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아래 종기
전라도 어느 곳에 경진사라는 양반이 있었다.
마침 그의 딸이 나이가 꽉 차 이웃 고을 임생원 아들을 신랑감으로 맞이해 예정된 날짜에 화촉을 밝혔다.
그런데 신랑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하필 배꼽 아래 종기가 생겨 그 중요한 일을 전혀 치르지 못하고 신부집에서 허송세월한 뒤 하릴없이 부모님께로 돌아갔다.
경진사는 딸을 불러 직접 질문을 던졌다.
“임서방이 그 일을 알더냐?”
딸은 울면서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러자 경진사는 걱정이 되어 이미 결혼한 지 오래여서 알 것을 다 아는 큰딸을 불러 사정을 알아보라고 명령한 것이다.
큰딸로부터 답이 왔다.
작은딸이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망쳤어. 신랑은 사내 구실을 못하는 병신이야!”
경진사 부부는 거듭 대책을 숙의하던 끝에 바깥사돈 임생원에게 항의편지를 보낸다.
구실은 아주 유교적이다.
‘신랑이 사내구실을 못해 외손자 볼 희망이 없다. 그래서 원통하다’는 것이었다.
임생원도 기대 이상이다.
임생원은 즉각 반박성 편지를 보내온다.
‘사돈이 언제 우리 아들 양물을 봤다고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오?
요전날 다리 밑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우연히 봤소만 참 큽디다.
왼손으로 가리면 오른쪽이 남고, 오른손으로 가리면 왼쪽이 남습디다.
어디 그뿐이오. 우리 이웃 김호군네 막덕이란 계집종을 진즉 첩으로 둬 벌써 2남매를 낳았소.
내 아들놈이 고자라니, 섭섭하오.
장가가던 날 손이 들어서는 쪽으로 출행했기에 그런 거라오.’
경진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내에게 편지의 내용을 알렸다.
아내는 더욱 현실적이었고 매우 신중했다.
“아무 증거도 없이 사돈의 말을 어떻게 믿는다는 말이오?
바깥사돈은 분명히 아들 체면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노부부는 수심에 잠겼다.
그때 맏사위 우서방이 등장한다.
“이거 큰일났네. 둘째사위 임서방이 아무래도 고자가 분명해!”
며칠 뒤 새신랑 임서방이 다시 처가에 들렀다.
우서방은 임서방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때려눕힌 다음 양물을 손수 점검한다.
“장인, 장모님! 신부는 복이 터졌습니다. 임서방 물건이 참 큽니다!”
밤이 되었다.
경진사는 신방에 불을 밝힌 다음 신랑 신부를 들여보내고 몰래 뒤꼍으로 가서 창문에 구멍을 뚫어놓고 밤이 깊기를 기다렸다.
그새 임서방의 종기는 다 나았다.
아버지 임생원의 꾸중도 적지 않았다.
방사(房事)는 강하다 못해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그날은 둘째딸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첫날밤이어야 했다.
그런데도 벌써 무아지경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쨌거나 경진사는 허겁지겁 안방으로 뛰어든다.
“여보, 마누라! 신랑이 그 일을 해, 참 잘해! 시렁 위에 얹은 고리짝을 내려오오. 얼른 홍시를 갖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