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보호제
손 원
요즘 외출할 때마다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다. 특히 햇볕이 강한 날은 선크림을 꼭 바르고 나간다. 얼굴을 조금 희게 하고 잡티를 가려줘서 좋다. 무엇보다도 덜 그을리고 잡티를 예방할 수 있어서 안심이다. 강렬한 자외선을 피하려면 그늘을 이용하고, 모자나 긴 옷으로 노출 부위를 최대한 가리거나, 피부 보호제를 사용하면 된다. 외출 시 선크림 사용이 일반적이다.
그간 얼굴 관리에 소홀했다. 사람마다 타고난 고유한 미적 매력이 있고, 그것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치장한 멋진 차림에 호감이 감은 인지상정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의 몸치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지나친 몸치장은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감추려는 얄팍한 계산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청순미인, 즉 최소한의 치장으로 자신을 드러냄이 바람직하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게 다소의 결벽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거나 소중한 것을 잘 보려고 나도 모르게 안경을 벗곤 한다. 안경을 쓰면 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지만, 맨눈으로 봐야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간 나는 꾸밈없는 단순함을 지향했다. 화려한 언변, 화려한 변신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내면을 가리는 위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대의 참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면면을 보는데 혼란과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우자가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배우자는 자연 미인이기를 바란다.
나의 치장술은 빵점일 것 같다. 얼굴 치장은 보습을 위한 정도면 된다고 여겼다. 얼굴은 본래의 모습으로, 상품도 포장보다는 실속을 따졌다. 누구나 그렇다고 하겠지만 현실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먼저 겉모습을 보고 내실을 따지기 때문이다. 사과 한 바구니를 사더라도 노점상 할머니의 비닐봉지 사과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과일가게의 박스들이 사과를 선호했다. 아내는 노점상 할머니 물건을 잘 사 온다. 할머니께 도움이 되고, 가성비도 좋아 만족해한다.
그렇다고 포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포장이 내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첫인상이라 하듯이 우선은 포장이 좋아야 호감을 갖고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포장도 대상에 따라 격식이 있는 듯하다. 굳이 포장할 필요조차 없는 것도 있다. 배추를 포기마다 예쁘게 포장한다면 양질의 배추를 고르는데 지장이 따른다. 수박 한 덩이 살 때도 마찬가지다. 수박 외관을 살피고 두드려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포장이 내용물 못지않게 중요함은 물론이다.
다만 과도한 포장이 문제다. 포장을 과도하게 하면 우선 포장비용이 물건값에 더 해져 비싸진다. 포장재료도 스티로폼,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어 환경공해를 유발한다. 그래서 포장하지 않고 저렴하게 파는 방법도 인기가 있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비포장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포장은 적절하게 하면 좋겠다. 즉 실용적이고 원가 상승에 영향이 적어야 한다. 요즘 마트에서 생수를 사 먹는 가정이 많다. 페트병 생수보다 탱크로리 생수를 말통에 담아 온다면 훨씬 저렴하고 친환경적일 것이다.
얼마 전 SNS에 올라온 내용이 새삼스럽다. 유명 연예인이 미용실 갈 때마다 백만 원, 많게는 이백만 원씩 지출한다고 했다. 물론 그들은 외모가 중요하기에 어느 정도의 지출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 동네 이용료는 일만 원 비싸야 이만 원이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의 경우라지만 그건 너무한 것 같다. 이·미용 요금이 비싸야 십만 원쯤으로 여겨 온 나만의 갇힌 마음일까.
지금까지 몸치장 별로 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왔지만, 그건 잘못된 방식임을 익히 알고는 있다. 몸치장한다는 것이 번거롭기에 그래왔다. 뿐만아니라 꾸밈없는 본래의 모습이 자긍심을 갖게 하고 상대를 배려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다. 답답했던 아내는 수시로 얼굴 잡티 제거 시술을 권했지만 흘려들었다.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대신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는 것으로 일관해 왔다. 얼마 전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내는 관리만 잘했어도 희고 좋은 피부를 유지했을 거라고 한다. 적어도 십 년만 일찍 관리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한다. 유심히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다. 잡티와 검버섯으로 얼룩져 있다. 지금이라도 피부과에 가자고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아직 아픈 데도 없고 건강하면 그만이지, 이 나이에 무슨 피부과를 가느냐고. 대신 외출 시 선크림은 알뜰히 바르기로 했다. 선크림을 알뜰히 사용하니 피부가 다시 희게 돌아오는 느낌이다. 진작에 아내 말을 들을 것을.
※ 2024. 7. 15. 영남경제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