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독특한 우리음악의 얼개
얼개, texture 란 사전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조직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를 말한다."한국음악계에도 별로 쓰지 않던 말이고, 또 한국음악의 얼개에 대한 논의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의 얼개는 그 음악의 구조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특히 한국음악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는 이 얼개를 도외시할 수 없다.
음악용어로서 얼개란 뜻은 서양음악 용어의 텍스추어(texture)와 같은 뜻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서양음악에 있어서 텍스추어라 하면 입문서에서는 모노디(Monody · 단성) 폴로포니(Polyphony · 다성) 호모포니(Homophony · 화성) 같은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말하자면 여러 성부聲部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음악을 만드느냐 하는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음악의 얼개는 서양음악의 이 3가지만 가지고 도저히 설명이 안 되기 때문에 한국음악의 얼개를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음악의 수제천.이나 가곡을 들어보면 그 음악의 짜임새는 분명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서양의 예술 노래와는 다른 식으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한국음악의 짜임새는 어떻게 되어있는가. 각악기나 각 성부의 관계는 어떠한가 등을 따지는 것이 곧 한국음악의 얼개를 밝히는 한 방법이겠다.
한국음악의 얼개를 우선은 서양음악이 텍스추어 개념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다.
혹시 한국음악은 서양음악의 모노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화성도, 대위적인 무엇도 없는 음악이니가, 아마 단선율임이 틀림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합주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라. 그것이 <영산회상 >이든 <수제천>이든, 시나위든 어떤 음악도 똑같은 선율을 유니즌(unison · 화음)으로 똑같이 연주하는 음악은 없다. 각 악기의 선율은 상당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들으면 또 거의 같은 음악을 서로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아무튼, 한국의 합주음악이 서양의 모노디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 폴로포니나 호모포니에 해당하느냐? 이것은 그냥 들어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지만, 한국의 합주가 서양의 화성체계나 대위법적으로 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한국의 합주음악은 서양음악의 텍스추어 와는 다른 식으로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