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 순례기
계사년(불기 2557년) 1월 10일 새벽 4시 30분에 13,600여개의 섬과 300여 종족으로 이루어진 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나라 인도네시아를 향하여 불교대학 앞에서 출발하였다. 10시 반에 가루다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를 거쳐 수라바야에 인도네시아 시간으로 8시에 도착하였다.
1월 11일 새벽 1시에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3시 30분에 만나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눈 붙일 새도 없이 일어나 새벽하늘을 보니 멀리 별이 몇 개 보여서 해돋이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짚차를 네 명씩 나눠 타고 정상을 향하는 도중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겨울 파카 대여와 일회용 비옷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빗속에 캄캄한 길을 한참 올라가 해가 뜨기를 5시 반까지 기다려 보다가 실망을 안고 내려와 보로모화산으로 향하였다.
비바람을 안고 샌드비치를 따라 말을 타고 산 정상을 가는 도중에 내리막길에서 겁많은 중생인지라 말과 일심동체하지 못하여 낙마를 하는 아픔을 겪었다. 할 수 없이 다리를 절며 보로모화산 정상을 걸어갔다. 유황 냄새 가득한 화산 언저리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인증샷을 남기고 내려 왔다.
늦은 아침밥을 먹기 전 여권 소동이 일어 아침을 먹은 둥 마는 둥하고 호텔을 나와 전날 탔던 승합차를 만나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에 마타하리 백화점을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이슬람사원을 들렀다.
오후 7시에 수라바야를 떠나 밤 12시에 족자카르타의 쉐라톤호텔에 도착하였다.
공식이름은 ‘욕야카르타’인데 '조그 자카르타'는 여기 사람들이 줄여서 '조그자'라 부르는데, 우리 인솔 가이드는 ‘우정’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평화 마을’이라고도 하고, '작은 자카르타'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조그'는 우리말의 '작다'의 줄기말 '작'과 같은 말이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우리말과 같은 말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여하튼 조그자는 자바 문화의 발상지이다. 인도네시아에 전해진 힌두교와 불교문화가 7~10세기 동안 꽃 피던 곳으로 지금도 유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이라 할까. 그중 유명한 것이 프람바난 사원과 보로부두르 사원이다.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 사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불교 사원인 플라오산 사원과 힌두사원인 칼라산 사원, 세우 사원 등이 사이좋게 존재한다.
1월 12일 새벽 4시에 이슬람사원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기도소리에 눈을 뜨고 밖을 보니 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잘 가꾸어진 호텔 정원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인도네시아의 기후에 맞게 재치있게 지은 모습이 작은 감동을 일으킨다.
오전에는 힌두교의 주신인 시바신을 모신 프람바난 사원을 돌아보았는데 이 사원은 종그랑 공주와 반둥왕자의 전설이 있는 999개의 탑으로 조성되었다는 대규모의 사원으로 앞으로도 복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사원 안에서 중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주어진 과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질문하는 모습이 서툴지만 열심히 하여 기특하였다.
이어서 바틱공장을 들러 수작업으로 염색하는 과정을 둘러보고 일부는 매장에서 바틱제품으로 된 스카프들을 선물로 구입하고 미모의 이보살은 인도네시아 풍 원피스로 갈아입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오후에는 은세공공장을 거쳐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보로부드르 사원으로 향하였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북서쪽 약 42㎞ 지점에 있다. 8세기 말에서 9세기 중엽에 걸쳐 불교 왕국인 샤일렌드라(Syailendra) 왕조가 지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건축양식은 인도의 굽타 왕조와 굽타 왕조 이후의 예술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보로부두르의 탑들은 1000년경부터 황폐해져 메라피의 화산재에 묻혀 있다가 1814년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으나 잡초로 뒤덮여 있던 것을 1907~1911년 네덜란드 고고학자들에 의해 복원되었다 한다. 1980년대 초에 재차 철저한 복원이 이루어졌는데 아직도 당초의 모습으로 복원되지 못한 곳이 눈에 띄었다. 이 건축물의 밑면은 한 변이 120m의 정방형이고, 총 9층까지 쌓아 올렸는데, 100만 개의 돌이 들어갔다고 한다. 약 30×50×50㎝ 정도 크기의 돌에 돋을새김을 하여 무너지지 않도록 끼워 맞춘 것을 볼 때 그 솜씨 또한 대단하다. 기단부는 욕망의 세계를 나타내고, 1층에서 5층까지는 네모꼴로 된 긴 회랑이 있으며, 회랑 좌우에는 부처님들이 모셔져 있는데 유형의 세계를 나타낸다. 6층부터 8층까지는 동그라미꼴로 테라스를 지었는데, 각각 32개, 24개, 16개의 범종 모양의 불탑(스투파)을 배치하여 무형의 세계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제일 위 9층에는 역시 범종 모양의 거대한 불탑이 세워져 있다는 데 화산재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상단부의 탑들은 대형덮개로 가려져 있어 정말 아쉬웠다.
대형덮개는 유산 보존청이 2억 루피아(약 2만700달러)를 들여 만든 불탑 덮개에는 낙하산 재료가 사용됐으며 모양과 크기도 각각의 불탑에 맞춰 제작됐다. 메리피 화산은 2000년대에만 2001년, 2006년, 2010년 등 3차례 분출했고 특히 2010년 분출 때는 보로부두르 사원에 큰 피해를 줬다. 2010년 당시 보로부두르 사원은 전면이 3.5㎝의 화산재로 덮였고 이후 수개월간 폐쇄된 채 청소와 보수공사가 진행되어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대형덮개로 가리워진 아쉬움은 있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원을 품고 일곱 바퀴를 돌은 후 내려와 풀밭에서 반야심경을 봉독하였다. 보로부두르사원을 서둘러 나오는데, 합죽선과 목공 조각, 은 세공품 등을 들고 장사꾼들이 달라붙는다. 어김없이 원래 가격의 2~4배를 부른다. 그러면서 계속 깎아 부르면서 달라붙는다. 안 산다고 해도 끈질기게, 애처롭게 달라붙는데, 안 사줄 도리가 없다.
오늘도 늦은 저녁에 발리행 비행기에 올라 메리아 호텔에 도착하였다.
1월 13일 아침을 먹고 원숭이가 있는 절벽 울루와뚜 사원을 돌아보고 빠당빠당비치를 갔는데 썰물때여서 해변을 걷지는 못하고 멀리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광경만 보고 가루다공원을 산책하였다.
오후에는 자유활동으로 아로마맛사지를 받고 호텔로 돌아와 쉬다가 짐바난해변에서 일몰을 보며 바닷가재요리를 먹는다는 그림을 그리며 기대를 안고 갔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그르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백회장님의 깜짝 사회로 여행분위기가 다시 업되었다.
1월 14일 그동안 밀린 피곤을 늦게까지 풀고 아침을 먹은 후 신혼여행의 추천코스인 발리해변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 호텔 내의 멋진 수영장과 발리해변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오전을 보내고 한국식당에서 해물샤브샤브를 먹은 후 라텍스 공장과 커피공장, 우붓예술마을을 거쳐 뿌뿌딴광장의 전쟁기념관을 돌아보았다.
흐릿한 저녁 무렵 족자카르타를 통치한 슐탄왕궁을 중간계단까지 구경하고 모처럼 된장국과 삼겹살로 호사를 누리고 경락맛사지를 단체로 받았는데 유교장선생님의 유머로 맛사지실이 흥분의 도가니였다.
5일 동안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잃어버린 여권과 지갑 때문에 약간 긴장은 했지만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밤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무석가모니불
첫댓글 고맙습니다. 제 자신이 다녀온 양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