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규제책의 제목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이다.
여기서의 안정은 집값하락이 아니다. 집값이 더 이상 요동치지 않도록 사거나 팔거나 하는 매매행위 자체를 묶어 두겠다는 의도에 가깝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넓혀 더 이상 투자할 수 없게 만들고 세금을 때리니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지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그리고 과거 20번이 넘는 대책이 나왔을 때마다. 반복되었던 일시적 소강상태를 다시 마주하게 될테고. 거기서 무주택자 또는 갈아타기가 가능한 집값으로 돌아오길 바라면 안된다.
그냥 가만히 있어. 이게 정부 정책의 핵심이다. 즉. 나도 (생각도 없었지만) 상급지로 이동할 기회가 박탈당했고, 무주택자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 셈이다.
정부의 정책과 내 투자의 방향을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정부의 정책이 나온 후 내가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내가 소유한 개별물건의 차익을 지켜낼 수 있는가? 정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을 여러 차례 읽은 후 개별물건 별로 갖고 있는 의문을 체크하여 세무사와의 만남을 가졌다.
1. 영통아이파크캐슬.
임대사업자를 등록하여 장특공제. 양도세 중과 배제가 가능하다. 2019.9.13이후에 매수한 주택이라고 할지라도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전에 취득했다면 소급적용의 대상이 아니다.
다음 주 중으로 임대사업자를 내고. 매도하지 않고 받던 월세를 계속 받는다.
2. 망포동 청와아파트
이미 임대사업자 시행중이었다. 별 관계가 없다.
3. 병점역아이파크캐슬
마찬가지다. 취득일이 조정대상지역 지정이전이기 때문에 장기주택임대사업자를 내서 움직여도 위와 같은 혜택을 모두 받는다. 주임사를 낼 마음이 없었는데 오히려 다른 선택지를 정부에서 지워버렸다.
4.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나머지를 모두 임대사업자로 묶어버리거나 정리하거 여기서 주택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 비과세를 받는다. 원래 실거주하고 비과세를 받으려했는데. 그냥 계획대로 할 뿐이다. 신경쓰였던 건. 나중에 입주할 때 규제지역으로 지정이 되었으니 대출이 나올까? 싶은데.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규제지역에서의 대출을 차단하는 것은 소급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두정역효성해링턴
그냥 하던대로 한다. 이번 정책과 별 관계는 없다.
6. 청주 아파트
작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예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수 년후에 정부에게 많은 세금을 내고 정리할 수 밖에 없다.
7. 전주 아파트
코멘트할 게 없다
8. 시골 상속집
수 년 내로 멸실처리할 예정이다
9. 오피스텔
단기주임사가 끝나는 시점에 매도할 생각이다.
양도차익이 많이 난 것부터 몇 개를 적어봤는데. 길게 썼지만. 방향은 간단하다.
1. 양도차익이 많이 난 것은 임대사업자를 통해 절세한다.
2. 거주주택의 비과세 특례를 1차례 받기 위해 수익금이 작은 것들은 그냥 세금을 내고 매도하거나, 멸실처리한다.
아마 다른 투자자들도 나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텐데. 우선 내 입장에서도 8년 동안이나 손에 현금을 쥘 수 없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또 거꾸로 생각해보면 내가 늘 하려던 것이 투자인데. 당장 내년에 현금을 쥐어서 다른 주택을 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보다. 이미 발생한 수억의 차익을 지키는게 훨씬 쉬운 일이고 합리적이다.
즉.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8.31. 9.13. 12.16 등 기존의 임팩트가 컸던 대책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하는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올테고, 그것이 다소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량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팔 사람(투자자)의 시점에서 현 상황을 바라본 것이고, 살 사람(실거주자)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집을 살 수 없게 막아놓았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사실 대출을 받아 집을 안사는 사람은 없다) 6개월 내에 전입하고.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건 어찌 어찌 타이밍이 잘 맞아 해결된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있다.
갭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자금대출 보증 이용 제한 강화. 이 부분인데. 전세대출을 받고 있는 무주택. 유주택자가 투기. 투과지역에 3억원이 넘는 집을 사려고 시도를 하면 대출을 회수한다는 거다. 즉. 정부에서는 무주택자의 1주택 마련 또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마저도 갭투자의 범주에 넣고 계산한 건데.. 잔인하다.
무주택자들 또는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이들은 집을 좋은 지역에 매수하는게 불가능해졌다. 말그대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서 무주택자들은 집값하락이 와서 대출을 안 받고 매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또 시장과 정부에 지게 되는 거다.
이건 그런 싸움이 아니다. 정부는 무주택자들의 편이 아니다. 집값을 떨어뜨려서 대출없이 좋은 집에 들어가세요. 이런 취지가 아니라. 더 이상 올라가지마. 현상유지해. 이런 포지션에 가깝다.
왜냐면 투자자들은 집을 팔지 못하게 만들고. 실거주자들은 집을 사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깨지기 어렵게 구조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지금 이게 어떤 뜻인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면 실제로 자신이 집을 매수한다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아. 집을 살 수 없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기간에 수도권이 지금처럼 활활타오르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없다. 규제를 다 묶어 놓았으니 당연히 유동성이 흘러들어올 자리는 없다. 다만. 이로 인해 무주택자가 상급지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당하게 된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상급지의 범위가 과거에는 서울 인근과 초고가 주택이었다면 이번 규제로 인해 상급지의 범위가 수도권 전체로 확대되면서 현재 살던집에 계속 눌러 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투자자의 '안정'과 정부의 '안정'과 무주택자의 '안정'이 다르다.
출처: 탁월한 보통사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