이렇게 개운하게 즐길 수도 있다.
1. 식당 얼개
상호 : 덕붕뽈살
전화 : 031) 521-8819
주소 : 남양주시 외부읍 덕소로 94-2(덕소리 473-6)
주요음식 : 돼지고기 각종 부위 구이, 김치수제비
2. 먹은 음식
뽈살구이 1인 12,000원
먹은 날 : 2020.4.28.저녁
3. 맛보기
뽈살이 처음에는 대구대가리로 만드는 대구뽈찜 비슷한 음식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돼지 얼굴살이란다. 볼살을 강하게 발음하여 뽈살이 되었다. 차라리 중국어로 보니 의미를 알겠다.
돼지고기 부위를 언젠가부터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구별하여 구이로 파는 식당들이 생겼다. 주요부위 삼겹살이나 갈비 외에 부속살로 항정살, 갈매기살, 가브리살 등등을 꼭 집어서 요리하는 곳이 생겨나면서 고객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지고 요구가 구체화되어갔다.
미식가는 한국의 재산이다. 프랑스에서는 식감을 기르기 위해 초등학생들에게 미식 수업을 유명 쉐프에게 듣게 할 정도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미식가들이니 얼마나 경제적인 배양인가.
이전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쓰였던 미세한 부위 이름이 이제는 삼겹살처럼 보통명사로 쓰인다. 하지만 사실 뽈살은 아직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정식 등록이 될 거지만 말이다. 이제 사전 등재어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뽈살도 그렇게 섬세한 입맛 덕에 부상한 특수부위 요리인 셈이다. 이것은 분명 음식문화의 발전이다. 이제 와인처럼 돼지고기도 부위별로 구분하여 즐길 줄 아는 미각이 있어야 한다.
그럼 각설하고 뽈살이라는 것을 먹어보자. 돼지 한 마리에 100g정도밖에 안 나온다는 귀한 부위로 특수부위 중 가장 맛있는 부위란다. 과연 부드럽고 연하면서 약간 쫄깃하다. 장에 찍어 콩가루에 묻혀 파저리에 먹으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단다.


파를 듬성듬성 바로 썬 조각과 흰떡을 몇 조각 넣어 재어놓은 고기가 나왔다. 돼지고기가 아닌 제3의 다른 육질맛인 거 같다. 기름지지도 않아서 부담이 없다. 그냥 고추간장에 찍어 먹으니 그대로 향취가 느껴진다. 재어 놓은 양념이 진하지 않아 육질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김칫국이다. 그냥 김칫국인 줄 알았더니 도토리 수제비뜨더귀가 나온다. 수제비 김칫국이다. 언제 먹어 봤더라? 대학 때 시장에서 먹어본 기억이 어렴풋 난다. 김치 수제비, 추억의 음식이지만 돼지고기 짝으로 먹는 음식은 식탁 짜기의 다양화다.
김치는 조금 덜 시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이 정도면 개운한 맛은 확실히 낸다. 도토리뜨더귀도 적당히 쫄깃거린다. 돼지고기와 먹으니 한층 더 개운하다. 좋은 밥상이다.

시래기 된장국은 압권이다. 뽈살도 좋지만 사실 그것은 재료 위주이고, 요리 위주는 아니어서 음식 솜씨를 확실히 알기 어렵다. 생선회를 보고 솜씨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된장국을 한 술 떠보고는 음식 전반에 신뢰가 생겼다. 이런 된장국을 끓이니 식탁을 제대로 짜고, 음식마다 제맛을 낼 줄 아는 거다.
단순하면서도 개운하다. 환상의 맛이다. 고향의 맛이면서 투박하지는 않고 부드러운 맛이다. 최고!

다양한 소스가 나온다. 콩가루는 경상도에서 많이 먹는다. 콩가루를 묻혀 미역국도 끓이고 도다리국도 끓인다. 걸핏하면 밥도 비벼먹는다.
전라도에서는 콩가루 활용이 많지 않다. 그런데 고소한 콩가루가 소스로 등장했다. 이거 먹는 것은 사전학습이 필요하다. 찍어먹어 봤지만, 요리사가 기대해준 맛을 느끼지 못한 거 같다. 다음에 제대로 도전해봐야겠다.
소스 중 압권은 고추장아찌간장이다. 아마도 고추를 장아찌로 담아 쫑쫑 썰어 간장을 만든 거 같다. 개운하고 돼지고기 혹시 저 구석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잡내를 죄다 잡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된장국하고 같이.


김치는 좀 섭섭하다. 양념이 적어 심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풍부한 맛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 상추겉절이도 조금 짜다.






4. 먹은 후
어디나 맛을 알아보는 관중이 있다. 이들이 이처럼 지역 맛집을 길러낸다. 덕분에 나그네도 호사한다. 남양주,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 맛집이 지천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어디든 있어주는 맛귀신 관중들 덕분에 자라나는 맛집, 그렇게 만들어지는 한식의 신분상승이 보기만 해도 즐겁다.
코로나에도 굳건하게 지켜주는 관중들 덕분에 지역경제도 맛집도 살아난다. 화를 다는 못 피했는지 옆 분점은 문을 닫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미 20년이 다 되어가는 집이지만 50년, 100년 롱런을 빈다.
먹고 나서야 알았는데 덕붕은 덕있는 친구들이란 말이란다. 맛을 알아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바로 덕행을 베푸는 친구들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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