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부. 오지에서 추앙받는 부부 문명이 닿지 않는 지구 반대편의 오지 마을. 지도에서조차 이름을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가고, 다시 낡은 트럭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몇 시간이나 달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 길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길이었다.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었고, 비가 그치면 단단하게 굳은 흙길 위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붉은 흙먼지가 뒤따랐고, 마을 사람들은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다녔다. 발바닥은 거칠고 단단하게 굳어 있었으며, 발가락 사이에는 늘 흙이 묻어 있었다. 옷은 몇 벌 되지 않았다. 한 벌의 옷을 며칠씩 입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해가 지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집이라고 하기에도 작은 움막이 대부분이었다. 나뭇가지와 흙, 마른 풀을 엮어 만든 지붕.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지붕 사이로 빗물이 떨어졌다. 그럴 때면 가족들은 물이 새지 않는 곳을 찾아 몸을 웅크리고 밤을 견뎌야 했다. 전기는 없었다. 수도도 없었다. 밤이 되면 마을 전체가 캄캄해졌다. 집 안을 밝히는 것은 작은 등잔 하나뿐이었다. 기름이 떨어지면 그것마저 켤 수 없었다.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잠이 들었고, 어른들은 다음 날 먹을 것을 걱정하며 긴 밤을 보냈다. 물을 구하는 일도 하루의 중요한 일이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커다란 물통을 들고 몇 킬로미터씩 걸어갔다. 물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 한참이 걸렸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뒤에는 그것을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깨끗한 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물을 마시고 배가 아파도 참았다. 설사를 해도 참았다. 열이 나도 참았다. 병원은 멀리 있었다. 약국은 더 멀리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갈 돈도, 교통수단도 없었다. 아픈 사람이 생기면 마을 사람들은 먼저 집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찾았다. 어떤 때는 달인 물을 먹였고, 어떤 때는 상처에 풀잎을 붙였다. 열이 심하면 차가운 물로 몸을 닦아주었다. 그마저 효과가 없으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기도하는 것. 마을의 어른들이 모여 앉아 낮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다렸다. 열이 내려가기를. 숨이 편해지기를. 다시 눈을 뜨기를. 그러나 모든 기다림이 좋은 결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아침이 되면 일어나지 못했다. 어떤 어머니는 출산 후 피를 많이 흘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작은 상처 하나가 감염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기적에 가까웠다. 깨끗한 물 한 잔. 해열제 한 알. 소독약 한 병. 붕대 한 장. 그리고 아픈 사람을 제대로 진료해 줄 의사 한 명. 그들에게는 그것이 세상의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병이라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아프면 참는 것. 낫지 않으면 기도하는 것. 그리고 결국 떠나보내야 한다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들의 삶이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마을 어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덜컹거리는 엔진 소리였다. 아이들이 먼저 달려갔다. “차가 온다!” 아이들의 외침에 어른들도 하나둘 집 밖으로 나왔다. 붉은 흙먼지 사이로 커다란 차량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차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차량에는 낯선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의료지원센터.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병원인가?” “의사가 오는 건가?” “약도 가져왔을까?” 누군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차량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차를 따라 뛰었다. 맨발이었다. 어른들도 천천히 뒤따랐다. 그리고 그날, 마을 사람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자신들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이 먼 곳까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마침내 동백그룹의 지원으로 마련된 의료지원선이 인근 항구에 도착했다. 배에는 의약품과 의료장비, 식수 정화장치와 생활용품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갑철은 이번 지원을 단순한 일회성 봉사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약을 나눠주는 것으로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없습니다.” 갑철이 말했다. “의사가 떠난 뒤에도 이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갑철은 특별히 이동형 의료버스를 마련했다. 버스 안에는 진료실과 간단한 검사 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기본적인 의약품과 응급처치에 필요한 물품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의료진과 간호 인력이 함께 마을로 들어갔다. 붉은 황토길 위를 달리는 의료버스의 바퀴가 흙먼지를 일으켰다. 버스가 마을 어귀에 멈추는 순간,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말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울음을 참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은 버스 주변을 빙 둘러싸고 신기한 듯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에게 그 버스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자신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찾아온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이 마을의 시간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훗날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우리 마을에 의사와 희망을 가져다준 부부.” 그리고 갑철과 영숙의 이름은, 문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 작은 마을에서 어느 누구보다 따뜻한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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