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내림굿은 무병을 앓는 사람이 무당이 되게 하는 의식절차이다. 강신무(降神巫)의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에서, 신병에 걸린 사람이 정식 무당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바로 내림굿이다. 내림굿이라 통칭하지만, 그 내용을 더 세분하면, 허주굿을 먼저 하고 나서 내림굿을 하게 된다.
허주굿을 황해도 지역에서는 허튼굿이라고도 하는데, 이 굿은 신들린 사람의 몸에 실려 있는 잡귀 잡신들을 벗겨내는 의식이다. 내림굿은 잡신을 벗겨낸 다음에 정식으로 무속의 큰신들을 받아들이는 의식이다. 그러나 요즈음에 와서는 내림굿 속에 허주굿을 포함시켜서 같이해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내림굿은 무병을 앓는 사람이 무당이 되게 하는 의식절차이다. 내림굿을 받기 전에 무병을 앓던 사람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스로가 내림굿 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쌀 걸립, 쇠걸립을 하게 되면 이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 병이 무병임을 알게 된다. 그 후에 다시 무구 찾기, 신어머니 찾아 모시기 등 내림굿을 받기 전의 모든 과정이 강신한 상태에서 입무자(入巫者)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한다.
신어머니가 정해져 내림굿을 하게 되면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굿을 하는데, 이를테면 허주굿, 내림굿, 솟을굿 순으로 한다. 허주굿을 허튼굿ㆍ허침굿이라고도 하며, 이는 부정한 잡신들을 물리치어 몸과 마음을 정하게 하는 굿이고, 내림굿은 큰 신, 정한 신을 몸에 받아들이도록 하는 굿이며, 솟을굿은 내린 신이 잘 솟아오르게 하는 굿이다.
먼저 허주굿을 하고 삼사 개월 후에 내림굿을 하며, 오륙 년 후에 신의 면모를 갖추어서 신명의 위력을 과시하는 솟을굿을 한다.
굿 하는 시기와 장소
내림굿을 하는 특별한 시기는 없다. 신병이 난 것을 확인하고 신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신어머니가 될 주제자(主祭者)에게 문복 (問卜)하여 날짜를 정한다. 정한 날 새벽에 산으로 가서 산을 맞은 후, 주제자의 집으로 와서 허튼굿ㆍ내림굿을 하고, 일반적인 재수굿의 의례를 모두 마친다. 장소를 국사당 같은 굿당을 빌려 하기도 한다. 입무자는 마지막으로 직접 비수(작두)를 탄다. 내림굿은 정식으로는 사흘 정도 걸리는 큰굿이다.
무당-신어머니와 입무자
강신무는 성별ㆍ가계ㆍ연령 등에 상관없이 신병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강신체험을 통해 무당이 된다. 그는 까닭 없이 원인 모를 병을 앓기 시작하여 의술의 효험 없이 고생하다가 음식을 먹지 못하고 불면증에 걸리며, 꿈을 자주 꾸고 환상, 환청을 일으키고, 심해지면 정신착란에 빠져 집을 뛰쳐나가 산야를 헤매 다닌다. 환상에 이끌려 다니다가 땅 속에서 무구나 부처 등 신물(神物)을 발견하는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하다가 결국 문복(問卜)을 하거나, 굿에 참여하여 신병임을 알게 되고, 무당이 될 운명임을 발견하게 되면, 그는 내림굿이란 입무의례(入巫儀禮)를 하여 신을 몸에 받고 무당이 된다. 일단 무업(巫業)에 종사하게 되면 병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신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반드시 내림굿이라는 입무제를 통해서만 치료될 수 있다는 종교성에 있다. 무당이 되기까지의 병은 결국 무당이 되라는 신의 뜻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신이 고통을 준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내림굿을 해서 병이 나은 후 무업을 그만두면 다시 병을 앓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신병의 심리적 종교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겠다.
신적인 존재와의 관계를 유비함으로써 예언, 치병, 사제자의 기능을 행하는 무당은 사회적으로 공적인 인물이다. 그는 내림굿을 통해 무당으로서의 능력은 무엇인가, 무당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가 등, 무당의 본질을 몸소 체험한다.
서울의 내림굿에서는, 내림굿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 뒷부분은 재수굿과 마찬가지로 별상굿ㆍ대감거리ㆍ제석거리ㆍ호구거리ㆍ성주거리ㆍ군웅거리ㆍ창부거리ㆍ뒷전거리를 하여 굿을 마친다. 3일 뒤에 강신자는 굿을 해준 무당의 집 신전에 술과 메를 올리고 간단한 제를 올리는데, 이것을 ‘삼일치성’이라 한다. 내림굿을 받은 강신자는 주무(主巫)를 신어미 또는 선생으로 모셔 평생 관계를 맺으며, 무속의례 전반을 배우게 된다.
신당
내림굿을 하고 무당이 되면 반드시 자기 집에 신당(神堂)을 모셔야 한다. 신당이란 집안의 방일 수도 있고 마루일 수도 있다.
신당에는 자기 몸에 실린 신들의 옷과 신의 모습을 그린 무신도(巫神圖)나 신의 형체를 만든 신상(神像), 신격(神格)을 상징하는 명두(明斗, 明圖), 무명이나 베에 단골신자들의 사주를 적은 명다리[命巾] 등을 모셔두고, 촛불과 향을 피운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으로 이 같은 신당에서 신들에게 치성을 드린다.
요즘의 모습
오늘날 무당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무당 자신도 천민으로 여겨온 오랜 사회적 편견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역시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을 팔자로 돌리고 죽지 못해 사는 것으로 비관한다. 설사 내림굿에서 인간과 사회를 도와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고 쳐도, 그들에게 돌아오는 사회적 보상이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무당들은 개인적인 이익 추구에 더 많이 신경을 쓰기도 한다.
이와 같이 무당 자신이 스스로 직업의식을 잃어버리고, 사회 또한 이들을 개인적인 이익에만 이용하는 오늘날의 현실이 무속 고유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무속은 끈질기게 계속된 억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미중의 종교로 살아 남았다. 역사를 통한 무속의 변질, 타락과 그 속에서도 죽지 않는 무속 고유의 생명력과의 관계를 우리는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