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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찍 하나와 책 한 권 비류신은 신형을 솟구치자 갑자기 안색이 굳어졌다. 강하기 비할 데 없는 경풍이 이미 그의 몸을 덮쳐 왔다. 몰아쳐오는 경풍은 조금도 소리가 나지 않아, 그로 하여금 놀라게 했고 한편으로 분노가 치솟게 했다. 이때 껄껄대는 선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이 꼬마야. 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디 마음껏 달려들어 보아라.” 비류신은 날카롭게 말을 받았다. “당신은 내가 달려들지 못할 줄 아오?” 월광검 소대풍은 두 눈에 흉악한 빛을 띠었다. 그는 금령대에서 무공을 시위하고자 곧 백의(白衣) 제사괴(第四怪)의 곁에 가서 섰다. 정말 위풍당당했다. 그는 일부러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 명성이 자자한 비대협이 이런 짓을 두려워할까? 하하핫… …” 비류신은 화가 치밀어 원한 맺힌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흥! 수효를 믿고 으스대는 개, 돼지 같으니라고. 우선 당신부터 몸뚱이를 갈라놓겠소.” 말을 마치자 그는 다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몸이 막 일 장 정도의 높이에 치솟았을 때 그는 갑자기 하나의 거장(巨掌)이 어깨를 향해 눌러오는 것을 느꼈다. 비류신은 섬뜩 해서 급히 신형을 낮추고 치솟던 기세를 바꾸었다. 동시에 왼손을 위로 뻗쳐서 곧장 어깨를 내려 덮치려는 거장을 거머쥐려 들었다. 이때였다. 갑자기 선우철이 소리쳤다. “비형! 아버님이시오!” 비류신은 움찔해서 급히 손을 거두어들이고 물러섰다. 그가 고개를 드니 바로 눈앞에 도장맹의 장주 선우휘가 미소를 머금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류신은 몹시 불쾌했다. “선배께서 불초를 가로막으시는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만약 그가 선우철과 친교를 맺지 않았다면 이토록 공경스럽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중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부처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나, 혹은 개를 때리되 개의 임자부터 먼저 본다는 격이었다. 도장맹주 선우휘는 가가대소했다. “비 노제, 위로 쳐내기란 쉽지 않네. 그런데 어찌 아래를 치지 않았지?” “아!” 비류신은 그 말을 듣자 이내 깨달았다. 백의사괴는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으니 자기가 위로 덮쳐내기란 조금도 쉽지 않았다. ‘어찌 금령대를 부숴버리지 않을까 보냐!’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곧 최악의 수법을 펼치려고 했다. 그러자 남의소녀는 냉소를 터뜨렸다. “선우휘, 당신 생각은 비록 묘하나 애석하게도 소원대로 일이 되기 어렵겠어요.” 도장맹주 선우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흐흐 웃었다. “계집애야, 네가 얼마나 식견이 많다고 감히 나를 비평하려 드느냐?” 이때 갑자기 막우도(莫于島) 도주 일월도사 장죽림(蔣竹林)이 냉소를 한 번 터뜨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이까짓 일좌의 조그마한 금령대를 우리들이 능히 무너뜨릴 수 없다고 믿지 않는다.” 거장을 밖으로 젖혀서 맹렬한 한 줄기 진력을 펼쳐 냈다. 그가 막 장력을 발출할 때 벌써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는 갑자기 오른손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자 이를 갈며 눈을 부릅떴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장내에 있던 군웅들은 모두 놀랐고 속으로 몹시 기이하게 여겼다. ‘사대도주는 명성을 무림에 떨친 지 이미 오래고 더욱이 일월도사 장죽림도 사대도주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아무 소리도 없이 상대방에게 암산을 당해 부상을 입다니… …’ 단지 이런 공력만으로는 장내의 군웅들은 그것의 소유자를 못 당하겠다고 한탄해 마지않았다. 그들은 모골이 송연한 심정이었다. 인영이 번쩍이는 곳에 사대도주는 벌써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노한 눈으로 금령대 위의 사괴를 노려보았다. 남의소녀가 나직이 웃었다. “선우휘, 내 말이 맞지요!” 도장맹주 선우휘는 그때서야 정말로 흑룡강의 여자, 남의소녀의 지혜가 과연 초인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낭자의 의견으로는 어찌하면 좋겠소?” 남의소녀는 생긋이 웃으며 대꾸를 했다. “금일의 싸움은 바로 중원 무림의 존망이 걸린 일전이에요. 나는 비록 흑룡강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현재는 중원에 있어요. 그러므로 중원 사람의 하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께서 만약 나를 믿어 주신다면… 그러면 나의 마음대로 한 번 일을 주관하고 싶어요. 대장주(大莊主)의 뜻은 어떠신지요?” 이때 군웅들은 모두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선우휘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도대체 그의 입에서 어떠한 대답이 나오는 가를 기다렸다. 침묵에 싸인 장내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백의사괴가 모두 흐흐흐 냉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금령대 아래에 있는 중원무림 고수들을 굽어보았다. 월광검 소대풍은 백의사괴의 곁에 있으면서 때때로 좋은 대책을 마련해 그들에게 일러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일개 군사와도 같았다. 선우휘는 마음속으로 놀라기는 했으나 얼굴에는 어떠한 내색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웃었다. “노부는 낭자에 대해 충심으로 존경하오. 원컨대 일체를 지휘해 주오.” 남의소녀는 그에게 미소를 띠고 몸을 돌이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겨 비류신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갔다. “당신은 무슨 의견이 있어요?” 이렇게 묻자 비류신은 냉소를 짓고 몸을 돌려 외면했다. 그는 몸을 돌리는 순간 남의소녀 뒤에 있는 박애정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는 순간 심신이 떨려 급히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겨 버렸다. 그러나 속으로 오히려 조금 전에 눈길이 마주친 순간의 일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왜 이다지도 눈에 익을까?’ 박애정도 역시 약간 놀랐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스치는 일에 불과했고 이내 정상적인 태도로 돌아왔다. 박애정은 얼른 걸음을 옮겨 남의소녀를 따라갔다. 금령대와 이 장 가량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남의소녀는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우뚝 섰다.그녀는 머리채를 가만히 추스르고 뒤에 서 있는 박애정, 백미, 백살 두 여자의 모습을 쓸어보고 다시 몸을 돌이켰다. 금령대 위의 백의사괴는 아주 차갑고 냉연한 태도로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지혜와 계략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는 남의소녀를 바라보았다. 남의소녀는 금령대 위를 보고 빙그레 웃더니 다시 앞으로 두 걸음 내딛었다. 월광검 소대풍이 냉소를 쳤다. “낭자, 여러 사람을 지나쳐 나오는 것은 억지로 위세를 보이려 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남의소녀는 깔깔 웃어 댔다. “교활한 늙은이, 당신이 백의사괴를 여기에 오도록 초청한 것은 무슨 음모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월광검 소대풍은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웃었다. “물론 음모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본래부터 바란 것은 아니다.” 백의사괴 중 첫째인 선천(仙天)이 눈길을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소 노대(老大), 당신은 시원스럽게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시오.” 복면의 남의소녀가 쌀쌀하게 내쏘았다. “그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는 능히 그것을 짐작할 수 있어요.” 백의사괴는 그녀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보자 놀랍고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월광검 소대풍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남의소녀가 점을 치지 않아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월광검 소대풍이 냉랭하게 말했다. “낭자, 낭자가 비록 백 년에 하나 볼까 말까한 기녀(奇女)라 할지라도… 그러나 하하, 이 일에 대해서 내가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알아맞히기 어려울 것이오.” 이때였다. 누군가 무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지.” 이 말과 함께 흑영이 살같이 내딛더니 장내에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광채가 번뜩이는 눈으로 그 사람을 훑어본 비류신은 깜짝 놀랐다. 이윽고 그는 큰 걸음으로 이제 막 내려선 그 사람을 향해 달려 나갔다. “고 선배, 선배께서도 여기에 오셨구려.” 풍운류랑인 고화룡은 묵묵히 비류신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비 노제, 나는 우리들이 영영 못 만날 줄 알았소.” 학철두는 풍운류랑인 고화룡을 흘끔 바라보다가 그의 얼굴에 노기가 짙은 것을 알았다. 그는 재빨리 신형을 솟구쳐 급히 고화룡 곁으로 달려갔다. 비류신은 왼손을 휘두르며 기세를 바꾸고 호통을 쳤다. “비류신, 너 이 무슨 짓이냐?” 비류신은 여유롭게 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당신이 고 선배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허락지 않겠소.” 학철두는 만면에 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들 사이의 일은 네가 간섭하지 마라.” 비류신은 그 말을 듣자 몹시 화가 치밀었다. 그는 냉소를 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의 몸이 막 움직이려할 적에 이미 하나의 거장이 그의 왼팔을 덥석 잡아 버렸다. 이때 풍운류랑인 고화룡의 처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비소협, 확실히 나에게 부득이한 고충이 있소. 그러니 비소협은 모른 척 하는 것이 좋겠소.” 비류신은 얼떨떨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덮쳐나가던 동작을 멈추었지만 얼굴에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는 스스로 굴욕을 달게 받고자하는 풍운류랑인 고화룡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비단 비류신 뿐 아니라 장내에 있던 군웅들 역시 고화룡과 학철두의 관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학철두는 득의만만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고화룡, 누가 당신더러 여기에 오라 했소?” 그는 너무나 교만한 태도로 거드름을 피우며 말을 꺼냈기 때문에 장내에 있던 군웅들은 대단히 불쾌하게 느꼈다. 이렇게 오만무례하고 업신여기는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도무지 참을 수 없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풍운류랑인 고화룡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꾹 참고 있었다. 이윽고 고화룡은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오늘의 일은 중윈 무림의 숱한 백성과 관계가 있소. 나는 대국을 두루 공평하게 보살피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령(禁令)을 달게 받겠소. 이것은 중원 무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오.” 그의 목소리는 기개가 있었고 흥분된 탓인지 점점 격앙되어 갔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온 장내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갈채를 보냈다. 학철두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막 그가 발작하려 할 때, 갑자기 남의소녀가 그를 향해 분노어린 눈길을 보내자 놀라 급히 물러섰다. 그는 여러 사람의 분노를 폭발시키면 큰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에 생각이 들자 할 수 없이 씁쓰레한 웃음을 띠었다. “당신이 충심을 다한 것을 생각해서 나는 잠시 더 따지지 않기로 하겠소.” 백의사괴는 금령대 아래에서 이렇게 다투고 있는 것을 차마 더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선 해가 먼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소 노대, 노부가 당신에게 이야기해 주었소?” 월광검 소대풍은 급히 말했다. “선배께서는 잠시 노여움을 거두시오. 이제 후배가 곧 선포하리다.” 그는 말을 마친 뒤 몸을 돌이켰다. 이윽고 그는 금령대 아래를 향해서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무림 중에 종래에 이르러 사사로운 개인끼리의 싸움만 잦을 뿐, 만인의 성회(盛會)는 적은 사실에 백의사괴는 느낀 바 있었소이다.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넓고 넓은 천하에는 군웅들을 영도할 만한 지존의 인물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외다. 이번에 비단 각 파의 서로가 무공을 관찰하여 연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아울러 이 대회로써 무예가 출중한 무림 영도자 한 분을 찾아서 온 천하의 맹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니… …” 그는 흐흐 웃음을 터뜨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는 사람의 수효를 제한하지 않소. 그러나 각 파에서는 다만 한 사람을 선출하여 내보내야 하오. 이렇게 해서 나온 사람은 먼저 금령대에 올라가서 사로(四老) 로부터 무공을 시험받아야 하는데 일단 금령대에 오르면 기권할 수 없소이다… …” 풍운류랑인 고화룡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소대풍, 당신의 목적은 아마도 이에 한하지 않을 것 같은데… …” 월광검 소대풍은 냉소를 쳤다. “쓸데없는 말은 꺼내지 마오. 재주가 있다면 금령대에 올라가면 될 것 아니오?” 이 말을 듣자 풍운류랑인 고화룡은 낭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긴 소매를 가볍게 떨쳐 한 줄기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신형을 돌려 물 찬 제비 같이 재빠르게 금령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도장맹주 선우휘는 고개를 돌려 사랑하는 아들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철아, 너는 여기에 가만히 앉아 있거라. 내가 올라가 고인(高人)을 한 번 만나보겠다.” 말을 마치는 순간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가 했더니 어느 틈에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금령대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선우철은 이때 이미 부상이 다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금령대 위로 올라가서 백의사괴와 싸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분부가 있는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투덜대기만 할 뿐 도장맹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돌연 인영이 번쩍하더니 사대도주가 동시에 금령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 등이 역시 그들을 뒤따라 올라가 각각 금령대의 한쪽에 섰다. 오랫동안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던 지신도 소대천은 이때서야 마음이 움직인 듯했다. 그는 뒤에 지령보 고수들을 쓸어보더니 마치 연기처럼 금령대 위로 올라갔다. 월광검 소대풍이 사대도주를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들 섬에서도 한 사람 밖에 참가할 수 없소. 그걸 미리 말했는데 어찌해서 네 사람이나 감히 올라오느냐 말이오!” 순무도주 강개세 동백설이 냉소를 터뜨리고 말을 받았다. “네 섬은 비록 한 집안이기는 하나 우리는 각자 섬 하나씩 차지하고 있소. 그러니만큼 마땅히 네 섬이 모두 참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오.” 백의사괴 중 선악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요. 그들이 여기에 있도록 우리가 양보합시다.” 비류신은 중원의 고수가 거의 모두 도착한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호기가 부풀어 올랐다.그는 힘껏 한 번 부르짖고서 한 발로 가볍게 땅바닥을 찬 뒤 몸을 돌려 단번에 금령대 위로 올라갔다. 월광검 소대풍이 금령대 아래를 가리키며 웃어댔다. “흑룡강에서는 참가할 사람을 보내지 않으려오?” 이때였다. 뒤에서 야비하게 비웃는 웃음소리가 전해 왔다. 소대풍은 속으로 은근히 놀랐다. 얼른 고개를 돌리니 남의소녀가 어느 틈에 그의 뒤에 바짝 다가서 있지 않은가. 남의소녀가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백 년에 한 번이나 있을까 말까하는 이런 성회에 어찌하여 흑룡강 일파가 기회를 포기한단 말이오?” 선우휘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낭자가 나서기만 하면 우리 쪽이 승리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일이외다.” 남의소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졌어요. 모두들 승리할 가능성은 반씩 지니고 있으니 우리는 너무 낙관해선 안 될 거예요.” 남의소녀의 이 한마디 말 때문에 금령대 위에는 잠시 근심스런 기색이 휩쓸고 지나갔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뜻을 얼른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령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얼떨떨한 눈으로 백의사괴를 바라보았다. 백의사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내를 둘러보았다. 그들의 입가엔 잔혹한 한 가닥 웃음이 엷게 번지고 있었다. 그 웃음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공포를 느끼게 하고도 남았다. 이 순간이었다. 돌연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얼른 저걸 보시오!” 장내에 있던 각 파의 고수들은 이 호통에 한 결 같이 고개를 숙여 일제히 발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순간 비류신의 얼굴에 가벼운 살기가 어리었다. 그는 슬그머니 공력을 팔에 모아 곧 손을 쓸 준비를 했다. 남의소녀는 눈썹을 약간 곤두세우고 몸을 한바탕 바르르 떨었다. 분명히 땅바닥의 글자 흔적과 그들 두 사람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한 곁에서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지신도 소대천 역시 속으로 크게 놀랐다. 그는 소대풍이 오늘 사괴를 초청해서 자기를 괴롭히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군웅들 역시 모두 안면에 놀라고 못 미더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남의 재앙을 고소하게 여기는 못된 군중 심리를 드러내었다. 그래서 그들 각자의 안중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탐욕스런 빛이 번뜩였다. 남의소녀는 탄식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 두 물건 때문에 미처 죽지 못한 늙은 폐물일 뿐인 당신들 네 사람이 탐욕심을 가졌을 줄이야… …” 백의사괴 중 첫째인 선천이 가가대소했다. “채찍 하나와 책 한 권이라! 이게 바로 무림 지보(至寶)이지. 노부의 네 형제는 비록 멀리 봉래산에 살고 있었지만 소문이야 이미 오래 전에 들었소이다. 오늘 기왕에 중원까지 왔으니 두말 할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 아니겠소이까?” 비류신은 허리에 차고 있는 잔금섭혼신편을 치며 길게 웃음을 터뜨렸다. “보편(寶鞭)은 내 허리에 있소. 당신들 네 괴물은 내력이 있는 인물일 테니 이리 와서 빼앗아 가면 될게 아니오?”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큰 걸음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쌍장을 쳐들었다. 그는 백의사괴와 한바탕 싸우려고 했다. 남의소녀가 그들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흑룡강의 기서는 비록 나의 몸에 있진 않지만, 만약 당신들 사괴가 우리들을 격퇴시킨다면 그때 그 책이 묻힌 곳을 당신들에게 말해 주겠어요.” 바로 이때 월광검 소대풍이 아무도 모르게 가만히 금령대를 떠났다. 금령대 입구의 군웅들은 백의사괴가 눈앞에 맞닥뜨린 최대의 강적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자신들의 주의력을 온통 백의사괴의 몸에다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지의 부리부리한 눈길이 사방을 훑어보았다. 그는 껄껄대며 호탕하게 웃고 나서 입을 열었다. “좋소! 채찍과 책은 벌써 그 처리 방안을 주인들이 우리에게 말했구려. 이제는 다만 잔금섭혼신편의 채찍집 주인 의견을 듣는 일이 남았소. 그러니… …” 이 말은 지신도 소대천을 은근히 찌르는 것이었다. 비류신은 채찍집을 잃고 나서 두루 찾아보았지만 발견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여기서 그 말이 나왔으니 정말 힘 안들이고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기에서 그 꼬투리를 잡을 줄 짐작도 못했던 일이다. 선지는 호랑이같이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렸다. “소대천, 얼른 내놓으시오.” 지신도 소대천은 자기의 형 월광검 소대풍이 채찍집을 얻기 위해 자기를 팔아먹은 사실을 벌써 알고 있었다. 정말 의리가 없는 수작이었다. 그는 본래 사람됨이 몹시 엉큼해서 음흉한 계략을 잘 썼다. 모든 일에 대해 조금도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때는 그도 어쩔 수 없이 약간 놀란 기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는 냉랭하기 그지없는 소리로 말을 꺼냈다. “보물은 오직 덕망을 갖춘 자만이 가질 수 있다.비 노제, 이 말이 틀림없지? 잔금섭혼신편은 채찍집이 비록 내게 있지만, 그러나 혼자 이것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네. 그런데 오늘 백의사괴가 고의로 그것을 빼앗으려 하니 할 수 없이 인정에 순응하는 짓을 할 수밖에 없어… …” 금빛이 반짝이자 한 가닥 금빛 무지개가 지신도 소대천의 몸에서 뻗쳐 나왔다. 마치 한 마리 금룡(金龍)처럼 곧장 백의사괴가 서 있는 곳으로 쏘아갔다. 금빛이 번쩍이자 사방에 있던 군웅들의 신형이 금빛 무지개를 따라 움직였다. 사대도주, 순천진인 그리고 신독괴살수 등 무공이 기절(奇絶)한 여섯 고수들은 분분히 손을 써서 잔금섭혼신편집을 낚아채려 했다. 비류신은 자기의 채찍집이 나타나자 온 얼굴에 격동하는 빛이 감돌았다. 그는 신형을 막 움직이려 하다가 문득 이런 소리를 들었다. “비소협, 움직이지 말아요. 이것은 소대천의 계략이에요.” 지신도 소대천은 쥐고 있던 잔금섭혼신편집을 빼앗기려 하자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거두기도 전에 너무나 다급해서 호통을 쳤다. 그는 쌍장을 재빠르게 내뻗쳐 채찍집을 빼앗으려는 고수들을 향해 급히 쳐갔다. 비류신은 그의 이와 같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치미는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탄식하며 생각을 굴렸다. ‘강호는 정말 파란만장하고 기괴한 암운(暗雲)에 휩싸여 있구나. 나도 소대천이 이런 수법을 쓸 줄 정말 몰랐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불현듯 풍운류랑인 고화룡에게 감격의 눈짓을 보냈다. 만약 고화룡이 전음입밀(傳音入密)의 절기로써 자기의 귀에다 경고를 전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순간 그는 이미 위태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때였다. 갑자기 천지를 진동시킬 듯한 큰 소리가 울렸다. 금령대가 몇 번 흔들흔들하더니 다시 평정을 찾았다. 동시에 사대도주의 입가에 피가 넘쳐흘렀다. 분명히 중한 타격을 입은 모양이었다. 순천진인과 신독괴살수 역시 피가 흐르고 숨을 씨근덕거리고 있어 어쩌면 신형을 지탱하지 못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무림을 풍미해오던 잔금섭혼신편집은 이미 백의사괴의 손아귀로 떨어졌다. 장내에 있던 군웅들은 저마다 움찔했다. 신독괴살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분노를 터뜨리며 부르짖었다. “소 노대, 우리들의 보물이 다른 사람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소. 우린 생사를 돌보지 않고 보물을 뺏겠소. 이번의 일장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그래도 혹 용서할 여지가 있으련만 뜻밖에도 당신일 줄이야… …” 지신도 소대천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냉소를 터뜨리며 가로챘다. “이 일장은 본래 백의사괴에게 하나의 경고를 주려는 것이었소. 여러분이 보물을 보고 마음이 동해 중도에서 빼앗으려 들 줄 꿈에도 몰랐소. 이제 누구를 원망하겠소?” 남의소녀는 냉소를 쳤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그 속에는 칼이 들었군요. 그 일 장은 분명히 자기 비위에 맞지 않은 적을 제거하려고 뻗친 것인데 무슨 염치로 슬슬 꼬리를 감추려고 하는 거예요?” 선우휘는 지모가 풍부하고 생각이 깊었다. 그는 중원 무림 쪽에는 인재가 드물어 이제 금령대 위의 여러 고수들 뿐 이라고 여겼다. 만일 자기들 편에서 어떤 사고가 먼저 일어난다면 이건 틀림없이 백의사괴의 계략에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그는 상황이 잘못되어 가는 것을 보자 얼른 입을 열었다. “강적이 물러가지 않고 눈앞에 있는데 여러분은 어찌하여 합심 협력하여 함께 외적을 막지 않는 것이오? 이런 경우에 개인적인 은원 관계를 말하는 것은 삼가시오. 그래야 적에게 구실을 잡히는 그런 실수를 면할 것이오.” 백의사괴는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그가 한 말을 아주 중시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선해가 눈을 부릅뜨며 가만히 말했다. “형님, 손을 쓸 땐가 봅니다.” 선천은 고개를 들고 창공을 우러러보았다. “그래, 때가 된 것 같네.” 해는 하늘 한가운데 떠 있어 온 천지가 햇살로 눈부셨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별안간 한 면이 자색인 동고(銅鼓)를 손에 들었다. 가죽은 마치 마른 나무 같았다. 군웅들은 모두 이 동고가 어떤 기묘한 작용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선지는 손을 뒤집어 하나의 무골선(無骨扇)을 어루만졌다. 무골선을 가벼이 흔들며 한가로이 말하는 태도가 마치 문인(文人)이나 아사(雅士) 같았다. 선악이 하나의 거울을 꺼내들었다. 그 거울은 광채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더욱이 그것을 태양과 서로 맞추어 햇빛을 반사시키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히 바로 볼 수 없게 했다. 군웅들은 이 거울을 보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선해는 손에 무공적(無孔笛)을 잡자 마치 돌로 만든 사람처럼 외쳤다. 무림에서 보기 드문 이 네 가지 병기, 동고, 무골선, 거울, 무공적이 출현하자 금령대 입구 쪽에 있던 무림 고수들은 깜짝 놀랐다. 전신에 오싹 소름이 끼치는 듯한 한기뿐이었다. 이때 사방의 공기는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지혜가 높고 견문이 넓은 강호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병기들의 내력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는 그 네 가지 병기가 생소하기만 했다. 이때 남의소녀가 탄식하듯 말을 꺼냈다. “내 짐작이 너무도 빗나갔구나!” 선악이 움찔하더니 웃음을 지었다. “낭자는 이 물건들의 내력을 아시는지요?” 남의소녀가 쌀쌀하게 대꾸했다. “말할 필요 없어요. 네 분께서 어디 손을 써 봐요. 열양신곡(烈陽神曲)은 정오가 지나게 되면 곡(曲)의 위력이 발휘되지 않아요.” 이 말에 백의사괴는 가슴 속 깊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남의소녀의 견문에 충심으로 공경의 뜻을 표했다. 남의소녀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군웅들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만약 천우신조가 없다면 우리들은 이 큰 재난에서 벗어날 길 없어요. 여러분, 각자 단단히 준비 하십시오.” 이 말에는 몹시 깊은 뜻이 들어 있어서 마디마디 군웅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야말로 일대 재난이 이제 막 일어나려는 이때 금령대 위의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는 한결 어두운 구름이 덮는 것 같았다.금령대 아래 사람들 역시 모두 숨소리를 죽이고 눈빛을 번쩍이며 장내에서 어떤 재난이 벌어지는 가 지켜보려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실로 살기가 은은히 어리는 가운데 한 걸음 한 걸음 위기는 다가오고 있었다. 백의사괴의 우두머리인 선천이 하늘을 우러르며 목소리를 높여 길게 부르짖었다. “여러분, 먼저 우리들의 수혼삼고(搜魂三鼓)를 들으시오.” 그는 말을 하자마자 공력을 잔뜩 모은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동고에다 대고 세 번 퉁겼다. 둥! 둥! 둥! 순간 세 번의 북소리가 주위의 적막을 깨뜨리며 크게 울렸다. 금령대 위의 군웅들은 심신이 몹시 긴장되었다. 마치 갑자기 혼을 빼앗기고 기력을 잃은 것처럼 몸에 부딪쳐 오는 압력이 기이하게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무형의 압력은 조금도 흔적을 드러내지 않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군웅들은 지금껏 살아온 내력으로써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소리의 여운이 끊어지지 않고 은은하게 울리는 동안 마치 하나의 예리한 칼날이 자기들의 심장에 찔러오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은 꾹 참고 견디었다. 다만 사대도주들은 먼저 중상을 입었기에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내력이 흔들려 시종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네 사람의 얼굴은 잠시 잿빛으로 변하더니 입가에 새빨간 선혈이 번지기 시작했다. 장모도주 맹독도는 비참하게 웃음 짓더니 입을 열었다. “수혼삼향은 과연 우리들이 대항할 수 없구려! 내가 다시 여기에 있다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추한 꼴만 보이겠구려.” 그는 한바탕 급하게 숨을 씨근덕거리더니 크게 부르짖고는 입 안에 괸 피를 화살 쏘듯 뿜어댔다. 동시에 그는 약간 비칠거리며 신형을 움직여 바로 금령대 아래로 내려왔다. 전초도주 금환두발 진동철은 그래도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고 두 팔에 경력을 끌어 모아 선천의 두개골을 노려 휘둘러갔다. 선천은 냉소를 머금으며 애꾸눈을 들지도 않은 채 북을 한 번 둥! 하고 울려서 이를 맞이했다. “으악!” 순간 금환두발 진동철은 피를 토하더니 거대한 체구가 금령대 아래로 구르듯 떨어졌다. 그렇게 되자 나머지 두 도주 역시 얼굴이 백짓장같이 되어 신음소리를 낸 뒤 금령대에서 곧 내려섰다. 북소리는 선천에게 덤벼들던 사대도주에게 발동되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들은 조금도 심신을 흩트리지 않고 각자 몰래 공력을 끌어올려 최후의 폭풍우에 대처할 준비를 했다. 눈을 번쩍 뜨고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대도주의 일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금령대 아래에서 사뭇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있었다. 사대도주의 신형이 막 쓰러지는 찰나 수하의 제자가 그들을 부축하고 갔다. 사대도주는 비통한 추억을 안은 채 장소를 떠나갔다. 선해가 갑자기 낄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그래도 똑똑한 편이오. 능히 우리 형님의 수혼삼향(搜魂三響)을 받아내었소. 보아하니 중원에도 몇 명의 인재가 있는 것 같소.아무튼 소 노대의 말같이 그렇게 시원찮은 인물들 같지는 않구려.” 남의소녀는 눈을 치떠서 가볍게 흘겨보고 싸늘하게 미소를 띠었다. “수혼삼향은 상상했던 것보다 그다지 매섭지 않아요. 당신네 늙은 괴노인들이 무슨 기막힌 솜씨를 가졌는지 모르겠으나 어찌하여 한꺼번에 가르침을 베풀지 않는가요?” 백의사괴는 그녀의 말에 모두 가슴이 섬뜩했다. 그들은 수혼삼고를 펼치기만 하면… 감히 입을 열어 말을 꺼내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수혼삼고를 무서워하지 않는 무공을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그 말은 죽음을 자초하는 말이었다. ‘이 여자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일찍이 이런 절공을 수련한 것 같지도 않은데… 설마 이 여자가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금강신(金剛神) 같은 지경에 이르도록 절세신공을 익혀서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도장맹주 선우휘가 남의소녀의 뒤를 이어 말을 꺼냈다. “낭자의 말이 정말 지당하오. 노부도 진정으로 찬동하는 바이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홀가분하게 말을 했지만, 그러나 그의 이마 위에 온통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다만 그는 심후한 공력으로 이미 심신을 수습했기 때문에 아무데도 다치지 않고 온전할 수 있었다. 비류신은 이미 야월광명지신도 소대호의 진원을 얻었으므로 비록 수혼고의 음조가 무서웠지만, 그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선지는 애꾸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당신들은 곧 열양신공에 몸을 손상하고 심장을 찢는 듯한 고통을 당할 것이오.” 이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무골선을 허공으로 쳐들었다. 그 순간 한 줄기 회오리바람이 급히 쓸어 내려왔다. 삽시간에 흙먼지와 모래가 흩날리며 휙휙 하는 유유한 바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