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분과 · 김종경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한 파리협약에 따라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은 주어진 의무에 따라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121개국이 약속이행 준수에 서명하였고, 이들 국가 중 30여 개 원전 보유국들은 원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 자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은 여타 에너지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깨끗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 설비는 40년에서 80년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타 에너지원의 발전설비와 비교하면 오랜 시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전원의 설비 구축은 나라마다 기후 특성에 민감하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간헐성 청정에너지도 허용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이용을 위해서는 당장 효율적인 전력저장장치(ESS) 기술부터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발전 비율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ESS 구축 비용이 달라지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 특성 (여름철 장마 기간 등)을 고려하면 수 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재생에너지 공급이 당장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를 대체할 수 없고 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도 없다면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은 원자력발전밖에 없다.
그린피스(Greenpeace)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현시점에서 원전을 확대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지만 궁색하다. 최근 핀란드 Posiva Oy사의 Onkalo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 시설 건설을 시작으로, 미국의 Deep Isolation사의 지하 수 km 아래로 굴착해 내려가서 다시 수평으로 수백 미터 굴착해서 밀어 넣는 특허 기술이 일부 시연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영구처분 방식 외에도 고준위 방사성물질의 독성과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파이로 기술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다행히도 EU는 그린 텍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한 규정안을 올해 초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배제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2016년 말 기준 국가 총배출량의 87%를 넘어섰고, 이 중 43%(2019년 말 기준)를 발전 부분이 차지하고 있다. 다시 이 중 80% 이상이 화석연료(석탄,석유,LNG)를 사용하는 발전 부문에서 배출한다. 2020년 파리협약이 발효되어 당장 내년부터 5년마다 협약의 준수 상황의 점검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우리의 탄소 발생 감축 추진전략이 국제사회에서 수용될지 의문시된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국제적으로 최상위에 있다. 원전 설계부터 시공 건설, 운영까지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UAE에 4기를 수출한 APR 1400 원전은 2017년 유럽사업자요건 (EUR)을 획득했고,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로부터 미국 밖의 원전 설계 사양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규제요건을 충족하여 안전설계를 인증받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술력을 함축한다. 전 세계 누구도 도전해보지 못한 열사의 나라 UAE 바라카 지역(Barakah) 사막 위 따듯한 해안가에 고난도 기술을 적용하여 짧은 기간 동안 원전을 건설한 나라는 아직 우리나라밖에 없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심각한 탄소배출 문제 외에도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무척 취약하다. 사실상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은 현실적으로 합리적 대안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합리적인 대안이다.
필자소개
미국 Michigan대 공학박사(원자력공학)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전) 세계동위원소기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