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계곡과 하천의 불법 점용을 근절하겠다며 헬기와 드론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특별점검을 벌였지만, 정작 지역 대표 피서지인 하옥계곡에서는 시유지를 무단 점용한 불법 영업이 버젓이 계속된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이 영업자는 허가를 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영업을 이어왔고, 시민들은 관리인이 상주하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허가받은 시설로 믿고 이용했다. 이는 단순한 불법 영업을 넘어 행정의 관리·감독 부실과 공공성 훼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공공부지는 특정 개인의 수익 창출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이용해야 할 공유재산이다. 그럼에도 시유지에서 평상 대여와 주차료 징수, 물놀이용품 대여, 음식 판매까지 이뤄졌다는 것은 공공재가 사실상 사유화됐음을 의미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영업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십 개의 평상과 차광막, 각종 편의시설과 안내판은 상당 기간 운영돼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행정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항시는 지난 4월 대통령의 계곡·하천 불법 점용 근절 지시에 맞춰 헬기와 드론, 위성자료까지 활용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며 '무관용 원칙'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부도 불법시설 정비 기준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며 강력한 정비를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대표 피서지에서는 불법 점용과 무허가 영업이 계속됐다. 첨단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단속이 현장의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의 본질은 장비를 동원하거나 행사처럼 단속을 홍보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장을 수시로 확인하고, 위법 행위를 적발하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치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불법 영업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는 사실은 단속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사후 관리가 사실상 방치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영업자가 "허가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영업을 계속했다는 것은 행정력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시민들의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허가를 받지 못해도 계속 영업할 수 있고, 공공부지를 사실상 개인 영업장처럼 이용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회가 된다. 이는 성실하게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사업자들과의 형평성도 크게 훼손한다.
포항시는 뒤늦게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행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법 점용이 가능했던 경위와 관리·감독 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계곡과 하천 등 공공부지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반복되는 불법 점용에 대해서는 원상복구와 행정처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이번 하옥계곡 사례는 단순한 불법 영업 적발 사건이 아니다. 행정이 아무리 거창한 단속 계획을 발표해도 현장에서 법이 집행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행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헬기와 드론은 단속의 수단일 뿐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늘을 나는 장비가 아니라 현장에서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