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5일(수)
오늘은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몇 시까지 모일지 물었더니 12시까지라고 대답해주어 12시에 남촌초등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무언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니 다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편지를 쓸 때면 항상 그런 것 같습니다.
행운 선생님과 11시 반쯤 남촌동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동아리가 있는 날이라 아이들이 동아리 끝나고 이미 편의점에 와 있었습니다. 현찬이가 라면을 먹고 있길래 “현찬아, 우리 오늘 맛있는 거 먹을 건데 라면 먹고 있으면 어떻게 해~”라고 하였는데 동균이가 자기가 4번 말했는데도 그냥 먹었다고 하였습니다. 현찬이는 라면 먹어도 다른 거 먹을 수 있다고 하였고 대훈이가 라면 배랑 밥 배랑 따로 있다고 하였습니다.
원래는 대훈이 아버지 가게에 가서 음식을 먹으려 했는데 현찬이 어머니께서 평소 코로나 때문에 현찬이가 버스 타는 것은 안 된다고 하셔 남촌동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 나눴는데 피자, 짜장면, 감자탕, 떡볶이 등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걸 어려워하는 데다 이야기를 하면 막상 그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친구도 있어 메뉴 정하는데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나중에 중국집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아이들이 말한 곳은 좁고 빨리빨리 음식을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아 평가회의 하기는 어려워 보여 아이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혹시 다른 중국집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넓은 곳을 알려 주어서 일단 편의점 사장님께 편지를 전해드리고 함께 가보기로 했습니다.
현찬이가 편의점 사장님께 “제가 적극적으로 드려 보겠습니다.”라고 하여 현찬이가 편지를 드리더라도 아이들이 함께 감사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장님께서 편지를 걸어두겠다 하셨습니다. 인사를 드린 후 아이들이 말한 중국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지금 휴가 중이셨고 아이들이 말했던 피자 가게는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떡볶이집은 저희가 도착한 후 사장님께서 오셔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남촌동에는 먹을 곳이 많이 없다고 하기도 하고 메뉴가 거기서 거기라고 하여 새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훈이에게 “그럼 어떤 음식점이 생겼으면 좋겠어?”라고 물었더니 대훈이가 뷔페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대훈이는 평소 가족들과 외식할 때도 도림동이나 구월동으로 간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결국에 어찌어찌 의논하여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이니 아이들에게 (제가 사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으나 결론적으로 편의점에서 아이들과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들어갈 때 동균이가 문을 열고 모든 사람들이 들어올 때까지 문을 잡아주어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으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도록 한 후 돈이 남아 간식거리도 고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점심 먹으며 재미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 현찬이가 자신은 과학을 잘 못 한다길래 그럼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물었더니 “영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또 무슨 이야기를 하다 영어는 52점, 과학은 80점대 아니면 90점대라고 하여 “너 과학은 잘 못한다며..? 영어를 잘한다며..?”라고 물었는데 현찬이가 ‘그러게요’라고 말하는 듯한 머쓱한 표정을 지어 같이 깔깔깔 웃었습니다. 나중에 현찬이가 저에게 커피를 다 마셨냐 하여
“?? 너는 음료수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잖아!”
“저는 마시기만 했는데 선생님은 라면도 먹었잖아요.”
“너도 아까 라면 먹었잖아!”
“그건 시간이 지났잖아요.”
라고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똑똑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평가회의를 하는데 회의록을 작성해줄 사람을 물었더니 현찬이가 자신은 글씨를 못 쓴다며 혜주를 추천하였습니다. 혜주가 “선생님이 글씨를 제일 잘 쓰니 선생님이 쓰면 되겠다.”고 하여 글씨를 잘 쓰지 못해도 괜찮다 했더니 혜주가 새침하게 “그럼 제가 써볼게요.”라고 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첫 만남부터 마지막 만남까지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이것 끝나면 무얼 하냐길래 뭐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지얼을 하고 싶다 하여 시간이 남으면 하자고 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느낀 점을 말해주고 생각하기 어려워하는 다른 친구의 소감까지 대신 말해 준 현찬이, 참 감사합니다(물론 장난으로 그런 것이고 아이들 스스로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현찬이가 “현찬아, 물총 놀이 했던 날은 어땠어?” “공기했던 날은 어땠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저는요,” 하고 즉답을 하여 굉장히 웃겼습니다. 거의 소감 달인이 되어갔습니다.
헤어지기 전 아이들에게 저희가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슬리퍼나 사진을 담은 지퍼백에 저희 싸인을 해달라고 하여 싸인을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너무 놀라웠고, 귀엽고 감사했습니다. 동균이가 선물을 정말 잘 쓸 것 같다고 하자 대훈이가 자기도 그렇다고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좋아해 주니 정말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결국 시간이 부족하여 아이들과 지얼은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래서 지얼을 같이 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회의가 늦어져 놀이는 못 할 것 같다고 하자 현찬이의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 알겠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제가 딱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싶어 했던 것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특히 대훈이와 현찬이가 “얘들아 지얼 하려면 회의에 좀 더 집중해줘~ 그래야 빨리 끝나지.”라고 했을 때 회의를 서두르려 하여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편의점에서 나가며 사장님께 마지막으로 인사드렸습니다. 남촌동도 이제는 안녕입니다. 아이들이 헤어지기 전 “2년 뒤에 사회복지사가 되어 꼭 만나자. 소방관이 되면 안 된다. 그러면 못 찾아갈 거 같다(?).”라고 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기회가 되면 남촌동에서 또 만나 같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져 버스를 타러 가며 헛헛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그때 할 일이 많고 수료식을 안 하려다 하게 되어 준비를 많이 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를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지관에 돌아와서 종결평가서를 조금씩 수정하고 내용을 약간 추가하여 팀장님께 보내드렸습니다. 종결평가서를 쓰며 실습과 단기 사회사업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얼른 결과보고서를 수정하고 오늘 평가회의 내용을 담고, 종결평가 ppt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첫 만남 때 대훈이, 동균이와 서먹했던 모습이 낯설 정도로 이제는 당사자와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관계가 깊어진 모습이 보기 좋네요. 만남의 장소였던 남촌초나 GS25 편의점도 아이들이 선생님들과의 추억을 느끼는 소중한 장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활동은 끝났지만, 아이들과의 관계가 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원하고, 선생님들의 여건이 된다면 다음에도 만남을 조금씩 이어가도 좋겠습니다.
활동 수고 많으셨고, 잘 마치도록 잘 거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지막이니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는데 결국 편의점에서 먹게 되었네요. 근데 오히려 더 편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동네 한 바퀴의 추억의 장소가 된 것 같아요.^^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화에서 이제는 어색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친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마지막 헤어짐은 항상 아쉽고 마음이 아프네요. 즐거웠던 추억 마음에 간직하며 더 멋진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을거라고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볼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