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주일설교
전도체 반도체 부도체
(사도행전 22:2~21)
1. 들어가는 말: 목화와 문익점
여기 목화 꽃과 목화솜 사진을 보세요. 목화를 생각할 때마다 저는 문익점이 생각납니다. 요즘같이 섬유 재료가 많은 시대에도 목화는 꼭 필요한데 700년 전, 고려말에는 그 목화가 얼마가 귀중한 식물이었을까요?
그런데 제가 조사를 해보았더니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 뚜껑에 숨겨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첫째 이유로, 당시 원나라가 목화씨를 금수품목으로 지정했을 가능성이 없고, 둘째로 2010년 발굴에 의하면 문익점보다 800년이 빠른 백제 시대에 면직물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문익점 붓 뚜껑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아닐까요? 만일 문익점이 목숨을 걸고 목화씨를 숨겨온 것이 맞으면 우리는 옷을 입을 때마다 문익점 조상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2. 복음은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졌는가?
목화가 들어온 유래는 학자들이 더 연구할 문제이고 우리가 정말로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 현세와 내세에 구원을 주는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지금 우리가 그 복음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이 들어오기 전의 조선 땅은 정말로 어둡고 절망적인 나라였습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보면 500년 전 조선 시대의 비참함이 너무나 잘 담겨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에도 이 땅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도록 비참했습니다. 윌리엄 베어드의 부인 애니 베어드 선교사가 쓴 『따라따라 예수 따라가네』를 보면 130년 전 사람들이 얼마나 가난하고 무지몽매했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윌리엄 베어드 선교사는 교육 사역에도 힘썼는데 그가 세운 학교 중 하나가 숭실학교입니다.
그랬던 조선에 하나님의 은혜로 복음이 전해져서 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당이 우리나라에 있고 현재 22,2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세계 6위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전해진 복음 덕분에 우리는 영적으로 육적으로 완전히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공짜로 주시지만 복음 전파는 공짜가 아닙니다. 복음 전파는 여러 귀한 분들의 엄청난 헌신과 수고와 노력 덕분에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목화솜으로 만든 면직을 입으면서 문익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과 비교할 수 없도록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귀한 분들에게 감사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3. 헬라인 신자들의 관심과 누가의 증언
우리만이 아니라 1세기에 살았던 헬라인들도 자기들이 믿는 복음이 어떻게 그렇게 급속히 전파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누가는 사도행전 22장에서 헬라인 신자들이 믿고 있는 복음이 전파된 경위를 설명합니다.
바울은 3차 전도 여행까지 하면서 목숨을 건 헌신을 했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세 번 이상 위험이 기다린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사도행전 20:23, 21:4, 21:11).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왔고 결국 유대인의 폭동 때문에 체포되었습니다. 그 위급한 상황에서 바울은 다행히 유대인들에게 자기를 변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상황에서 자기가 유대교를 모독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기보다 유대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예수쟁이가 된 경위와 자기가 이방인의 사도가 된 경위를 설명하였습니다.
4. 바울의 자기 변명
1) 바울의 유대교 배경: 혈통(유대인), 출신지(길리기아 다소), 성장(예루살렘), 교육(가말리엘 문하) 이렇게 말하면 유대인들은 당연히 친근함을 느끼고 수용할 마음이 생기겠죠.
2) 바울의 하나님 사랑: 예수 이단 박해, 처단, 결박과 투옥, 다메섹까지. 당시에 예수 이단을 미워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은 흔히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을 남이 잘하면 그 사람을 존경합니다. 오늘날 뛰어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도 바로 그런 심리입니다. 그렇게 보면 바울의 옛 모습은 유대인 모두가 존경하고 환호할 모습이었습니다.
3) 바울이 회심한 이유: 그랬던 바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다메섹으로 가던 바울 앞에 큰 빛이 보이고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빛은 일행이 다 보았으나 예수님의 목소리는 바울 혼자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바울에게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라고 하셨습니다(7절). 교회를 박해할 때 그들은 예수님까지 박해한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몸이고 몸을 때릴 때 머리가 함께 고통을 느꼈습니다. 당시에 박해받던 신자들은 누가의 이 이야기를 읽으며 한없는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오늘날도 예수님 믿는 신자 여러분에게도 온갖 종류의 고통과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내가 몸이 아프거나 일이 힘들거나 소외되어 외로울 때 아무도 그 고통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더 힘듭니다. 하지만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은 그 모든 고통을 여러분과 함께 당하시고 느끼고 계십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고 때를 기다리고 계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5. 바울의 예수님 증언
자기의 무죄를 증언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바울은 자기변명 대신에 왜 자기가 예수쟁이가 되었고 이방인에게까지 예수가 메시아라고 전하는 선교사가 되었는지 설명했습니다. 바울이 예수님을 만난 후 다메섹에서 경건한 사람 아나니아가 와서 예수님이 바울을 이방인에게 보낸다고 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을 하나님을 섬길 수 없는 사람, 하나님이 버린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예수쟁이가 된 바울이 지옥의 땔감인 이방인들에게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나라 백성이 되라고 전하고 다녔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방인에게 말씀을 전파하라고 명령한 것은 역사적으로 바울이 처음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바울을 찾아온 사건이 사도행전 26장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거기에서 예수님은 바울에게 이방인의 빛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방의 빛이라는 이 말은 일찍이 하나님이 이사야에게 하셨던 말씀입니다(이사야 42:6, 49:6).
(사 42:6)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
(사 49:6, 개정) 내가 또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
하나님이 자기의 종을 이방인에게 보내시겠다는 말을 바울보다 먼저 이사야에게도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을 미워하려면 이사야부터 미워해야 하는데 이사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귀한 선지자입니다. 이사야는 웃시야,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까지 네 왕의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선지자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에는 메시아 예언이 가장 많고 이사야는 신약 저자들에게 가장 많이 인용된 선지서입니다.
6. 바울의 헌신과 그 결과
지금 바울은 유대인들 앞에서 자기변호를 포기하고 예수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가가 쓴 이 사도행전은 그 유대인들이 읽은 것이 아니라 후에 신자들이 읽게 됩니다. 사도행전의 수신자 데오빌로와 당시 헬라인 신자들은 자기들이 믿고 있는 그 복음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전해졌는지 궁금했는데 거기에는 바울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사도행전 20:24). 바울은 복음 전도를 위하여 3차례나 이방 세계를 여행했고 지금은 체포되어 쇠사슬에 매여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쇠사슬보다 중요한 주님의 사랑에 매였고 은혜에 매였고 성령에 매인 바울의 심정은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 내 영 기뻐 노래합니다
이 소망의 언덕 기쁨의 땅에서 주께 사랑 드립니다
오직 주의 임재 안에 갇혀 내 영 기뻐 찬양합니다
이 소명의 언덕 거룩한 땅에서 주께 경배 드립니다
주께서 주신 모든 은혜 나는 말할 수 없네
내 영혼 즐거이 주 따르렵니다 주께 내 삶 드립니다
바울 한 사람 때문에 복음은 급속도로 퍼져서 로마 세계의 동쪽 절반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석방된 후에는 로마의 서쪽 절반과 저 스페인까지 전파됨으로 전 세계가 복음화되었고 전 세계 사람들이 구원받았습니다.
7. 양화진에 묻힌 선교사 가족들
헬라인 신자들이 자기들에게 복음이 전해진 경위를 궁금해했듯이 우리 역시 우리에게 이 복음이 전해진 경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누군가 음식을 가져다주어서 맛있게 먹었다면 최소한 그 음식은 누가 마련했고 배달은 누가 해 주었는지 관심은 가져야 합니다. 하물며 땅에서 지옥 같이 살다가 죽어서 영원한 지옥에 떨어질 조선에 복음을 전해준 고마운 분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하나님이 구원은 공짜로 주시지만 그 복음은 선교사들의 목숨을 건 헌신으로 우리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10월 19일에 양화진에 있는 선교사 묘원에 다녀왔습니다. 양화진 묘원에는 조선 땅에 와서 병으로 죽고 늙어서 죽은 선교사 500명이 묻혀 있습니다. 특히 언더우드 선교사는 4대에 걸쳐 7명의 가족이 양화진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10월 11일에 교회사 교수인 오덕교 총장님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선 땅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하나같이 신학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들이라는 말입니다. 수석 졸업자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좋은 조건으로 목회할 수 있었는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조선으로 온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입니다.
8. 마치는 말: 전도체 반도체 부도체
복음을 받고 구원 얻은 우리는 먼저 나에게 직접 예수님 믿도록 해준 분에게 깊이 감사해야 합니다. 또 그 먼 곳에서 와서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들에게 감사하고 나아가 사도 바울에게도 감사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도 감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주에 추수감사주일로 지킵니다.
복음을 받은 여러분은 또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 주어서 그들에게 감사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전류가 흐르는 물질을 도체(導體)라고 합니다. 구리처럼 전류가 잘 흐르는 물질은 전도체라고 하고 나무처럼 전류가 흐르지 않는 물질은 부도체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전류가 흐르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는 물질은 반도체인데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는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복음 전파에서 신자는 부도체나 반도체가 아니라 전도체가 되어야 합니다. 전도체, 반도체, 부도체 가운데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여러분이 복음을 믿는다면,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면 여러분은 복음 전파에서 부도체도 아니고 반도체도 아니고 꼭 전도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