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하가 되고 왕이 되는 세상
차영범
이 나라에 신하가 어디 따로 있겠소
우리 모두 같이
혼신을 다하여 살아오지 않았소
행복을 위하여
내세울 줄 아는 당당함
몸을 굽히는 것마저도 서슴치 않아
육신이 늙었든 젊었든
손색없는 우리의 삶의 전념
자신에게 맞는 삶의 기량을 발휘할 줄 알아
우리는 기꺼이 신하가 되고 왕이 되는 충분한 세상
서로서로 받들며 섬기며
보잘것없이 노심초사하는 일 없도록
이 나라 주인답게 살아봅시다.그려
2.
칼날
차영범
늘 벼르고 또 별러
시간에 세워온 칼날이지만
빈곤한 만큼 먹고 살 일 생각하며
어디까지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를 일
묵묵히 견뎌내는 인생
나를 지켜보고 있는
시닯잖은 일들의 또 다른 느낌
단칼에 싹둑 자르지 못하고
못 본척 내버려두는 굴욕의 연속
소리를 죽이고 있는 칼날이지만
관용의 칼집에 도로 집어넣어
다시 무뎌져 가고 있는 칼날
이 정도면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지 못하던
내 젊은 날의 방종을 알게 되면서
참 많이도 달라진 세상일에
가슴으로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3.
땅을 다루는 농부를 생각하며
차영범
보습 날 하나로
생명의 지어가는
그 힘이 얼마나 놀라운가
한때는 가난을 이겨내느라
아프게 힘들게 살아왔지만
보습 날 한번 팽개쳐 본 적 없었던가
너무 눈물겹고 감격스럽다
하루를 견디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인생을 안고
더 이상 힘들게 살 이유가 있을까
남들이 다루지 않은
묵정밭 개간지로 만들어
형편이 좋아질 것이란 생각
절망을 희망으로 다시 보여주는
소박한 농부로 살아가고 싶다
노동이 기쁨이 되고 행복 되는 삶
얼마나 멋진가
내가 추수하는 농부였다면
모든 묵어가는 마음 밭은
풍성한 옥토로 바꿀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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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조
차영범 시인님18호 문예지 출품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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