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올챙이 관찰
◇ 개구리 합창으로 잠 못 들던 시절
오뉴월 뙤약볕 아래 고된 보리타작이 끝나면 모내기가 이어진다. 모가 무논에 자리를 잡을 때쯤이면 도랑이나 논에는 온통 개구리 알 무더기 투성이다. 그 곁에는 대부분 개구리가 있는데 잡으려면 논바닥을 이리저리 헤집어 흙탕물을 일으키며 숨는 바람에 쉬 찾을 수 없다. 허나 잠시 후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논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개구리를 발견할 수 있다. 조심스럽게 개구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논바닥을 밝으며 접근해야 하는데 미끄러운 논바닥이라 개구리 근처로 가기도 전에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간신히 잡은 개구리를 들고 다니다 개구리가 기진맥진해 움직이 않으면 논으로 던져버리고 또 다른 싱싱한 놈을 잡아 동무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다. 배가 고파 집에 들어서면 벌써 저만치서 엄마가 “개구리 비린내 난다”며 몸서리를 치시며 “손 씻어라”고 야단이시다.
빨랫비누로 연신 손바닥을 비벼댔지만 개구리를 오래 잡고 있어서인지 엄마는 계속 “냄새난다”며, “다시 씻어라” 하신다. ‘아니, 밥 먹고 또 개구리 잡으러 갈 건데 왜 자꾸 손을 씻으라 하시지?’라며 참 많이도 툴툴댔다.
◇ 개구리가 되길 거부하는 양철북 올챙이
개구리 떼창을 들으며 평상에 누워 별을 보다 스르르 잠들어 깨어나 보면 신기하게도 방안에 누워 있었던 시절에 개구리는 언제나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올챙이는 자라면 당연히 개구리가 된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장산습지에서 겨울철 얼음장 밑에서 움직이는 올챙이를 본 순간부터 올챙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 후 장산습지는 아니어도 장산 등산로 옆 자연연못에서 올챙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관찰한 사실은 2월 말에서 3월경 산란한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가 무수히 나오지만 5월 말, 6월 경 초여름이 되어도 여전히 올챙이 상태 그대로인 놈들이 많다는 점이다.
원래 올챙이는 알에서 나와 한 달이 지나면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면서 꼬리가 없어지기 시작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자연연못에서는 여름철에도 여전히 긴꼬리를 살살 흔들며 수초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올챙이를 만날 수 있었다. 장산습지의 참개구리 올챙이가 겨울을 나듯이 자연연못에서 작은 산개구리 올챙이 역시 개구리가 되는 걸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궁금했다. 하지만 한여름에 접어들면 자연연못은 수초로 뒤덥여 더 이상 올챙이 관찰이 힘들어진다. 지난해에는 가을날 수초를 헤집고 올챙이를 찾아보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 의외로 부족한 올챙이 연구 자료
개구리가 되길 거부하고 올챙이 상태로 멈춘 양철북 올챙이에 대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아직 개구리로 되지 않는 올챙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보이질 않는다. 다만 미국에서 올챙이 상태로 3년에 걸쳐 성장했다는 기록은 있다. 만일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태하지 못하는 놈들이 있다면 원래 그랬을까 아님 무슨 원인이 있는 것일까?
장산습지에서 우글거리는 참개구리나 장산 자연연못에서 오글거리는 산개구리의 생태를 잘 연구하여 양철북 올챙이의 정체를 밝혀내면 모르긴 해도 노벨상 감이 되지 않을까?
어느 날 몇 년에 걸쳐 성장한 참개구리 올챙이가 장산습지의 한 축으로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