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힘 >반칠환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환희카톡 옮김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하는
힘으로 다시 걷는다.
🍒
***
출생
음력 1964. 4. 28. 충청북도 청주
학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사
데뷔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수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
2002년 서라벌문학상
작품
도서 2 1건 네이버검색
<한평생>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시궁창에서 태어나
하루를 살았지만 제 몫을 다하고 갔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간다고 외쳤다니
그 삶은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매미는 7년을 넘게 땅 속에서
굼벵이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7일을 살고 가지만
득음도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인간은 음을 알고 이해하는데
10년은 걸리고 소리를 얻어 자유자재로
노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자면
한평생도 부족하다는데
매미는 짧은 生에서 다 이루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람은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모두 다음으로 미룬다.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다니
이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일인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맹목적으로 허둥대며
살다가 후회만 남기고 가는 게
인생인가보다.
천 년을 산 거북이는 모든 걸 달관한 듯
세상에 바쁜 일이 없어 보인다.
느릿느릿 걸어도 제 갈 길 다 가고
제 할 일 다 하며 건강까지 지키니
천 년을 사나 보다.
그러니까 하루를 살던 천 년을 살던
허긴 모두가 일평생이다.
이 詩에서 보면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사람이 죽은 뒤 무덤에 가보면
껄 껄 껄 하는 소리가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웃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사랑할 껄,
좀 더 즐길 껄, 좀 더 베풀며 살 껄,
이렇게 껄껄껄 하면서 후회를 한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련한 일인가.
일면 재미있어 보이는 이 詩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고 해학적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