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해가 나고 따뜻하다.
제주에 오고 나서 가장 따뜻한 날이어서.
오늘은 아이들과 좀 걷고 싶었다.
협재, 금능 해변 옆에 있는 한림 공원을 찾았다.
이 곳은 아이들과 하루 종일 걷기 참 좋은 공간이다.
대부분이 평지이고 다양한 테마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걸어가다가 힘들면 어느 벤치에 앉아 편히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입장료가 있다.
보통 다자녀 가족이면 할인이 되는데 여기는 되지 않는다.
입장료는 어른 12,000원, 어린이 7,000원으로 싸지 않다.
그래서 더 힘을 내어 열심히 구경해야 한다.
이 곳은 야자수길, 아열대 식물원, 산야초원, 굴(협재굴, 쌍룡굴), 분재원, 민속마을, 조류원, 수석관, 연못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막 들어서면 야자수길이 펼쳐진다.
마치 하와이의 해변가에 와있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진을 이 곳에서 찍었다.
산야초원을 지나 두 개의 굴을 만난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형이다.
아이들은 탐험하는 것 같다며 특히 좋아한다.
아~ 아~ 하고 소리도 내어보고 쌍룡의 흔적도 찾아본다.
분재원에서는 아빠가 좋아한다.
정말 아름답고 대단한 분재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랜시간에 걸쳐 분재를 정성스레 가꾸어 온 그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작은 화분에 예쁜 모양안에 갖혀 버린 식물들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민속 마을에서는 제주 조상님들의 삶의 흔적들을 옅볼 수 있다.
아이는 “바닷물을 정수해서 쓰면 되지 왜 물동이가 있어요?” 하고 묻는다.
그 간단한 질문에 엄마, 아빠는 주저리 주저리 설명을 이어간다.
조류원에서는 새들과 함께 큰 타조가 있다.
그림책에서만 보아왔던 타조를 이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참 영광(?)이다.
기다란 목을 움직여 먹이를 먹는 타조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한참을 쳐다본다.
마지막 공간에 수선화 동산이 있다.
1월달 테마는 수선화(나르시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제 모습에 반하여 죽어 꽃이 되었다는 그 꽃.
온통 푸르고 노랗고...
마눌님은 꽃 중에서 수선화를 가장 좋아한다.
봄이 오면 만날 수 있을 꽃.
육지에서는 아직인데 제주에서는 일찍 만날 수 있다.
수선화 동산에 앉아 따뜻한 물을 나눠 먹으면서 마눌님과 이번 제주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은 동산에서 뛰어 놀고.
나는 마지막 공간이 제일 좋았다.
온통 노란 수선화로 둘러 쌓인 동산...
앉아서 함께 이야기 하던 순간...
이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추억이 되겠지???
집에 돌아가면 꽃집에 들러 노오란 수선화 화분을 사서 마눌님에게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