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거의 10년 가까이 묵혀 두었던 땅입니다. 허리까지 오는 풀이
온 밭에 쫙 깔렸습니다.

나중에 두둑을 덮어 줄 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밟아보면 푹신푹신 합니다. 얼마나 두껍게 깔려 있으면...

먼저 예초기로 풀을 벱니다.
논 바닥이 잘 말라야 나중에 로타리를 칠 때 흙이 잘게 부서집니다.

야호~~ 예초기 작업 끄~~읏~~~(함께하는 맑걸리님이 예초기 전담이었습니다.)

이제 베어낸 풀을 한 군데로 모읍니다.
갈퀴로 긁어 모으고 나르고를 수십번 합니다. 왔다리 갔다리...~ㅎ~

앗~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먼저 배수로부터 만듭니다.그 다음에 예초기 작업입니다.^^ㅎ~~

파고 또 파고 또또또..... 중장비가 땅을 밟아 대는게 싫어서 삽과 괭이로 배수로를 만들었습니다.

논 바닥이 좀 잘 말랐다 싶어서 경운기로 로타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생애 첫 경운기 운전입니다. 나름 재미가 있지만 배기가스가 코로 솔솔 들어오는 건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에 젖어있던 논이라 흙이 떡 처럼 뭉쳐 있어서 좀처럼 잘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아마 스무번 정도는 로타리를 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로타리 작업이 끝나고 이랑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쪽에서 이랑을 만드는 동안 맑걸리님은 저 쪽에서 로타리를 치고 있습니다.

미리 주문 했던 고추모종 1천포기(나머지 1천포기는 인터넷에서 구입)를 가져왔습니다.
모종을 운반 할 도구도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모종 포트 여덟개를 실을(?)수 있습니다.ㅋ~

요렇게 차례대로 실어서 두 사람이 앞 뒤에서 들고 밭으로 갑니다.

요 건 인터넷에서 구입한 모종 입니다. 너무 크기가 작습니다.
언제 몸집을 키우고 열매를 매달지...,

고추 심기 시작합니다.


다 심었습니다.
둘이서 일을 하니 능률도 두배 일 하는 즐거움도 두배입니다.

두둑을 다 만들고 고추를 심었으니 이제 두둑을 유기물로 덮어 주어야 합니다.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랄수 있는 땅을 만들어 주는게 자연재배 농부들이 하는 일입니다.
먼저 퇴비 대신 부엽토를 채취해서 고추 포기마다 두 웅큼씩 얹어줍니다.
지게로 열심히 져 나르고...., (모델은 맑걸리님 ㅋㅋ~고생이 많으요~~)

비닐 푸대로 퍼 나르고~ (모델은 저 입니다. ㅎㅎ~)


퇴비 대신 부엽토를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저의 그림자가 재미나게 생겼습니다. 괜히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그 다음 마른풀 또는 낙엽으로 두둑을 골고루 잘 덮어줍니다.


전에 예초기로 베어 두었던 풀도 멀칭재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부지런히 나르고 또 날라서 한 이랑 두 이랑 옷을 입기 시작하는 고추밭입니다.
유기물 멀칭은 자연재배의 기본입니다.
저는 열심히 옷 입히고 맑걸리님은 열심히 나르고~~


장장 10 여일간의 대장정 끝에 고추밭 멀칭을 완료했습니다.

잘 덮인 두둑을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사람의 의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기에다가 고추를 심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지 두어달...., 경운기와 삽, 괭이만으로
멋진 고추밭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지줏대 작업이 남아있고 자연재배에서 필히 뒤따르는 풀과 병충해와의 전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미래의 걱정은 그 때 가서 하기로 하고....,
함께 일 한 맑걸리님 처음 해 보는 힘든 농사일 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함께 고생 합시다요. 우리의 꿈이 이루어 지는 그 날까지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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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고추정식후 처음으로 풀 관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뒤라 식초 목욕도 시키고요.~
양조식초 산도 6~7짜리 4병을 샀습니다.
희석 비율은 물 20리터에 식초 150밀리리터라고 하는데
저는 좀 더 연하게 희석비율 200(물):1(식초) 정도로 묽게 섞었습니다.
몽타쥬가 험악해서리 식초병으로 모자이크처리 했슴다...ㅋ~


함께 하시는 맑걸리님이 ``이거슨 농약이 아니니라...`` 하는 의미로 얼굴에 한참동안 뿌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업중에 식초냄새 맡은 초파리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고생 좀 했을거구만요. ㅎㅎ~
고추와 고추사이에 심은 들깨도 제법 자랐습니다.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스레 목욕 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심은 피알스파트 고추..., 너무 크기가 적은 모종을 심었더니...
자연재배 고추농사에는 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거름기 없는 땅이라 영양생장이 너무 더딘 바람에 몸집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올해 두어번 더 유기물(마른풀 등)멀칭을 하고 땅이 좀 더 만들어지고 나면 상황이 좀 더
호전 되리라 생각합니다.
콩 심을 준비 하느라 풀 관리를 못했더니 고추가 보이질 않습니다.

예초기로 작업을 하루 했는데 풀 조각이나 흙이 고추 과육이나 잎에 튀는 바람에
좋지않은 영향(바이러스 감염등)을 미칠까봐 이번엔 낫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고추 주변의 풀을 적당한 길이로 베어서 두둑위에 올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잡초가 나는것도 줄이고 또 썩어서 거름도 됩니다.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두둑위의 땅은 숲속의 부엽토처럼 수많은 미생물의 도움으로
아주 부드럽고 부슬부슬한 흙으로 변해갑니다.
자연재배 농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숲속의 부엽토처럼 흙을 가꾸는 것입니다.

개운하게 모습을 드러낸 고추입니다.
워낙 더디게 자라서 아직 지줏대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모종값이라도 건질 수 있을런지...ㅜㅜ

이 밭은 마을에서 구입해서 심은 고추입니다.
제법 자란 고추 모종을 심었더니 제법 몸집도 키우고 열매도 실하게 달렸습니다.
이 밭은 하루 전에 이발하고 목욕을 마쳤습니다.
무투입 땅인데도 제법 열매가 실하게 달렸습니다.(관행농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퇴비는 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산에서 부엽토를 넉넉하게 긁어다 덮어준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듭니다.


자연재배 농산물의 진가를 모든 국민들이 알아 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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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역경을 이겨내고 드디어 수확한 자연순환농사 태양초 고추
고춧가루를 빻기위해 마지막 손질을 합니다.

일단 20근짜리 한 푸대를 부어놓았는데도 양이 많아 엄두가 안납니다.
둘이서 어떻게 다하지? 꼭지 떼내고 일일이 닦아주는 일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하는 일이지만 만만치가 않더군요.

일단 시작하면 끝이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듬기 시작합니다.

대문쪽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아내... 완전 고추에 푹 파뭍혔네그랴....
고추들이 더 빵빵해 지라고 앞에 여자 나체상을 세워뒀는데..., 밸시리 효과가...ㅋㅋ~

마을 엄니들께서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백만 원군을 얻은 기분입니다.
몇십년 이 일을 해오신 생활의 달인들이시거든요. ㅎ~

고추가 줄어드는게 눈에 보입니다.
이런 정겨운 모습..., 보기 좋지않습니까?
뒤에 보이는 스티로폼 박스엔 흰민들레 새싹이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약 35근 정도를 손질했습니다.
나머지 다 따면 한 서른근이 될려나 모르겠네요.
자연재배는 소출이 정말 적습니다.
올해 땅을 열심히 가꾸었으니 내년엔 좀 더 나은 작황을 기대해도 되리라..., 스스로 위안합니다.
이번 농사는 고추사이에 들깨심기, 지주대옆에 녹두심기...
이렇게 3가지 작물을 섞어서 심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들깨는 비추입니다.
키가 너무 자라고 가지도 많이 뻗어서 고추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들깨향 때문에 벌레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내년엔 들깨대신 참깨를 심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참깨는 가지보다 주로 윗쪽으로 키만 자라기 때문에 고추와 잘 맞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비와 비닐멀칭, 화학비료, 농약등은 일절 하지않았습니다.
두둑의 풀은 세차례 베어서 덮어 주었고 식초샤워 1회 난각칼슘 살포 1회
이것이 전부입니다.
수확이 적은 이유중 하나가 난각칼슘액을 살포할 때 희석 비율이 좀 진했던지
그 후 고추잎이 누렇게 마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 후로는 영양성장이 멈춰버렸습니다.
늦게 심은 모종의 크기가 작은 1000포기가 특히 피해를 크게 입었습니다.
아마도 저의 욕심이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이상 고추농사 간추린 일기 끝~~
첫댓글 작년에 고추 농사 하면서 탄저병은 없었나요?
저도 자연농업을 하고 싶은 귀농인인데 엄두가 잘 나질 않습니다 ㅠㅠ
올 가을걷이가 끝나면 그때는 제대로 자연농법을 위한 밭갈이에 나서볼까 굳게 결심중입니다 ㅎㅎ
끝물에 탄저가 왔습니다.
고추의 세력이 약해지면 병해를 입는게 당연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