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농촌관광으로 마을이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⑦-청양편>도농교류 체험의 빛과 그림자
번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은 매력적인 곳이다. 기차를 타고 가다 창밖에 확 트인 논밭만 봐도 느낌이 새롭다. 위락시설이 가득한 유명한 관광지 대신 여유로운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도 늘어났다.
농촌진흥청의 정의에 따르면, '농촌관광'은 소규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농촌이 가진 자연환경, 전통문화 등의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한다.
유럽,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그린투어리즘’은 1990년대 말부터 ‘농촌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그 때부터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도농교류 체험을 중심으로 한 농촌관광이 전국의 농촌마을에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농촌’을 바라는 도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더 많은 도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등 각종 이벤트를 만들고,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종 시설들을 세웠다. 도시민들의 욕구에 맞춰 농촌 마을은 끊임없이 변신해야 했다.
농촌관광, 마을에 대한 ‘양날의 칼’
충남연구원 마을만들기지원시스템 연구회는 지난 23일 충남 청양군 알프스마을에서 ‘농촌관광, 도농교류 체험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제7회 충만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을 열었다.
“(농촌관광은) 농업, 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알리고, 체험휴양기능을 활용해 소득증대에도 기여하며, 도시민들이 농촌을 더 자주 찾게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한편으로 생산자 농민들이 도시민의 ‘종노릇’을 하게 만들고, 시설 운영이나 소득분배를 둘러싸고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초래하며, 마을만들기 영역을 소득 중심으로 축소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대화마당을 준비한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은 이날 주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국내 대표적인 농촌관광 마을인 ‘청양 알프스마을’과 ‘임실 치즈마을’의 사례를 통해 농촌관광의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했다.
알프스마을, 주민 갈등 딛고 연매출 20억
청양군 알프스마을에서는 여름에 세계조롱박축제, 가을에 칠갑산콩축제, 겨울에 얼음분수축제가 열린다. 조롱박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면서 봄에 뷰티축제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른바 4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는 마을이다.
청양 알프스마을에 지난해만 30만 명이 방문했다. 농촌관광으로 이 마을이 올린 연간 매출액은 20억 원에 달한다.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이 농산물을 소비하면서, 마을의 농산물 생산 소득도 2억 원(2004년)에서 2015년 5억 원(2015년)으로 늘었다. 축제 체험상품으로 팔리는 고구마, 옥수수, 콩 생산량을 늘린 덕분이다.
- 황준환 위원장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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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알프스마을은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산골 오지마을이었다. 황준환 알프스마을 위원장은 “사람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마을 특색도 없는 마을이었다”며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현재의 모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알프스마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주민 간 갈등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을 주민 내부에서 진정서가 난무하고 고소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황 위원장은 “마을에서 2차례 대전을 치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갈등을 겪으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사봉을 준비하고, 회의공고, 회의록 등 절차를 지키고 회의 수당까지 줍니다. 돈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회계도 주먹구구로 하지 않습니다. 예산서는 마을의 지표를 만들어 줍니다. 회의와 회계는 우리 마을을 떠받치는 두개의 축입니다.”
- 황준환 알프스마을 위원장
농촌관광 모범, 임실 치즈마을의 위기
농촌체험관광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임실 치즈마을은 외부 위협으로 인해 최근 위기를 겪고 있다.
치즈마을은 ‘마을발전기금’, ‘마을세금’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가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치즈마을에서 일했던 지역문화연구공동체 ‘모정’ 권봉관 박사는 “마을만의 방식으로 공생의 경제를 구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시작한 치즈체험이 마을공동체로 이관되면서 마을 소유가 됐습니다. 치츠체험은 마을 치즈마을 전체를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죠. 마을 어르신들도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도와줘야지’라며 각종 일자리에서 소득을 얻는 대신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일종의 염치의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임실 치즈마을 (권봉관 박사 발표자료)
하지만 전국에 치즈체험을 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특히 임실군이 지자체 차원에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2012년부터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운영하면서 치즈마을의 체험객이 줄기 시작했다. 치즈마을의 매출액은 2012년 17억 원에서 2014년 10억7000만 원으로 떨어졌고, 2년 사이 체험객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권 박사는 “치즈마을이 성공 일변도에 있을 때는 마을 내 마찰이 크지 않았다”며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자 마을 내에서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모든 마을이 만화경처럼 되어야 할까?
치즈체험이라는 하나의 메인 프로그램을 추진하다 외부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임실 치즈마을과 달리, 청양 알프스마을은 다양한 축제로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 내면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알프스마을은 지난 4년간 이익금 25억 원을 농촌관광 사업에 재투자하며 새로운 사업 발굴했다.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알프스마을의 사례를 일반 마을에 적용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충남연구원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농촌관광이 소득증진 수단으로 도입되면서 양적으로 급속도로 팽창했다”며 “알프스마을 같은 경우 일반적인 농촌관광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 대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임실 치즈마을에 들어선 새로운 시설들(권봉관 박사 발표자료)
치즈마을 사례를 발표한 권봉관 박사도 “치즈마을처럼 다른 지역에서 카피하기 시작하면 경쟁이 과열된다”며 “결국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 다양한 볼거리,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을 만화경 같은 장소로 만들어야 체험객들이 만족한다”며 “이것이 일반적인 농촌에서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는 “농촌체험 관광을 잘못 접근하면 계속 새로운 시설을 짓고 자극적인 것을 해야 한다”며 “이런 것이 아니라도 농촌 자체가 가지고 있는 (관광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농촌’ 존중하는 자세 필요
농촌관광의 소비자인 도시민들이 농촌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농촌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지역문화연구공동체 모정 권봉관 박사
권봉관 박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농촌에 오면 불편함도 그 관광지의 특색이라 생각하고 감수하는데 국내 관광객들은 불편한 것을 감수 하지 못한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자세가 바뀌어야 최소한 농촌관광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에 마련된 전국 마을선언 초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마을은 완전히 개방된 세계가 아니다. 마을마다 역사적 전통과 고유한 문화가 있고 이에 따른 질서가 작동한다. 이 점은 마을의 다양성으로 드러나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외부인이 마을을 출입할 때에는 나름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농촌 사회의 마을은 더욱 그러하다.”
다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10월 28일 ‘귀농귀촌과 전원마을,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서천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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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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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교류 체험의 빛과 그림자 번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은 매력적인 곳이다. 기차를 타고 가다 창밖에 확 트인 논밭만 봐도 느낌이
청양 귀촌인2016.10.02알프스 마을 조롱박 축제에 다녀와서 7천원이란 비싼 입장료에 비해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아 입ㅂ장료 7천원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콘덴츠를 늘리지 않으면 성공을 이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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